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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영화제, 여풍이 끼친 영향…쇄신과 변화의 원년될까

칸영화제, 여풍이 끼친 영향…쇄신과 변화의 원년될까
제71회 칸국제영화제가 10일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막을 내렸다.

지난 20일(현지시간) 오후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시상식 및 폐막작 상영을 끝으로 축제는 마무리됐다. 그랑프리인 황금종려상은 일본 영화 '만비키 가족'에게 돌아갔다.

'만비키 가족'은 할머니의 연금과 좀도둑질로 살아가는 한 가족이 홀로 추위에 떨고 있는 다섯 살 소녀를 데려와 가족으로 맞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아무도 모른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등으로 국내에서도 많은 팬을 확보한 고레에다 감독의 신작이다.

그간의 작품에서 가족의 해체와 화해를 다룬 소재를 즐겨 사용했던 고레에다 감독은 이번에도 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일본내 양극화 문제를 깊이 있게 다뤄 호평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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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칸영화제는 쇄신과 변화의 원년으로 봐도 무방하다. 전통과 권위라는 명분 아래 견고한 벽을 쳐온 칸영화제는 내,외부의 비판에 귀 기울인 듯 크고 작은 변화의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올해는 여풍이 강하게 불어닥쳤다. 호주 출신의 명배우 케이트 블란쳇을 심사위원장에 위촉한 것을 필두로 전체 9명의 심사위원 중 5명이 여성이었다.

앞서 티에리 프레모 집행위원장은 개막일 기자회견에서 "변화하는 세계에 보조를 맞추겠다. 변화는 칸영화제에서만 나타나는 게 아니고, 전 세계가 변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남성 중심의 영화제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수상작 선정은 성별보다는 예술성에 따라 결정된다"면서도 "심사위원회의 남성과 여성 비율을 개선하고 심사위원장에 여성을 더 위촉하겠다"고 말했다.

프레모 위원장은 "영화는 항상 남성들의 손에 있었다"며 "앞으로는 (여성제작자들이) 더욱 더 많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화제 기간 중에는 여성 영화인을 위한 의미있는 행사도 열렸다. 지난 12일 오후 올해 칸영화제 심사위원장인 케이트 블란쳇, 심사위원인 크리스틴 스튜어트, 레아 세이두 등을 포함한 82명의 여성 영화인이 영화계 내 성평등을 요구하는 행진을 펼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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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명이라는 숫자는 71년 칸역사에서 여성 감독이 만든 영화가 경쟁 부문에 초청된 수다. 반면 남성 감독은 1,645명이었다. 게다가 70년 영화제에서 여성 감독의 영화가 칸영화제 그랑프리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것은 1993년 영화 '피아노'(감독 제인 캠피온) 뿐이다.

올해도 성비에 따른 작품 비율은 남성이 압도적 우위를 보였다. 21편의 경쟁 부문 초청작 중 여성 감독의 영화는 3편 뿐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올해 경쟁 부문에 오른 여성 감독들의 작품의 수준이 하나같이 탁월했다는 것이었다. 그 결과 3편 중 두 편의 영화가 본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레바논 나딘 라바키 감독의 '가버나움'은 심사위원상, 이탈리아 알리체 로르바케르 감독의 '라자로 펠리체'는 각본상을 받았다.

반면, 영화제 후반부에 공개돼 강력한 수상권으로 점쳐진 '버닝'은 본상 수상에는 실패했다. 대신 평론가들이 수여하는 국제비평가연맹상과 기술 부문 최고상인 벌칸상의 영예를 안았다.

현지 상영 이후 호평 우위의 반응을 얻었음에도 본상 수상 실패한 이유에 대해서는 여성 심사위원들의 성향과 영화제가 내세운 변화의 흐름에 맞지 않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영화 속에서 여성을 그려낸 방식이 여성 심사위원들을 불편하게 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적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최근 칸영화제가 주제나 메시지가 분명하면서도 구체적인 작품을 선호하고 있다는 것도 적잖은 영향을 끼쳤단 분석이다.

 

(SBS funE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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