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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장타 1위 김아림 "시원하고 당당하게…첫 승 임박"

[취재파일] 장타 1위 김아림 "시원하고 당당하게…첫 승 임박"
"드라이버 샷 잘 맞으면 300야드까지…허석호 코치 만나 실력 업그레이드"
"박성현 언니랑 비교 영광스럽지만 스타일은 전혀 달라"
"코스 세팅은 길수록 좋아…첫 우승은 메이저대회에서"

175cm의 큰 키에 웨이트로 단련된 근육질 몸매에서 뿜어내는 장타에 팬들의 환호성이 터집니다. 백스핀이 걸리며 홀 쪽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아이언 샷의 퍼포먼스도 남자 선수 못지않습니다. 무엇보다 상대와 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는 카리스마 넘치는 표정과 분위기가 압권입니다. 한국 여자프로골프, KLPGA 투어에서 박성현의 뒤를 이을 재목으로 꼽히는 김아림 선수 이야기입니다.

김아림은 1995년생으로 김효주와 고진영, 김민선, 백규정 등과 동갑내기지만 오랜 무명 시절을 보냈습니다. 주니어 시절 국가대표나 상비군에 선발된 적도 없습니다. 동갑 친구들이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KLPGA 투어와 미국 LPGA 투어에서 이름을 날릴 때 김아림은 국내 2부 투어에서 눈물 젖은 빵을 씹으며 차곡차곡 내공을 쌓았습니다. 2부 투어 시절 박성현과 몇 차례 같은 조에서 쳐 본적이 있다는 그녀는 기자와 만나 당시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습니다.

"성현 언니도 그때는 '드라이버샷 입스(yips)'로 고생할 때였고 저도 샷이 좌우로 춤을 출 때여서 언니랑 저랑은 나란히 페어웨이를 걸으면서 대화할 일이 거의 없었어요. 티샷 치면 언니는 왼쪽, 난 오른쪽으로 공이 날아가니까 각자 자기 공 찾아가고 나중에 그린에서 만났거든요(웃음). 어쩌다 서로 드라이버 샷 잘 맞으면 거리는 언니랑 비슷하게 나갔던 것 같아요."

2013년 18살에 프로에 입문한 김아림은 드림투어(2부) 3년 차이던 2015년 2승을 올리며 이듬해 KLPGA 정규투어 풀시드를 따냈습니다. 정규투어에 올라와서도 2016년 상금 랭킹 47위, 2017년 49위에 머물며 장타력에 비해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던 그녀가 올해 들어 확 달라졌습니다. 시즌 10개 대회에 출전해 절반인 5차례 톱10에 올랐고, 최근 3개 대회 연속 '톱3', 2주 연속 준우승 등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습니다. 아직 시즌이 절반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시즌 상금이 2억 9천만 원(상금랭킹 3위)을 넘어 지난 2년간 벌어들인 누적 상금보다 많습니다. 김아림이 이처럼 갑자기 업그레이드된 비결은 뭘까요?
김아림
그녀는 우선 허석호 코치에게 공을 돌렸습니다. 지난해부터 허석호 프로를 만나 스윙을 교정하면서 비거리가 10야드 더 늘게 됐고 경기 운영 요령이나 쇼트 게임 기술, 퍼팅 스트로크 노하우 등을 배운 것이 좋은 성적으로 이어졌다는 것입니다. 허석호 프로는 "김아림은 당장이라도 미국 LPGA 투어 메이저대회에서 우승 경쟁을 할만한 스윙과 체격 조건을 갖췄다"며 잠재력과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김아림은 지난겨울 하루 2시간씩 지옥 훈련으로 불리는 '피지컬 클리닉'을 받으면서 근육량이 3kg 늘어나 몸의 밸런스도 아주 좋아졌습니다. 당연히 샷의 비거리도 늘었습니다. 현재 평균 드라이버드 샷 거리가 263. 83야드로 투어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2016년 7승을 올리며 국내 무대를 평정했던 박성현의 당시 평균 드라이브 샷 거리(265.59야드)와 맞먹는 수치입니다. 특히 김아림은 티샷을 칠 때 드라이버보다 3번 우드를 더 많이 잡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장타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느낄 수 있습니다.

"저는 드라이버 샷의 헤드 스피드가 103~105마일 정도 나오는데, 드라이버로 290야드까지 쳐봤어요. 뒷바람 불고 내리막이면 굴러서 300야드 이상도 나가죠. 그런데 드라이버를 너무 멀리치면 페어웨이 지역 넘어가서 안 좋은 자리로 떨어질 때도 있기 때문에 일부러 3번 우드를 자주 치는거에요. 그래서 저는 전장이 긴 코스 세팅 좋아해요. 드라이버 맘대로 칠 수 있고 돌아가지 않아도 되니까요. 그런데 이런 얘기 하면 언니들한테 혼나요. 야! 너 같은 애들땜에 자꾸 길어지잖아! 그런 얘기 좀 하지 말라고~~(웃음)"

김아림은 '제2의 박성현'이라는 주변의 평가에 대해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습니다.

"그런 평가 해주신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죠. 그런데 성현 언니랑 저랑 플레이 스타일은 엄연히 달라요. 둘이 느낌 자체도 다르고 스타일도, 보는 시야도, 공략하는 포커스도 전혀 다른 것 같아요. 아, 거리가 많이 나간다는 점만 비슷한 것 같아요. 아마 구질도 다를걸요? 굳이 더 설명하자면 성현 언니는 그린 근처로 몰고 가서 쇼트 게임으로 마무리하는 스타일이고, 저는 세컨 샷에서 승부를 보기 위해 아예 티 샷부터 홀까지 남을 거리를 계산해서 치는 스타일이죠. 물론 미국 가서 성현 언니 플레이 스타일이 달라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랑 쳤을 때는 그런 스타일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같은 파5인데도 가는 루트가 달랐던 걸로 기억해요. 언니는 항상 핀을 보고 바로 쐈던 걸로 기억하고 저는 항상 편한 자리를 찾아갔죠."

김아림에게 가장 자신 있는 샷은 '웨지 샷'입니다.

"140야드에서 40야드 안쪽으로 들어가면 거의 버디 찬스라고 생각해요. 100야드 이내면 2m 안 쪽으로 붙일 생각을 하고 100야드 이상 넘어가면 5m 안 쪽을 보고 쳐요."

김아림은 지난 20일 끝난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의 경험이 아주 소중한 자산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모두 7개 매치를 했는데 한 선수, 한 선수 상대하며 느끼고 배운 게 많았어요. 김지현 언니, 김자영 언니, 이승현 언니, 그리고 박인비 언니…특색이 아주 강한 선수들이랑 맞붙었잖아요. 김지현 언니는 깔끔한 스타일이고, 김자영 언니는 웃으면서 인사했다가 경기 시작하면 눈빛이 냉정한 승부사로 변하는 '매서운' 스타일, 그리고 마지막 결승 상대 박인비 언니는? (잠깐 하늘을 올려보며) 정말 빈틈이 없더군요. 퍼터를 정말 잘하셨어요. 차분한 경기 운영과 위기관리 능력이 정말 최고였어요. '아, 저러니까 세계 1위를 하는구나' 생각했죠."
김아림과 박인비
세계 랭킹 1위 박인비와 결승전에서 압박감은 크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인비 언니는 정말 훈훈하고 푸근했어요. 매치플레이는 서로 기 싸움을 해야 하는데 인비 언니는 상대 신경 안 쓰고 오직 자신의 플레이에만 집중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편안하게 제 플레이를 할 수 있었죠. 당시 언니 컨디션이 그리 좋아 보이진 않았어요. 그래서 내가 공략만 잘하면 이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계속 플레이했던 것 같아요. 저는 도전하는 입장이고 잃을 게 없잖아요. 저보다 언니가 받는 부담감이 더 크구나 느끼면서 경기했어요."

그러면서 '컨시드'(짧은 거리 퍼트가 남았을 때 성공한 것으로 상대가 인정해 주는 것) 얘기를 꺼냈습니다.

"박인비 언니와 경기를 마치고 주변에서 제일 많이 받은 질문이 '왜 컨시드를 그렇게 후하게 줬냐? 대선배 앞에서 너무 주눅 든 거 아니냐?' 이런 거였어요. 저는 그냥 언니가 그 정도 거리는 실패할 것 같지 않아서 컨시드 드렸던 것 뿐이에요. 3m 안팎의 거리를 다 넣어서 파 세이브를 하셨는데, 1m 남짓한 오르막 퍼트를 못 넣을 거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더라고요."

김아림은 김자영과 8강전이 가장 기억에 남는 매치였다고 털어놨습니다.

"자영 언니가 왜 '매치 퀸'으로 불리는지 실감했어요. 눈빛이 확 바뀌더라고요. 시작할 때 막 웃으면서 재미있게 치자고 인사했는데 티샷치고 걸어갈 때 보니까 웃음기 싹 사라지고 표정이 아주 매섭게 변했어요. 컨시드도 되게 빡빡했고, 마크 옮겨 달라는 말 한마디도 아주 싸늘하게…(웃음) 그런 말투는 처음 들어봤어요. '와, 이 언니 진짜 세다! 아, 매치플레이는 이렇게 하는 거구나'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무서웠지만진짜 프로답고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많이 배웠죠."

지난 주말 E1 채리티 오픈 2라운드에서 8언더파를 몰아친 김아림은 장타 덕분에 골프가 확실히 쉬워졌다고 합니다.

"작년까지는 파4홀 10개 중에 4개 홀 정도만 세컨 샷을 웨지로 쳤는데 올해는 거의 매 홀을 웨지로 세컨 샷 치는 것 같아요. 당연히 버디 찬스도 더 많아지는 거죠."

생애 첫 우승에 점점 다가서고 있는 김아림은 "우승은 운도 따라줘야 한다"며 "꾸준히 톱10에 들다 보면 기회가 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기왕이면 메이저대회인 기아차 한국여자오픈이나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 좋겠다"는 희망도 얘기했습니다.

"한국여자오픈은 어렸을 때부터 제가 꿈을 키운 대회죠. 올해가 세 번째 출전인데, 첫해 8위가 최고성적이었어요. '베어즈 베스트 청라'는 러프에 공이 들어가면 파 세이브가 힘든 코스인데 러프에서 잘 빠져나오는 기술적인 면을 좀 보완해야 할 것 같아요. 그게 지금 저에겐 가장 큰 고민이고 숙제인 것 같아요. 하이트 대회는 블루 헤런 코스가 길고 남성적이어서 제 장점을 살릴 수 있는 게 마음에 들어요."

김아림은 팬들에게 어떤 선수로 불리고 싶냐고 묻자 즉석에서 딱 세 단어를 언급했습니다.

"시원하다! 당당하다! 그리고 매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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