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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드레김 떠난 지 8년…슈퍼모델, 그를 기리다

앙드레김 떠난 지 8년…슈퍼모델, 그를 기리다
드레스를 수놓은 화려한 패턴, 풍성한 디자인, 한쪽으로 물결진 웨이브와 업스타일의 헤어, 그리고 흰색 의상을 차려입은 남녀 모델이 머리를 맞대는 마지막 포즈까지. 앙드레김은 떠났지만, 서울의 밤하늘 아래에서는 그의 의상들이 다시 한번 살아 숨 쉬었다. 그를 사랑하고 잊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노력으로.

30일 오후 7시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 상상공간 뮤지엄에서 故 앙드레 김 추모 패션쇼 '리마인드 앙드레 김(Remind Andre Kim)'이 펼쳐졌다. 고인이 떠난 지 8년 만에 이뤄진 추모 패션쇼였다.

故 앙드레김은 지난 2010년 8월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그동안 몇 차례 논의만 됐던 앙드레 김 패션쇼가 이번에 성사된 데는 SBS 슈퍼모델 대회 입상자들의 모임인 아름회(회장 김효진)의 노력이 컸다. 아름회 모델 회원들은 과거 앙드레 김 패션쇼 무대에 섰던 것을 추억하며 이번 쇼를 직접 기획, 재능기부로 무대를 꾸몄다.

‘리마인드 앙드레 김’ 패션쇼는 아름회가 주최하고, 전시기획사 마하나임라이브와 상상공간 뮤지엄이 주관하며 유니세프가 후원한다. 생전에 자신의 명성과 재능을 지구촌 어린이를 위해 아낌없이 기부한 앙드레 김의 숭고한 뜻을 되살려, 패션쇼 관람객들이 유니세프 후원에 동참하도록 독려한다는 좋은 취지를 담고 있다.

김병찬 아나운서의 진행으로 패션쇼가 시작됐다. 지난 2000년 슈퍼모델 선발대회에 입상해 현재 아름회의 회장을 맡고 있는 모델 김효진은 “무대에 서보기만 했던 사람들이 무대를 직접 준비하다보니 미흡한 점이 많았다. 앙드레김 선생님이 돌아가신 이후에 모델들이 마음속에 바람만 갖고 있던 걸 현실로 만들어 준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이번 추모 패션쇼가 성사될 수 있게 도와준 모든 이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이어 “앙드레김이란 디자이너가 그저 한시대에 유명했던 디자이너가 아니라, 가까이에서 일했던 사람들의 마음속에 아직 남아있고.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디자이너라는 걸 기억해주시길 바란다”며 고인을 추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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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추모 패션쇼에는 ‘앙드레 김 패션쇼’ 하면 떠오르는 모델 박영선을 비롯해, 이종희 정재경 율라 박효선 박순희 이정아 김태연 정다은 김효진 송은지 정경진 양은영 등 반가운 얼굴들이 함께했다. 배우 오지호, 정은우, 허정민, 장지우, 핸드볼 선수 출신 최현호 등 고인의 생전 쇼에 섰던 셀럽들도 무대에 올랐다. 여기에 2017슈퍼모델 김수빈, 선은지, 손현우도 런웨이에 참여, 막내들의 재기발랄한 워킹을 선보였다.

이번 패션쇼는 용산 아이파크몰 7층 ‘상상공간 뮤지엄’ 오픈 기념행사로 마련됐다. 이곳의 첫 전시가 될 반 고흐와 폴 고갱의 작품이 고 앙드레 김의 명화 시리즈 의상에도 프린트돼 선보인 것이 연결고리가 됐다. 이날 모델들은 고인의 명화 시리즈 의상을 다시 입고 무대에 올라 의미를 되새겼다.

패션쇼에서는 일반인들에게도 친숙한 고인의 의상이 소개됐다. 고인이 생전에 디자인한 원피스와 슈트, 드레스 등 60여 벌이 봄 밤의 추모 무대를 화려하게 수놓았다. 특히 앙드레김의 뮤즈, 모델 박영선은 쉰의 나이에도 여전한 외모와 당당한 워킹으로 시선을 압도했다. 한국 고유의 창소리에 맞춰 겹겹이 입은 의상을 하나씩 벗어던지는 퍼포먼스는 특히 압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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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날레에서 흰색의 의상을 차려입은 오지호와 김효진은 앙드레김 패션쇼의 트레이드 마크인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두 사람은 무대 끝에서 서로를 끌어안았고, 오지호는 김효진의 이마에 살며시 입맞춤을 했다. 그리고 아련하게 정면을 응시했다.

이번 쇼는 스태프도 그대로였다. 앙드레 김의 첫 패션쇼에서 마지막 패션쇼까지 연출한 모델센터 도신우 회장이 연출을 맡았고, 고인이 생전에 함께 했던 헤어 메이크업팀(현실고 원장)을 비롯해 각 부문 스태프들이 다시 모인 오리지날 팀이 당시 패션쇼를 재연했다.

또 고인의 가족과 가족 같은 의상실 식구들도 머리를 맞댔다. 비록 고인은 세상에 없지만, 그의 아들이자 현재 ‘앙드레 김 아뜰리에’를 이끄는 김중도 대표가 아름회와 함께 지난 3월부터 예전 자료와 기억을 토대로 고인의 패션쇼를 생생하게 재연하기 위해 준비해왔다.

김중도 대표는 "사실 8년 동안 고민을 많이 했다. 패션쇼를 원하는 분도 많고 저도 아들된 입장에서 하긴 해야하는데, 쉽지가 않았다. 그러다 시간이 8년이 흘렀다. 이렇게 기회를 주셔서 새롭게 시작해보려 한다"며 추모 패션쇼를 무사히 마친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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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표적인 패션 디자이너였던 앙드레김은 1994년부터 2010년 별세하기 전까지 15차례의 자선 패션쇼를 비롯해 자선바자를 위한 의상 기증, 광고모델료와 디자인료 기부 등으로 10억 원 이상의 기금을 유니세프한국위원회에 전달했다. 개인적으로도 기부를 계속해 유니세프한국위원회에 1억 원 이상을 기부한 고액 후원자 모임 ‘아너스클럽'의 3번째 회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 뜻을 살리기 위해 이번 패션쇼는 고인이 특별 대표로 있는 유니세프와 함께 기부 패션쇼로 진행됐다.

이날 ‘리마인드 앙드레김’ 런웨이에는 이상봉, 장광효, 신장경, 황재근 등 유명 디자이너들과 송재희-지소연 부부, 모델 이선진, 고예슬, 최유솔, 노재희 등이 참석했다. 또 가수 더원이 특별 공연을 펼쳐 눈뿐만 아니라 귀까지 황홀한 순간을 선사했다.

고인은 일반 대중에게도 친숙한 디자이너였다. 1세대 남성 디자이너이자 패션계 거장으로 존경받은 것 외에, 다양한 방송에 출연하며 대중에게도 얼굴을 알렸다. 흰색만을 입는 특유의 패션감각과 독특한 말투는 지금도 회자된다. 이런 고인의 생전 모습에 걸맞게, 이번 패션쇼는 쇼핑몰의 오픈된 공간에서 진행됐다. 그래서 오가는 누구든 패션쇼를 관람할 수 있었다. 그렇게 앙드레김은 여전히 우리 곁에 있었다.

(SBS funE 강선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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