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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선거날, 50m 안에서 사라진 당신을 어찌하나요?"

[취재파일] "선거날, 50m 안에서 사라진 당신을 어찌하나요?"
[2018 국민의 선택]

당신을 만나는 곳 50m 전, 매의 눈으로 뚫어져라 당신을 응시합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다섯 번째, 바로 당신' 한 발짝이라도 먼저 다가가 당신을 맞이하고 싶지만, '50m'를 꾹 참아냅니다. 그런데 당신을 놓쳐 버렸어요. 그럼 6번째 당신을 기다려야 할까요? 아님 10번째 당신을 기다려야 할까요?

가상의 상황을 통해 통계 처리에 대한 질문을 드려봤습니다. 여론조사에서는 대표성 있는 표본을 추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모집단에 대한 표본의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 가지 기법을 쓰는데요. 가급적이면 조사자의 주관이 배제된 '무작위'가 좋겠죠. 

조금 더 대표성을 갖추기 위해서 '단순 무작위' 보다 '체계적 추출' 또는 '계통 추출'이라는 방법을 쓰기도 합니다. 최초 표본을 무작위로 추출한 뒤 일정한 간격을 두고, 예를 들면 매 K번째 샘플을 표본으로 선택하는 거죠.

앞서 말씀드린 가상의 상황은 선거에서 방송사들이 출구조사를 할 때 쓰는 방식입니다. 표본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치고 나오는 유권자들 중 매 5번째를 출구조사 대상자로 선정합니다. 그런데 공직선거법상 '50m' 규정이 있어서 실무적으로 '체계적 추출'을 하는데 애로사항이 있는 게 현실입니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167조 2항은 "선거일에 투표소로부터 50m 밖에서 투표의 비밀이 침해되지 않는 방법으로" 출구조사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50m는 아니었습니다. 1994년 3월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이 첫 시행됐을 당시만 해도 출구조사 자체를 금지했습니다. 이후 법 개정을 통해 1995년 12월 500m 밖에서 출구조사가 첫 허용 됐고, 이에 따라 1996년 15대 총선에서 사상 첫 출구조사가 실시됐습니다. 2000년 2월엔 300m, 2004년 3월에는 100m, 2012년 2월에 이르러 현행 50m로 법 개정이 이뤄졌습니다. 500m에서 50m로 줄어드는데 20년 가까이 걸린 셈입니다. 
지상파 3사 출구조사
SBS를 비롯한 방송 3사는 지난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일부 선거구를 대상으로 공동 출구조사를 실시했고, 2012년 총선에서는 전국 모든 선거구에서 첫 공동 출구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전자는 100m 규정, 후자는 50m 규정을 적용받았습니다. 

그런데 왜 50m일까요? 사실 상당수의 투표소들은 투표장에서 큰 도로나 주택가 출구까지가 50m가 안 되는 곳이 많습니다. 50m가 30m나 20m로 짧아지면 안 되는 합리적 이유가 있을까요? 사실 50m 규정 같은 거리제한 때문에 투표를 마친 유권자와 투표하지 않은 시민을 구별하기 어려워 출구조사의 전제가 되는 '체계적 추출'에 지장이 생긴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 배종찬 본부장은 SBS 라디오 '김성준의 시사전망대'에서 "자율에 방점을 두는 서구 사회에 비해 우리 선거 문화는 지나치게 규제 위주로 돼 있다"며 "규제가 앞서는 선거문화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선거 6일 전 여론조사 공표 금지 등 현행 선거법은 유권자들이 비판의식 없이 휘둘리는 존재라는 인식을 기반으로 한다"며 "유권자들의 높아진 주권 의식에 비해 현행 제도는 시대에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거리제한'을 폐지하자는 선거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습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는 "예전보다 많이 완화됐지만, 면접원들 입장에서 50m는 여전히 긴 거리"라며 "국회 정개특위에서도 논의가 있었던 만큼 2년 뒤 총선 때는 개정 움직임이 가시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드디어 오늘(13일),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됩니다. 민주주의의 꽃이 선거이듯, 요즘 선거방송의 꽃은 '출구조사'입니다. 이번 지방선거도 SBS를 비롯한 방송 3사는 어김없이 출구조사를 실시합니다. 선거를 통한 '국민의 선택'을 조금 더 일찍, 조금 더 정확하게 전해드리기 위해서 전국 640개 투표소 앞에서 조사원 3천200여 명이 유권자 여러분을 뵙게 되는데요. 50m를 사이에 두고 유권자 여러분의 소중한 의견을 여쭙는 방송3사 출구조사에 큰 힘이 되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본 취재파일은 6월 7일 방송된 SBS 라디오 '김성준의 시사전망대-민심전심, 여론이 알고 싶다!' 출연내용을 바탕으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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