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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 비웃는 황령산 노점…권리금 4천만 원·하루 200만 원 매출

"10년여 전에는 1천만원, 지금은 3천만∼4천만원" 부산 황령산 순환로 갓길에서 차량을 활용한 노점을 운영하는 데 드는 권리금의 최근 시세입니다.

황령산 순환로에서 17년째 노점을 하고 있다는 한 업주는 권리금의 시세를 알려주며 "여기는 아무나 와서 장사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며 그들만의 '카르텔'을 암시했습니다.

그는 "노점 하나가 늘면 구청의 단속이 강화되기 때문에 나머지 노점의 피해가 커진다"며 "권리금을 내고 기존의 노점을 사지 않는 이상 새 자리에서 장사할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다"고 경고했습니다.

엄연히 불법인 노점이 권리금까지 주고받으며 암암리에 거래되고 있는 셈입니다.

황령산 순환로는 해발 427m인 정상의 봉수대까지 이어지는 왕복 2차선 규모로, 총연장은 8.3㎞입니다.

부산 앞바다와 광안대교 등이 훤히 보이는 이른바 명당에는 어김없이 노점상이 자리 잡고 있고, 노점상은 모두 6개입니다.

노점상은 차도 갓길과 인도를 막론하고 1t 화물차 등을 장기 주차한 뒤 커피, 음료, 술, 안주, 과자 등을 파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경사로 인도에 자리 잡은 한 화물차는 아예 철제 차량 거치대를 차량 아래에 두고 쇠사슬과 자물쇠를 채운 데다 화물 운송에 사용하는 벨트로 경계석과 차량을 고정해놓았습니다.

구청에서 주정차 단속을 벌이고 있지만 순환로의 노점은 최소 10년 이상, 최장 30년 이상 거의 같은 자리에서 영업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업주는 "구청에서 단속을 나오면 잠시 차를 옮겼다가 다시 돌아와서 주차하면 된다"며 "과태료 3만∼4만 원은 내면 그만"이라고 말했습니다.

순환로 주변에는 수십 년 수령의 벚나무가 있는데 매년 봄에 벚꽃이 만개할 때는 노점 한 곳의 주말 하루 매출이 200만 원을 넘는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노점이 수십 년째 영업을 계속하며 현금 장사를 하는 동안 불편은 시민과 운전자들의 몫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일부 구간에서 인도에 간이 테이블과 의자를 두고 장사를 하다 보니 등산객이나 나들이객들은 인도가 아닌 도로로 나가서 걸어야 합니다.

한 커브 길에서는 좁은 차선의 갓길에 1t 화물차를 둔 탓에 순환로를 오르내리는 차량이 양쪽에서 엉켜 사고 위험이 상존합니다.

일주일에 한 번은 황령산에 오른다는 부산 시민 최모(42) 씨는 "노점에서 낮술을 마신 뒤 차를 몰고 내려가는 사람도 종종 목격했다"며 "경찰의 단속과 지자체의 정비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황령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강정순 고문은 "과거 단속을 엄격하게 했을 때 노점이 전부 사라진 적이 있었다"며 "관할 구청에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순환로를 관리하는 한 지자체 관계자는 "시민들이 불편을 겪지 않고 2차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강력한 단속을 지속해서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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