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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외국인 가사도우미' 손 놓은 정부…실태 파악도 못해

조양호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필리핀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 논란을 계기로 상류층에 불법 외국인 도우미가 만연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지만 정부는 기초적인 실태 파악조차 못 하고 있습니다.

14일 법무부 등에 따르면 출입국관리사무소 등 관계 당국은 국내에서 일하는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어느 정도인지 기본적인 통계조차 갖고 있지 않습니다.

이른바 '필리핀 가정부'가 1990년대부터 강남 등 '부자 동네'에 성행한 것으로 알려진 점을 고려하면 이런 문제에 당국이 그동안 손을 놓고 있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불법체류자는 2012년 17만7천854명에서 2016년 20만8천971명으로 5년 만에 17.4%가량 늘어났습니다.

그러나 이주노동자 인권전문가들은 200만 명이 넘는 국내 체류 외국인 중에 15∼20%인 30만∼40만 명이 미등록 체류자일 것으로 추정합니다.

인권단체들은 남성 이주노동자는 그나마 공장에서 단체로 일하지만, 여성 이주노동자들은 혼자서 가정집이나 마사지업소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아 심각한 인권침해를 당하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우려합니다.

가사도우미 소개업체 등에 따르면 필리핀 출신 가사도우미들은 보통 하루에 12시간 안팎 주 6∼7일을 일하면서 한 달 150만∼180만 원의 저임금에 시달리며, 폭언 등 '갑질'이나 성희롱·성추행도 자주 겪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불법 체류 신분으로 일까지 하고 있다는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 강제추방될 수 있다는 생각에 비인격적 대우를 당해도 혼자 속앓이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행법상 전면 불법인 비(非) 시각장애인 안마업소에서 일하는 동남아 여성들은 갑질 피해를 넘어 성범죄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도 큽니다.

하지만 관계당국으로서는 이들이 일하는 것 자체가 불법인 상황이라 인권 실태 점검에 나서기도 쉽지 않은 실정입니다.

전문가들은 불법인 줄 알면서도 돈 때문에 국내에 숨어 일하는 외국인 여성의 문제를 꼬집으면서도 불법체류자라는 신분을 이유로 인간 존엄까지 위협받는 상황에 내몰려서는 안 된다고 지적합니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강혜숙 공동대표는 "한진 총수 일가 논란을 계기로 당국이 기본적인 실태 파악이라도 해야 한다"며 "가사·돌봄 영역에 이주민 유입은 계속될 것이기에 이주민 인권에 대한 사회 인식 변화에 국가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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