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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해고 승무원 "'재판거래' 확인…복직 미룰 명분 없어"

KTX  해고 승무원 "'재판거래' 확인…복직 미룰 명분 없어"
"지난 12년의 세월이 너무 고통스러웠고 아쉬웠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이라도 다시 희망이 생겨서 정말 다행입니다."

김승하 철도노조 KTX열차승무지부 지부장은 1일 지난 투쟁의 날들을 돌이켜달라는 기자의 부탁에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김 지부장은 "그동안 우여곡절이 많았다"며 "국회와 정당, 부처 등 장소 가리지 않고 점거 농성을 했고, 단식이나 삭발, 철탑 시위까지 안 해본 투쟁이 없었다"고 기억했습니다.

그는 "1심과 2심 모두 승소해 코레일이 승무원들의 실질적인 사용자라고 판결을 받았다가 2015년 대법원에서 이 판결을 파기했을 때는 앞이 안 보였다"며 "이후로 정부와 청와대는 물론 여론까지 '대법원 판결이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겠지' 하면서 판결을 받아들이라고 해 정말로 안타까웠다"고 했습니다 .

KTX 해고승무원들은 2006년 3월 1일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지만, 코레일은 자회사로의 이적을 거부한 승무원 280명을 그해 5월 21일 자로 정리해고했습니다.

이들은 이후 지금까지 길고 힘겨운 싸움을 벌여왔습니다.

지난달 24일부터는 서울역 인근에서 약 10년 만에 천막 농성을 했습니다.

김 지부장은 "절망적이었지만, 촛불이 일어나고 문재인 정권이 탄생한 뒤 문 대통령이 KTX 승무원 문제를 전향적으로 해결하겠다고 약속해주시면서 다시 희망을 품게 됐다"며 "종교계에서도 나서서 도와주신 덕에 힘을 낼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처음 파업했을 때도 젊고 예쁜 여성들의 단체 행동에만 관심을 가졌을 뿐 우리가 어떤 불이익에 대응하는지는 아무도 깊이 알아보지 않았다"며 "최근 대법원에서 뒷거래를 통해 판결을 조작했다는 게 드러나면서 그동안 우리가 요구한 것이 진짜 무엇이었는지를 조금은 바라봐주시는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습니다.

김 지부장을 비롯한 KTX 해고승무원들은 이날 오후 3시 40분 한국철도공사 서울사옥 앞에서 'KTX 해고승무원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와 함께 해고승무원 복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철도공사는 12년이나 끌어온 승무원 정리해고 문제를 매듭짓기 위한 교섭을 시작하고 복직에 필요한 절차에 착수해야 한다"며 "KTX 해고승무원을 직접 고용해 복직시키는 것은 사필귀정"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더는 해고승무원 복직을 미룰 명분이 없다"며 "280명의 해고승무원에게 사과하고, 이들을 빨리 복직시키겠다고 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들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 오영식 철도공사 사장과 면담합니다.

정수용 천주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은 "대법원의 사법 거래 소식을 듣고 많은 국민이 참담함을 금치 못했고, 피해 당사자인 해고승무원들도 슬픔을 주체할 수 없었다"며 "철도를 이용하는 국민을 생각할 때 철도공사는 직접 고용과 해고 승무원 복직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과 사장 면담을 앞두고 양측이 실랑이를 벌이면서 일정이 다소 늦어졌습니다.

해고노동자 측은 애초 3시 30분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었지만, 철도공사가 외부 철문을 걸어 잠그면서 진입을 막아 약 10분 회견이 지체됐습니다.

회견이 끝나고서는 사장과의 면담을 비공개로 진행하겠다는 사측과 충돌하며 30분 가까이 대치했습니다.

해고노동자 측 관계자는 "대법원도 면담을 언론에 공개하는데 철도공사는 왜 못하느냐"며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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