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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폭염 속 차량에 방치된 아이, 그늘에 주차해도 위험하다

[취재파일] 폭염 속 차량에 방치된 아이, 그늘에 주차해도 위험하다
5월 하순이지만 기온은 이미 한여름 못지않게 올라가고 있다. 곳곳의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넘나들고 있다. 기온이 큰 폭으로 올라가는 여름철이 되면 어린 아이들이 폭염 속 차량에 방치됐다가 목숨까지 잃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을 때가 있다.

폭염 속에 차량을 세워둘 경우 기온은 얼마나 올라갈까? 차량 형태나 크기, 차량을 세워두는 위치(땡볕 또는 그늘), 세워두는 시간에 따라 실내 온도나 기기 표면 온도는 어떻게 달라질까? 특히 어린 아이가 차에 방치됐다면 피부온도가 아니라 몸속 체온인 심부온도(core temperature)는 얼마나 상승할까? 차량을 주차해두는 장소나 차량 크기 등에 따라서는 어떻게 달라질까? 사고가 발생할 경우 방송에서도 가끔 실험을 하는 경우가 있지만 미국 연구팀이 여름이면 뜨겁기로 소문난 애리조나 주 템피(Tempe)에서 실험을 했다(Vanos et al., 2018).

연구팀은 은색의 중형 세단과 소형 세단, 그리고 미니밴을 땡볕과 그늘에 각각 세워놓고 1시간 동안 자동차 내부 온도가 얼마나 올라가는지 비교 실험했다. 차량을 폭염 속에 세워둔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 정도까지 다양하게 설정했다. 실험 당일 기온은 화씨로 100도, 섭씨로는 37.8도 정도였다. 차를 1시간 정도 주차하는 것을 가정한 것은 보통 1시간 정도의 쇼핑 시간을 고려한 것이다

연구팀은 특히 2살짜리 남자 아이가 차량에 방치된 것을 가정해 실험했다. 다양한 상황에서 시간에 따라 차량 내부 온도가 올라가고 차량 내부 온도가 올라감에 따라 어린 아이의 심부온도가 어느 정도의 속도로 얼마나 상승하게 되는지 에너지 평형 이론 등을 이용해 산출했다. 차량에 방치된 어린 아이가 다양한 상황에서 얼마나 빨리 어느 정도로 심각한 고체온증에 빠질 수 있는지 산출해 본 것이다.

실험결과 차량을 1시간 동안 땡볕에 주차할 경우 차량 내부 온도는 평균적으로 46.7℃까지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부 온도가 1시간 만에 외부 기온보다 10℃ 가까이 급격하게 올라간 것이다. 특히 대시보드는 69.4℃까지 뜨겁게 달아올랐다.

69.4℃는 달걀을 깨어 놓으면 그대로 익고 살모넬라균이 죽고 사람 피부도 검거나 하얗게 타고 피하지방까지 손상될 수 있는 3도 화상이 생길 정도라고 연구팀은 설명하고 있다. 또 운전대는 평균 52.8℃, 좌석도 외부 기온보다 13℃ 가까이 높은 50.6℃까지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뒷자리 카시트에 앉아 있는 어린 아이의 경우 50℃ 안팎까지 뜨겁게 달아오른 시트에서 열이 몸으로 전달되고 46.7℃까지 올라간 차량 내부 온도의 영향으로 심부온도가 39.1℃도까지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1시간 만에 아이의 심부온도가 평균 2.3℃나 올라간 것이다(아래 그림 참조). 아이가 땡볕에 주차된 차량에 방치될 경우 1시간도 안돼 고체온증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1시간 주차 시 차량 내부 온도(자료:애리조나 주립대학교, Vanos et al. 2018)
차량을 그늘에 주차한 경우는 땡볕에 주차한 경우보다 온도가 낮기는 했지만 여전히 온도는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시보드는 평균적으로 47.8℃까지 올라갔고 운전대는 41.7℃, 앞좌석은 40.6℃까지 올라갔다. 차량 내부의 온도가 올라가면서 어린 아이의 심부온도 또한 평균 38.2℃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됐다.

시원하다고 생각하는 그늘에 주차를 해 놓더라도 1시간 동안 아이의 심부온도가 평균 1.4℃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땡볕이 아니라 시원한 그늘에 주차를 하더라도 여름에 어린 아이가 차 안에 방치될 경우 1시간 정도만 지나도 고체온증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짧은 시간 그늘에 주차하더라도 아이가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뜻이다.

특히 이 같은 속도로 아이의 심부온도가 올라갈 경우 땡볕에 주차한 경우 평균적으로 1시간 26분이 지나면 심부온도가 40℃를 넘어서고 그늘에 주차를 한 경우라도 2시간 24분이 지나면 심부온도가 40℃도를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부온도가 40℃도를 넘어서면 단순한 고체온증이 아니라 어른의 경우도 중추신경까지 손상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편 실험을 진행한 미국 애리조나 주는 건조한 지역이다. 반면 우리나라 여름철은 습도가 매우 높다. 애리조나 폭염이 건식 사우나라면 우리나라 폭염은 습식 사우나에 해당한다. 어린 아이가 차량에 방치될 경우 우리나라의 경우 실험결과보다 더욱 짧은 시간, 더욱 낮은 온도에서도 더욱더 치명적일 수 있다는 뜻이다.

전반적으로 차량 크기에 따라 같은 조건에서도 차량 내부 온도가 올라가는 정도가 조금씩 달랐는데 평균적으로 소형차의 경우는 중형차나 미니밴에 비해 차량 내부 온도가 더 빠르게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는 연평균 37명의 어린이가 뜨거운 차 안에 방치된 채 숨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도 여름철이면 종종 사고 소식이 들려온다. 보호자가 깜박하거나 주의를 소홀히 한 사이에 어린 생명이 목숨을 잃는 것이다. 시원한 그늘에 주차했다고 방심해서도 안 된다. 당연히 깜박해서도 안 되고 주의를 소홀히 해서도 안 되겠지만 만에 하나 어린 아이가 차에 방치되더라도 이를 빨리 알아차리고 구할 수 있도록 관련 기술개발도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참고문헌>

* Jennifer K. Vanos, Ariane Middel, Michelle N. Poletti, Nancy J. Selover. Evaluating the impact of solar radiation on pediatric heat balance within enclosed, hot vehicles. Temperature, 2018; 1 DOI: 10.1080/23328940.2018.1468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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