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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살아난 伊 연정 '불씨'…정국 혼란 소강에 금융시장도 진정세

지난 3월 4일 총선 후 3개월 가까이 무정부 상태가 지속되며 극도의 혼란에 빠진 이탈리아 정국이 잠시 소강 국면으로 접어든 모양새다.

꺼진 불로 여겨지던 연정 구성 가능성이 되살아 나면서다.

최대 정당인 반체제 오성운동은 극우정당 동맹과의 연정 구성을 재시도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 변화에 맞춰, 새로운 총리 지명자는 내각 구성 작업을 보류했다.

정정 불안에 따른 이탈리아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탈퇴 가능성이 부각되며 직격탄을 맞은 금융시장도 이날은 다소 진정되는 기미를 보였다.

오성운동의 루이지 디 마이오 대표는 재선거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한 마지막 방책으로 동맹과의 공동 정부를 구성하는 방안을 재추진하려 하고 있다고 뉴스통신 ANSA 등 현지 언론은 30일(현지시간) 전했했다.

오성운동은 동맹과의 연정 출범이 무산된 단초가 된 경제장관 자리에 새로운 사람을 앉히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 마이오 대표는 또한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에 대한 탄핵 추진 방침도 철회했다.

ANSA통신은 디 마이오 대표가 이날 오전 대통령궁을 찾아 마타렐라 대통령과 면담했다고 보도했다.

연정을 재추진하는 방안 등이 의제에 오른 것으로 추정된다.

오성운동의 입장 변화로 다시 연정이 구성될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제기되자, 마타렐라 대통령에 의해 과도 정부를 이끌 총리 후보로 임명된 카를로 코타렐리 지명자도 각료 구성 작업을 보류한 채 상황 전개를 주시하고 있다.

코타렐리 지명자는 전날 오후에 이어 이날 오전에도 마타렐라 대통령을 만났으나, 각료 명단을 제출하지 않았다.

그는 이날 내놓은 성명에서 "정치인들이 주도하는 연정의 탄생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이 최근 대두됐다"며 "이런 상황과 시장의 동요를 고려해 사태의 진행을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정국 혼돈에 맥을 못추던 금융 시장도 이날은 정국이 관망세에 접어든 것과 맞물려 다소 회복했다.

4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던 국채 10년물 금리가 하락세로 돌아섬에 따라 독일과 이탈리아 10년물 국채 금리 차(스프레드) 역시 265bp까지 떨어졌다.

밀라노 증시의 FTSE MIB 지수도 2.09% 반등했다.

이탈리아 정국은 오성운동과 동맹의 포퓰리즘 연정 탄생이 임박한 상황에서 마타렐라 대통령이 지난 27일 반(反) 유럽연합(EU) 성향이 강한 경제학자 파올로 사보나의 경제장관 임명에 제동을 걸며 큰 혼돈에 빠져들었다.

마타렐라 대통령이 사보나의 승인을 거부하자 포퓰리즘 연정의 총리 후보였던 주세페 콘테가 전격 사임했다.

이에, 격앙된 오성운동과 동맹은 대통령이 시장과 유럽연합(EU)의 위협에 굴복해 민의를 저버렸다고 주장하며 연정 출범 노력을 중단한다고 선언한 바 있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이후 국제통화기금(IMF) 고위관료 출신으로 엄격한 재정 지출의 신봉자인 코타렐리를 중립적인 관료들로 구성된 과도내각을 이끌 임시 총리로 지명해 정국 수습에 나선 상황이다.

하지만, 코타렐리 내각이 의회 신임투표를 통과할 가능성이 희박한 만큼, 결국은 재선거가 유력한 다음 수순으로 꼽혀왔다.

최근의 정당별 지지율을 감안하면 재선거를 치러도 유로존 탈퇴 가능성이 높은 포퓰리즘 세력이 여유있게 집권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림에 따라 이탈리아와 유럽 금융 시장은 심하게 요동쳤다.

이탈리아에서는 전날 독일과 이탈리아 10년물 국채 금리 차(스프레드)는 오전 한때 320bp까지 치솟고, 밀라노 증시가 닷새째 급락세를 지속하는 등 금융 시장이 공황 상태에 빠진 바 있다.

그러나, 연정 재추진을 원하는 오성운동과 달리 동맹의 마테오 살비니 대표는 "대통령은 가능한 빨리 새로운 선거 날짜를 정해야 한다"고 촉구, 연정 재구성보다는 총선을 다시 치르는 쪽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살비니 대표는 가능하면 빨리 선거를 실시해 이탈리아인들이 현재 벌어진 일에 대해 심판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도 7월 재선거 방안은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탈리아인들에게 휴가는 신성불가침한 것일 뿐 아니라, 이 시기에는 유권자 상당수가 선거구를 떠나 계절노동자로 일한다"며, 투표율 하락 등에 대한 우려로 7월 선거를 꺼리고 있음을 드러냈다.

이탈리아 정가에서는 코타렐리 내각이 의회 신임투표를 통과하지 못하면, 7월 29일에 재총선이 실시되는 방안이 유력하다는 설이 돌고 있다.

한편, 살비니 대표가 재투표를 선호하고 있는 것은 최근 지지율 상승세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동맹은 25% 안팎의 지지율을 기록, 주가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동맹은 지난 총선 때에는 약 17%의 표를 얻었다.

이런 흐름이 지속될 경우 동맹이 주축이 된 우파연합이 재총선 때에는 과반 의석을 얻어 단독으로 집권하는 것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전망된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 정당 전진이탈리아, 극우정당 이탈리아형제들(FDI) 등 우파 정당 4곳이 손을 잡은 우파연합은 3개월 전 총선 당시에는 합계 37%를 득표했다.

오성운동의 경우 총선 때 득표율과 비슷한 수준인 32%대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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