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선고 6개월 전 '결론 전제 시나리오'…의혹 증폭

임찬종 기자 cjyim@sbs.co.kr

작성 2018.06.03 21:05 수정 2018.06.03 22:24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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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법조팀 임찬종 기자와 함께 이번 사건의 쟁점 자세히 짚어 보겠습니다.

Q. 블랙리스트 → 재판거래…초점 이동 이유는?

[임찬종/기자 : 네, 말씀하신 것처럼 이번 사건은 법원행정처가 판사들을 뒷조사했다는 이른바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이 지난해 3월쯤부터 불거지면서 시작됐습니다. 이후 조사가 3차례 진행됐는데요, 세 번째인 이번 조사에서 비로소 당시 법원행정처 관련자들이 쓰던 공용 컴퓨터를 대부분 분석할 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컴퓨터를 열어 보니 판사 뒷조사 파일은 물론이고, 행정처가 청와대와 재판을 거래하려 한 정황이 담긴 문건이 여러 건 발견된 겁니다. 이런 이유로 지금은 블랙리스트 의혹보다 오히려 재판거래 의혹에 초점이 더 맞춰져 있는 상태입니다.]

Q. '재판거래 의혹' 불식되지 않는 이유는?

[임찬종/기자 : 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말 한마디 만으로는 덮고 넘어가기가 도저히 어려운 재판거래 정황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전교조 법외노조 관련 가처분 사건에 대한 문건이 특히 가장 구체적인데요, 이 사건 먼저 잠깐 설명해 드리자면 지난 2013년에 고용노동부가 해직자들을 조합원으로 두고 있다는 이유로 전교조를 불법노조로 규정합니다. 이에 불복한 전교조가 불법노조 결정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는데 1심, 2심을 모두 전교조가 이겼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2015년 6월 결론을 뒤집어서 노동부 손을 들어줬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발견된 법원행정처 보고서는 대법원 선고가 나오기 6개월 전에, 그러니까 대법원 재판이 진행 중일 때 작성된 겁니다. 이 문건을 보면 노동부 손을 들어주는 것이 상고법원 추진에 유리하다 이렇게 분석을 한 다음에 어떤 시점에 이 결론을 발표하는 것이 가장 대법원에 유리하냐, 그리고 청와대로부터 어떤 대가를 받아내야 하느냐를 검토한 겁니다. 재판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결론을 전제한 시나리오가 사실상 작성된 상태였던 거죠.

중요한 것은 방금 말씀드렸던 것처럼 이 마지막 결론도 시나리오에 나온 것과 같았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이 시나리오와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에 대한 의혹, 재판거래 의혹이 불거질 수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그제(1일) 기자회견에서 이 문건에 대해서 아직 보지 못해서 모르겠다고 답변을 피해갔습니다.]

Q. 재판거래 의혹, 또 다른 정황은?

[임찬종/기자 : 통합진보당 관련 검토 문건도 유력한 정황으로 꼽힙니다. 통합진보당이 해산된 뒤에도 통합진보당 지방 의원 중 일부는 의원직을 유지하고 있었는데요, 법원행정처가 이들의 의원직을 상실하게 하는 소송을 기획한 보고서가 이번에 발견됐습니다. 그러니까 없는 재판까지 만들어서 통합진보당을 경계하던 청와대와 거래하려고 했던 그러니까 정말 적극적인 재판거래 시도 정황으로 해석됩니다. 이밖에도 사법부가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해왔다는 말과 함께 KTX 사건 등을 그 사례로 든 보고서도 거래 정황이 드러난 문건으로 보여집니다.]

(영상편집 : 하성원, CG : 박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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