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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의 사우디…이미 생지옥인 예멘 생명줄마저 끊기나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가 주도하는 아랍동맹군의 물류요충지 공격에 예멘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우려가 또다시 증폭하고 있습니다.

아랍동맹군이 예멘 반군 후티의 거점인 남서부 항구도시 호데이다를 탈환하는 작전에 들어가자 유엔과 국제구호단체들은 이미 황폐화한 예멘의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며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1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호데이다에 거주하는 민간인들은 '운명을 기다리는 심정'으로 빈도가 높아지는 폭발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구호단체 '이슬라믹 릴리프'의 예멘 부지국장인 살렘 자퍼 바오바이드는 "엄청난 수의 제트기 소리는 들리지만 전투가 얼마나 임박했는지는 모르겠다"며 "사람들은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는 처지"라고 말했습니다.

바오바이드는 "내전이 나라 전체를 집어삼켰기 때문에 사람들이 옮겨 다니지 않을 것"이라며 "호데이다 주민들은 집안에서 운명을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예멘 정부를 지원하는 아랍동맹군이 진격하고 있는 호데이다는 2015년 시작된 내전으로 쑥대밭이 된 예멘에서 국제사회의 구호품이 전달되는 젖줄로 꼽히고 있습니다.

가디언은 현재 예멘인의 80%가 인도주의 지원이 필요하고 840만명이 굶어 죽을 위기에 몰린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현지에서 구호활동을 벌이고 있는 국제기구 관계자들의 우려는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는 호데이다에 대한 아랍동맹군의 공격 때문에 어린이 30만명이 위험에 처했고 추가로 수백만명에 대한 원조가 차단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유엔식량계획(WFP)과 공조하는 이슬라믹 릴리프는 인구밀집지인 호데이다 시내로까지 전투가 번지면 대재앙이 빚어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구호단체 '캐어 인터내셔널'의 예멘 지국장은 "사람들이 탈진하고 굶어서 전쟁이 조금이라도 심화하면 더는 대처할 수단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미국과 영국의 지지를 받는 유엔 외교관들은 사우디와 UAE에 호데이다 공격을 연기하라고 촉구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사우디와 가까운 미국과 영국은 이번 공격을 억제하는 데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마틴 그리피스 유엔 예멘특사는 이번 공격 때문에 예멘의 평화계획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국제적십자사는 지난주에 구호요원들을 예멘에서 소환하며 "이번 공격 때문에 이미 재앙 수준인 예멘의 인도주의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구호단체 '머시 코'의 예멘 지국장 아브디 모하무드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서 "공격으로 뭘 얻든 간에 예멘인들이 치를 시련, 비참, 불필요한 죽음 때문에 빛이 바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유엔과 구호단체들은 호데이다를 둘러싼 전투가 장기화하면, 그렇지 않아도 열악한 호데이다 주민 60여만명의 삶이 최악으로 치달을 것으로 우려했습니다.

리사 그란데 유엔 인도주의 조정관은 25만명이 죽고 수십만명이 피란길에 오를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란데 조정관은 "국제법에 따라 전쟁 당사자들은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하고 민간인이 생존에 필요한 지원에 접근하도록 보장해야 한다"며 "지금 이것보다 중요한 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호데이다의 인부들은 선박 5척이 하역을 위해 입항했으나 출입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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