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E 제보하기

[취재파일] 태풍, 더 강해지고, 더 느리고, 더 많은 비로 파괴력 커진다

안영인 기자 youngin@sbs.co.kr

작성 2018.06.02 08:50 조회수
프린트기사본문프린트하기 글자 크기
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태풍, 더 강해지고, 더 느리고, 더 많은 비로 파괴력 커진다
올해 북서태평양에서 발생한 태풍은 모두 3개다. 지난 1월 3일 필리핀 부근에서 발생해 베트남으로 향한 볼라벤(BOLABEN)이 1호 태풍이고 2월 11일 팔라우 부근에서 발생해 필리핀을 관통한 산바(SANBA)가 2호 태풍이다. 3호 태풍은 지난 3월 25일 괌 남쪽 먼 해상에서 발생한 즐라왓(JELAWAT)이다. 세 태풍 모두 한반도와는 아주 먼 곳에서 발생해 우리나라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었다.

3호 태풍이 발생한 지 두 달이 넘게 지났지만 서태평양은 여전히 잠잠한 상태다. 현재 서태평양에서 태풍으로 발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소용돌이는 보이지 않는다. 예년의 경우 서태평양에서 5월까지 2.3개의 태풍이 발생했던 점을 고려하면 올해는 예년에 비해 초기에 상대적으로 조금 많이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여름, 본격 태풍의 계절이 시작됐다. 올여름은 얼마나 많은 태풍이 발생할까? 우리나라에는 몇 개나 올까? 

기상청은 올여름에는 평년(11.2개)과 비슷하거니 약간 적은 9~12개 정도의 태풍이 발생해 이 가운데 2개 정도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평년(2.2개)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렇다면 지구온난화가 지속될 경우 21세기 말 태풍은 지금보다 더 강해질까 약해질까? 이동 속도는 어떻게 변할까? 강수량은 늘어날까?

미국과 노르웨이 공동연구팀은 2001년부터 2013년까지 13년 동안 멕시코 만과 그 주변에서 발생해 미국 대륙에 영향을 준 22개 허리케인에 대해 지역기후 모델을 이용해 두 종류의 실험을 했다(Gutmann et al.,2018). 하나는 현재의 기후 상태를 나타내는 자료를 이용해 태풍을 모의하는 실험을 하고 또 하나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않고 지금처럼 계속해서 배출하는 시나리오(RCP8.5)를 가정해 산출한 21세기 말(2070~2099) 기후 자료를 이용해 22개의 태풍을 다시 모의하는 실험을 했다. 현재 기후 상태에서 발생한 태풍이 만약 지구온난화가 진행된 21세기 말에 발생한다면 강도나 크기, 진로, 이동 속도, 강수량 등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보기 위해서다.

실험결과 같은 태풍이 21세기 말에 발생할 경우 태풍의 풍속이 현재보다 평균 6% 강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동 속도는 현재보다 평균 9% 느려지는 것으로 나왔고 강수량은 평균 24%나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구온난화가 지속될 경우 21세기 말에는 태풍의 중심기압이 떨어지면서 지금보다 바람이 더 강해지지만 이동 속도가 느려 특정 지역에 머무는 시간이 길고 비는 더 많이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는 뜻이다. 지금보다 파괴력이 훨씬 더 커지는 것이다.
미국 허리케인한 예로 2008년 멕시코 만과 접한 해안과 미국 내륙지방을 강타한 허리케인 아이크(Ike)의 경우 지구온난화가 진행된 21세기 말에 발생했다면 현재보다 풍속이 13%나 강해지는 반면 이동 속도는 17%나 느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수량은 34%나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일부 태풍에서는 전체 평균과 달리 바람이 조금 약해지거나 이동 속도가 조금 빨라지는 경우도 있었지만 강수량은 예외 없이 지금보다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행히 태풍의 크기 자체는 지금이나 21세기 말이나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분석됐다.

요약하면 이번 연구는 평균적으로 볼 때 지구온난화가 진행될수록 허리케인은 더욱 강력해지고 이동 속도가 느려지는데 강수량이 늘어나면서 피해가 급격하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강력해진 허리케인이 한 지역에 지금보다 더 오래 머물면서 더 많은 양의 비를 뿌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태풍과 허리케인은 발생하는 위치가 북서태평양이냐 아니면 멕시코 만을 비롯한 북서대서양이냐에 따라 붙여진 이름일 뿐 같은 열대성 저기압이다. 지구온난화가 진행될수록 태풍 역시 중심기압이 크게 떨어지면서 바람이 더 강해지고 이동 속도가 느려지고 강수량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지구온난화가 진행될수록 태풍이나 허리케인으로 인한 피해가 크게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태풍은 연평균 3.1개다. 평균적으로 여름철에 약 2개, 가을철에 약 1개 정도의 태풍이 영향을 미친다. 지난 2012년에는 태풍 '카눈'과 '산바', '덴빈', '볼라벤'까지 4개가 잇따라 북상해 전국 곳곳을 할퀴고 지나가기도 했다.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서 앞으로 한반도로 북상하는 태풍의 바람이 더욱 거세지고 한반도에 보다 오래 머물면서 더 많은 비까지 뿌리게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참고문헌>

* Ethan D. Gutmann, Roy M. Rasmussen, Changhai Liu, Kyoko Ikeda, Cindy L. Bruyere, James M. Done, Luca Garrè, Peter Friis-Hansen, Vidyunmala Veldore. Changes in Hurricanes from a 13-Yr Convection-Permitting PseudoGlobal Warming Simulation. Journal of Climate, 2018; 31 (9): 3643 DOI: 10.1175/JCLI-D-17-03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