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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다시 뜨겁게!] '전설' 케이힐을 앞세운 '사커루(SOCCEROO)'의 도전

러시아 월드컵 참가국 분석 : C조 호주

[취재파일-다시 뜨겁게!] '전설' 케이힐을 앞세운 '사커루(SOCCEROO)'의 도전
지난 7일 열린 호주 월드컵 대표팀 예비 엔트리 발표 당시 가장 관심을 모은 것은 팀 케이힐의 발탁 여부였습니다. 케이힐은 호주 축구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최고의 스타지만, 마흔을 앞둔 나이(1979년 12월 생)와 극도로 떨어진 경기 감각 때문에 예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는 것도 장담할 수 없었습니다. 지난해 12월 호주 멜버른 시티와 계약을 해지하고 지난 1월 잉글랜드 챔피언십 밀월로 둥지를 옮긴 케이힐은 이후 10경기에서 단 65분간 출전하는데 그쳤습니다. 평균이 아닌 총 출전 시간이 65분으로, 말 그대로 경기 종료 직전 의미 없이 투입돼 잠깐 잠깐 그라운드를 밟은 셈입니다. 그렇지만 호주 판 마르바이크 감독은 주저 없이 케이힐을 선택했고 이렇게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케이힐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그는 8만 관중 앞에서 떨지 않고 경기를 할 수 있는 선수입니다. 마지막에 공격수를 선발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그를 뽑은 걸 후회하지 않습니다. 그는 특별합니다.” (“He can make a difference. He is a player who will not be nervous to play in front of 80,000 people. so I have to make a choice at the end about strikers and that'll not be easy but that's why I'm here so I'm not afraid of that he is a special case”)

● 호주의 월드컵사 = 케이힐의 월드컵사
호주 대표팀 통산 최다골에 빛나는 케이힐
2004년에 처음으로 대표팀에 뽑힌 뒤 케이힐은 호주의 월드컵 역사를 썼습니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나온 호주의 역사적인 첫 골과 첫 승은 케이힐의 발끝에서 만들어졌습니다. 2006 독일 월드컵 오세아니아 예선을 1위로 통과한 뒤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와 대륙간 플레이오프를 거쳐 본선 무대에 오른 호주는 일본과 첫 경기를 갖게 됐습니다. 1974년 한 차례 본선 무대를 밟았지만, 3경기에서 1골도 넣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던 호주는 32년 만에 나선 월드컵 첫 경기에서도 일본 나카무라 슌스케에게 선제골을 내주고 끌려갔습니다.

하지만, 패색이 짙어가던 후반 39분 케이힐이 역사적인 동점골을 터뜨렸습니다. 문전 혼전 상황에서 오른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어 호주의 월드컵 사상 첫 골을 기록한 뒤 특유의 복싱 세리머니를 선보였습니다. 케이힐은 5분 뒤 오른발 중거리 슛으로 역전 결승골도 뽑았습니다. 케이힐이 2골을 몰아치고, 후반 추가시간 존 알로이시의 쐐기골까지 더한 호주는 월드컵 도전 40년 만에(1966년부터 월드컵 예선 출전) 짜릿한 첫 승리를 거뒀습니다. 케이힐의 활약으로 첫 단추를 잘 꿴 호주는 1승 1무 1패로 조별리그를 통과해 16강 진출의 쾌거도 이뤘습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도 케이힐은 골 맛을 봤습니다. 조별리그 첫 경기인 독일전에서 레드카드를 받아 가나와 2차전에서 뛰지 못했던 케이힐은 세르비아와 마지막 3차전에서 속죄의 골을 터뜨렸습니다. 케이힐이 선제골을 뽑은 뒤 또 한 번 복싱 세리머니를 펼친 이 경기에서 호주는 남아공 대회의 유일한 승리를 거뒀습니다.

▲ 2014년 월드컵 최고의 골 중 하나로 꼽히는 케이힐의 네덜란드전 발리슛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케이힐의 활약은 눈부셨습니다. 스페인, 네덜란드, 칠레와 함께 죽음의 조에 속한 호주는 1승도 거두지 못했지만, 케이힐은 칠레와 1차전, 네덜란드와 2차전에서 연속 골을 뽑았습니다. 특히 네덜란드와 경기에서 터뜨린 그림 같은 발리슛은 대회 최고의 골 중 하나로 꼽히며 전 세계 축구팬들을 열광시켰습니다. 케이힐은 이렇게 3번의 월드컵에 걸쳐 첫 골과 최다 골, 3대회 연속골 등을 기록하며 호주의 월드컵 사를 썼습니다. 케이힐은 또 ‘사커루’가 이번 러시아행을 확정짓는 데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습니다. 비록 나이가 들고 경기 감각은 떨어졌지만, 케이힐에 대한 동료 선수들과 팬들의 기대와 애정은 남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제 마지막(이 유력한) 월드컵에서 케이힐은 4대회 연속 득점과 12년 만의 16강 진출이라는 또 하나의 역사에 도전합니다.

● 힘겨웠던 러시아행
C조 편성
호주가 러시아로 향하는 길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호주는 최종 예선 B그룹 첫 2경기에서 이라크, UAE에 2연승을 거뒀지만, 사우디아라비아와 원정 3차전부터 4경기 연속 무승부를 기록했습니다. 러시아행을 다투던 사우디와 일본은 물론 상대적 약체로 꼽히는 태국, 이라크와도 잇따라 비긴 호주는 이후 9차전 일본 원정에서는 패배를 기록하며 결국 사우디에 골득실에서 밀린 조 3위로 최종 예선을 마감했습니다.

이렇게 아시아 예선 플레이오프로 밀려난 호주는 A조 3위인 시리아와 홈 앤드 어웨이로 맞대결을 펼쳤는데, 여기서 케이힐의 활약으로 극적인 승리를 거뒀습니다. 1차전 원정에서 1대 1로 비긴 호주는 홈 2차전에서 전반 6분 만에 선제골을 내주며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전반 13분 케이힐이 동점골을 뽑아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습니다. 그리고 연장 후반 4분 케이힐이 다시 짜릿한 결승골을 터뜨려 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이렇게 힘겹게 대륙간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호주는 북중미의 온두라스를 상대로도 원정 1차전을 비긴 뒤 홈 2차전에서 이겨 천신만고 끝에 4회 연속 월드컵 행을 확정했습니다.

● 사령탑 교체 승부수!

예선에서 줄곧 불안한 모습을 보인 호주는 본선을 대비해 사령탑 교체라는 특단을 내렸습니다. 본선행을 이끈 포스테코글루 감독과 결별한 뒤, 남아공 월드컵에서 네덜란드의 준우승을 이끌었던 명장 판 마르바이크 감독에게 지휘봉을 쥐여 줬습니다. (판 마르바이크 감독은 아시아 최종예선에서는 사우디를 이끌며 호주를 3위로 밀어냈던 어제의 적장이자, 한국 축구 대표팀이 슈틸리케 감독을 선임하기 전 접촉했던 감독이기도 합니다.)
턱수염이 인상적인 호주 중원의 사령관 마일 예디낙
강력한 압박과 안정적인 수비, 날카로운 역습의 실리 축구를 중시하는 판 마르바이크 감독과 힘과 스피드가 좋은 호주 축구의 결합은 괜찮은 선택으로 보입니다. 맏형 케이힐과 더불어 호주 대표팀의 정신적인 지주이자 중원의 사령관인 마일 예디낙, 최종 예선에서 팀 내 최다 5골을 기록한 191cm 장신 공격수 토미 유리치, 2015 아시안컵 우승의 주역이자 대회 MVP에 뽑혔던 마시모 루옹고 등 실력과 경험을 겸비한 호주 선수들이 새로운 감독 아래 하나로 뭉친다면 2006년 독일에서 일으켰던 사커루의 돌풍이 러시아에서도 재현될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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