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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또 버려지고 싶지 않아요"…턱없이 부족한 보호소, 유기동물 어디로 가야 하나?

[리포트+] "또 버려지고 싶지 않아요"…턱없이 부족한 보호소, 유기동물 어디로 가야 하나?
[리포트+] '또 버려지고 싶지 않아요
최근 각종 SNS상에 이와 비슷한 게시물이 수천 번 이상 공유됐습니다. 누리꾼들이 퍼뜨린 게시물에는 강아지 사진과 함께 "여기에 계속 살 수 있게 해주세요", "며칠밖에 남지 않았어요", "잘 될 거야"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는데요. 이 게시물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 걸까요?

■ "또 상처 줄 수 없다"…'유기견 보호소 폐지 막아달라'는 청원 올라온 이유는

사실 해당 게시물에는 인터넷주소(URL)도 첨부돼 있습니다. 바로 '유기견 보호소 폐지를 막아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연결되는 주소인데요. 지난달 13일 올라온 청원은 오늘(1일) 오전을 기준으로 19만 명 이상이 지지를 보낸 상태입니다.

해당 청원은 대구에 위치한 한 유기견 보호소를 도와달라는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지역 주민의 민원으로 보호소를 폐쇄해야 할 상황인데, 갑자기 보호소를 폐쇄하면 200마리 이상의 유기동물이 당장 갈 곳이 없다는 겁니다. 이어 작성자는 "사람들에게 버려진 아이들이라 상처가 많은데 다시 상처를 줄 수 없다"며 청원 참여를 호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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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최대 민간 유기동물 보호소로 알려진 '한나네 보호소'는 2001년부터 17년째 운영됐습니다. 그런데 200마리 이상의 유기견, 유기묘가 사는 이 보호소가 문 닫을 위기에 처했습니다. 구청이 오는 18일까지 보호소 규모를 현재 약 400여 평에서 20분의 1 수준인 18평으로 줄이고, 적절한 사육 시설을 갖추라는 시정명령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현재 보호소를 운영하는 신상희 씨는 구청의 요구에 보호소 일부 구역을 정리하기 시작했지만, 규모를 더 줄이기는 쉽지 않다는 입장입니다. 신 씨는 SBS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구청의 명령에 보호소 일부를 정리했다"며 "18평으로 줄이면 50마리도 제대로 키우기 힘들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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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 측은 보호소 사정을 이해하지만, 보호소가 상수도 보호구역에 지어진 불법 시설물인데다가 내부 컨테이너 역시 무허가 건물이기 때문에 방법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게다가 소음과 악취가 심하다는 인근 지역 주민들의 민원이 4~5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 버려진 동물은 10만 마리에 달하는데…전국 지자체 보호소는 282곳뿐

전국의 유기동물 통계 자료를 제공하는 사이트 '포인핸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10만 1,070마리의 반려동물이 버려진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중 새로운 반려인을 만나지 못하고 안락사된 유기동물도 1만 9438마리에 달합니다. 올해도 5월 31일까지 4만 4,086마리가 유기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올해가 절반도 지나지 않았지만, 이미 안락사된 동물도 7,072마리에 달했습니다. 그렇다면 유기동물 보호소의 현황은 어떨까요? 국내 유기동물 보호소는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보호소와 민간에서 운영하는 사설 보호소로 나뉩니다. 지자체 보호소는 그나마 실태 조사를 통해 어떻게 운영되는지 확인이 가능한데요. 사설 보호소의 경우 공식적인 통계 자료도 없어, 유기동물이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는지도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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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권단체 '케어'가 지난해 6월 발표한 '전국 지자체 유기동물 보호소 진단과 제안'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의 유기동물 보호소는 총 282곳으로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는 직영 보호소는 31곳, 지자체가 민간에 위탁해 운영하는 위탁 보호소는 251곳으로 나타났습니다.

직영 보호소는 지자체에서 직접 관리하기 때문에 위탁 보호소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락사율은 낮고 입양률이 높은 편입니다. 이런 장점에도 직영 보호소는 전국의 11%에 불과한데요. 직영 보호소를 늘리기에는 지자체별 예산과 인력이 넉넉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 안락사 없는 독일 보호소…우리나라도 '노 킬(No Kill)' 정책 실현 가능할까?

전국적으로 보호소가 많지 않다 보니, 유기동물들이 보호소에 머무를 수 있는 기간도 길지 않습니다. 동물보호법 제20조 1호에 따르면, 유기동물이 생겼다고 공고한 날로부터 10일 이상 반려인이 등장하지 않는 경우 지자체로 소유권이 이전되고, 일정 기간이 되면 안락사 처리가 가능합니다. 수용 가능 공간이나 예산 등에 따라 보호 기간은 달라지지만, 절반 이상이 90일 이내에 안락사되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공고 후 입양될 때까지 유기동물이 머물 수 있는 보호소는 8%에 불과했고 90일 미만이 23%, 한 달 미만이 37%로 집계됐습니다. 일주일 미만만 데리고 있는다는 보호소도 17%에 달했습니다.

해외의 경우, 유기동물 보호소에 대한 관리가 철저한 편입니다. 1967년 문을 열어 매년 500마리 이상의 유기동물을 구조하고 입양 보내는 영국의 옥스포드셔 보호소의 경우, 직원당 돌볼 수 있는 유기동물의 수를 제한하고 입양 절차를 담당하는 전담 부서도 따로 마련돼 있습니다.

독일의 티어하임 보호소는 의학적으로 치료가 불가능한 경우를 제외하면 안락사시키지 않는 '노 킬(No Kill)'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동물 복지를 중시하고 강력한 동물보호법을 제정한 독일 정부의 영향이 큰데요. 독일에서는 반려동물 매매가 법적으로 금지돼 있어 보호소를 통한 입양만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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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구성: 송욱, 장아람 / 디자인: 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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