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총리 실각 유력…야당, 불신임안 과반지지 확보(종합)

집권당의 부패 스캔들로 궁지에 몰린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의 실각이 유력시됩니다. 스페인 하원에 국민당 정부에 대한 불신임안을 제출한 사회당이 재적 의원의 과반 지지를 확보했기 때문입니다.

의회 표결에서 내각 불신임이 실제로 의결되면 현 제1야당인 중도좌파 사회당이 집권하게 됩니다.

31일(현지시간) EFE통신 등 스페인 언론들에 따르면, 국민당(PP) 정부에 대한 불신임안을 하원에 제출한 사회당은 하원 전체 의석 350표 중 과반인 180표의 지지를 확보했습니다.

스페인 제1야당인 사회당은 라호이 총리가 이끄는 국민당의 부패 스캔들을 이유로 지난주 내각 불신임안을 하원에 제출했습니다.

스페인 법원은 국민당이 조직적이고 불법적인 방식으로 정치자금을 모았다면서 29명의 전직 국민당 소속 각료 등 핵심당원들에게 최근 무더기 유죄판결을 내렸습니다.

국민당 인사들이 기업인 프란치스코 코레아에게 각종 공공계약 관련 특혜를 제공하는 대가로 불법자금과 뇌물을 받아 무더기로 유죄판결을 받은 이 스캔들은 스페인 역사상 최대 부패 사건으로 꼽힙니다.

라호이 총리는 스페인 현직 총리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지난 7월 이 사건과 관련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습니다.

제1야당인 사회당은 다른 당들과 힘을 합쳐 라호이 총리를 끌어내리고 페드로 산체스 사회당 대표를 총리로 선출한다는 구상입니다.

산체스 대표가 라호이 총리를 밀어내고 새 총리가 되기 위해서는 하원 전체 의석의 과반인 최소 176표가 필요합니다.

사회당의 하원 의석은 84석이고, 내각 불신임에 찬성하는 급진좌파 정당 포데모스는 67석입니다.

스페인 정부의 카탈루냐 지방에 대한 강경책에 반대하는 카탈루냐의 분리독립 정당까지 합치면 불신임안 지지표는 과반인 176표에서 한 표 모자라는 175표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캐스팅보트는 바스크국민당(PNV)이 쥐게 돼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스페인 하원에 5석을 가진 이 당은 이날 산체스 사회당 대표의 의회 연설을 들은 뒤 내각 불신임안에 당론으로 찬성한다고 발표했고, 이로써 국민당 정부에 대한 불신임안 지지표는 과반이 넘는 180표가 됐습니다.

스페인 하원은 6월 1일 전체회의에서 국민당 정부에 대한 불신임안을 투표로 결정할 예정이며, 이변이 없는 한 통과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라호이 총리가 하원에서 불신임이 의결되면 제1야당인 산체스 사회당 대표가 즉각 새 총리가 됩니다.

반면에 총리가 의회의 불신임 의결 전에 사임할 경우에는 새 총리가 선출될 때까지 과도정부 체제가 가동됩니다. 이 경우 새 정부 구성까지 정국 혼란이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집권당인 국민당은 그러나 라호이 총리의 사임설이 제기되자 불신임 의결 전에 사퇴하는 일은 없다면서 진화에 나섰습니다.

마리아 돌로레스 데 코스페달 국민당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라호이 총리는 사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