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학교를 포함한 전국 모든 학교의 라돈 조사 결과가 공개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4월 <시사저널>이 전국 초·중·고교 라돈 측정 결과를 보도했지만 울산·경남을 제외한 10,350곳에 대한 데이터만 포함됐다. 이번에 공개한 라돈 지도는 울산과 경남을 포함한 12,072개교의 라돈 수치는 물론, 1차 측정 결과 정밀 측정 대상에 해당된 일부 학교의 2차 측정치를 최신 반영했다. 따라서 이번 데이터는 추후 재측정 및 후속조치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 (단, 교육부의 교실 라돈 관리 기준에 따라 측정대상이 아닌 곳은 제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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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72개교 中 431개교 '기준치 초과'…강원·충청 높았다
학교 실내 라돈 기준치인 148Bq/㎥(베크렐)을 초과한 학교는 2018년 6월을 기준으로 전체 조사 대상 학교 12,072개 가운데 431개에 달했다. 전체의 3.57%에 해당하는 수치다.
지난해 이뤄진 1차 조사 결과 라돈 농도 '전국 1위'를 차지한 학교는 강원도 태백의 ㅁ초등학교였다. 기준치의 13배를 뛰어넘는 2,034Bq/㎥이 교실에서 확인됐다 역시 같은 태백에 위치한 ㅌ초등학교가(1793.3Bq/㎥)가 뒤를 이었다. 같은 지역에서 1, 2위 학교가 나온 건 지역적 특성 탓인데, 바로 아래 자세히 설명하기로 한다.
초·중·고등학교 별로 살펴보면 초등학교가 전체의 69%(300개교)로 가장 많았다. 중학교는 95개교로 22%, 고등학교는 32개교로 7.4%, 나머지 1.6%는 특수학교였다.
● 강원도 높은 건 "지질 탓", 초등학교 비율 높은 건 "학교가 많아서"
유독 강원 지역에서 라돈 농도가 높게 나온 건 라돈의 특성 때문이다. 라돈(Rn)은 토양과 암석에서 자연 생성되는데 특히 우라늄과 토륨을 함유한 화강암과 편마암 등에서 유발하는 특성을 보인다. 우리 국토의 절반 이상은 화강암 지대로 이뤄져있다. 그래서 평균 라돈 농도도 국제 평균치보다 높다. 라돈 농도가 높게 나오는 지역은 그 중에서도 화강암이 특히 많이 분포돼 있는 곳이다.
환경부가 이미 지난 2011년 전국 실내라돈오염지도를 작성한 적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이 당시 작성한 실내 라돈오염지도와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발간한 지질 분포도를 비교해보면, 화강암 분포 지역과 라돈이 높게 나오는 지역이 대체로 일치한다. 주로 강원, 충청 지역이다.
조사 대상 가운데 전체의 70%에 가까운 곳이 초등학교였는데, 그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전체 학교 가운데 초등학교가 가장 많기 때문이다. 조사 대상 1,2072개 학교 가운데 6~7천개가 초등학교라고 한다. 모집단 자체가 크니까 기준치를 초과하는 학교도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다만 이유가 간단하다고 해서 쉽게 넘길 문제는 아니다. 라돈 전문가인 조승연 연세대 환경공학부 교수는 "어린 아이들일수록 신진대사가 활발하기 때문에 라돈에 의한 인체 영향도 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어린 아이들일수록 더 취약할 수 있다는 얘기다.
● '전국 1,2위 학교' 직접 가보니…"환기만 잘해도 90% 저감"
1차 측정 이후 해당 학교들에는 모두 기계식 라돈 저감 장치가 설치됐다. 선생님들이 일과 전후, 아침저녁으로 환기를 실시하고 저감 장치를 가동한 덕분에 라돈 수치를 크게 낮춘 상태였다. 1차 측정에서 2,034Bq/㎥이 나와 전국 1위를 기록했던 태백의 ㅁ초등학교의 경우 지난 4월에는 평균 27.8Bq/㎥의 라돈 수치가 나왔다. 기준치 이하일 뿐 아니라 1차 측정 수치보다 99% 정도나 라돈을 저감한 수치다. 2위에 올랐던 ㅌ초등학교도 비슷했다. 다만 이 수치는 아직 교육부 공식 조사 결과에 반영되지 않았기에 전국 학교 라돈 지도에는 1차 조사 결과를 반영했다. (일정 기간 평균 데이터가 축적돼 공식 통계에 반영되면 지도 데이터도 수정된다)
위 두 사례는 적극적으로 라돈을 관리해 수치를 크게 낮춘 경우다. 저감 장치의 영향도 있지만, 라돈은 "환기만 잘해도 90% 이상 저감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문제는 아직도 대부분의 학교 현장에선 적절한 관리가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우선 환기 자체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 미세먼지 때문에 창문을 닫고 있는 경우가 많다 보니 빚어지는 상황이다. 심지어 환풍기를 설치해놓고 "시끄럽다"며 정작 수업시간에는 꺼놓는 경우도 있다. 라돈에 대한 개념을 제대로 알고 대처하는 곳도 아직 많지 않다. 라돈과 같은 학교 실내공기질은 학교장이 지정한 학교위생관리자가 관리하게 돼있는데 직접 둘러보니 이런 사실조차 모르는 학교가 많았다.
● 뒷짐 진 교육당국…최근에야 부랴부랴 조치
그 뒤로도 학교 라돈 관리는 나름 지속적으로 이뤄져왔다. 2010년과 2014년 등 라돈 고농도 지역 내 초등학교 대상 정밀조사가 여러 차례 이뤄졌고 저감 조치가 필요한 학교에 대한 후속조치도 실시됐다. 본격적인 라돈 관리가 시작된 건 비교적 최근인 2015년 8월부터다. 이때쯤에야 교사(校舍) 내 라돈 관리 요령이 마련됐다. 이후 지난해 기준이 개정돼 점검 대상 교실도 지하에서 1층 이하로 확대됐고 기준도 변경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우리 교육 현장에서 라돈 관리가 잘 이뤄져왔다고 말하긴 어렵다. 라돈이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하기도 했거니와 다른 현안들에 우선순위가 밀리다보니 체계 자체가 잡히지 않았다.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유지·관리 기준 따로, 의무 저감 기준 따로 두는 규정이다. 교실 내 라돈 유지·관리 기준은 148Bq/㎥인데 지금까지는 이 기준 넘어도 그냥 두고, 600Bq/㎥이 넘어야만 적극적 저감 조치를 하도록 강제했다. 현실적 여건을 고려한 처사라지만 쉬이 납득가지 않는 이중 잣대였다. 라돈 수치 공개 이후 빚어진 일선의 혼란도 제대로 된 매뉴얼이 없었던 탓이 크다.
최근 라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교육부는 부랴부랴 이번달 초 학교 환경위생 관리 매뉴얼을 개정해 배포하고, 다음달 중으로 2018년 상반기 라돈 점검결과를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9월과 10월에는 학교 라돈 관리 현황 현장을 점검하고 올해 말, 점검 결과 분석 및 개선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 투명하게 공개하고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실내 라돈은 상대적으로 관리가 수월하다. 자주 환기해주고, 적절하게 차폐하면 줄일 수 있다. 그렇다면 '현장의 혼란'을 핑계로 쉬쉬할 게 아니라 투명하게 공개하고 어떻게 관리할지 밝힌 뒤 개선 실태를 보여주는 게 올바른 방향이다.
* 이번 조사 결과는 「학교보건법 시행규칙」개정('16.9.1.)에 따라 교육부가 지난해(17년)부터 올해 2월까지 전국 초중고 12,072개교를 전수 조사한 데이터로 각 지역에 따라 수동측정법과 능동적 연속모니터링법을 병행 측정했다. 1차 측정 결과 기준치를 초과한 학교에 대해서는 2차 측정이 이미 이뤄졌거나 현재 이뤄지고 있다.
** 라돈(Rn)이란?
- 라돈(Rn)은 강한 방사선을 내는 방사성 기체로 주로 우라늄과 토륨을 함유한 암석이나 토양에서 생성된다. 색깔도 냄새도 없는 무색무취의 기체 형태로 공기 중에 떠다니는데 WHO에 의해 폐암을 일으키는 '1급 발암물질'로 분류되기 때문에 '침묵의 살인자'로도 불린다. 라돈은 물리적으로 매우 불안정해 강한 방사선을 내뿜으며 붕괴하는 습성이 있는데 호흡을 통해 몸 속으로 들어간 라돈이 폐포나 기관지에 달라붙었다가 붕괴하면서 방사선을 방출하고, 이로 인해 세포 DNA가 손상돼 폐암 등 각종 질병을 일으키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연간 2만여 명이 라돈 때문에 폐암 걸려 사망한다는 통계가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폐암 사망자의 12.6%가 라돈 때문이라는 조사 결과가 있다.
- 라돈(Rn)은 발생원에 따라 Rn-222(라돈)과 토론(Rn-220)으로 주로 나뉜다. 우라늄에서 생성되는 라돈을 Rn-222라고 하고, 토륨에서 생성되는 라돈을 Rn-220으로 분류한다. 실내 공기에 주로 남아 있는 건 반감기가 3.8일 정도로 긴 Rn-222이기 때문에 통상 실내 공기 중 라돈을 이야기할 때는 Rn-222가 많이 통용된다. 최근 이슈가 된 '라돈 침대'에서 나온 Rn-220은 반감기가 55.6초 정도로 상대적으로 짧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