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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굵은 미세먼지(PM2.5∼10), 뇌염·뇌종양 유전자 발현 촉진한다

[취재파일] 굵은 미세먼지(PM2.5∼10), 뇌염·뇌종양 유전자 발현 촉진한다
미세먼지가 호흡기질환과 심장병을 일으킬 뿐 아니라 뇌졸중과 치매, 파킨슨병, 뇌종양 같은 각종 뇌질환까지도 일으킨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초미세먼지(PM2.5)를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한 지 오래다. 그러면 어느 정도 크기의 미세먼지가 생물학적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각종 뇌질환을 일으키는 것일까?

미국과 독일 공동연구팀이 동물실험을 통해 어느 정도 크기의 미세먼지가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뇌질환을 일으키는지 조사했다. 지금까지 가능성을 제시한 경우는 많았지만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 크기의 미세먼지가 어떤 과정을 거처 뇌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지 생물학적으로 규명한 경우는 많지 않다.

연구팀은 쥐를 이용한 동물실험을 했는데 우선 미세먼지를 크기가 2.5~10 마이크로미터(μm)인 '굵은 미세먼지(PM2.5~10)', 크기가 2.5마이크로미터 미만의 '초미세먼지(PM2.5)', 크기가 0.25마이크로미터 미만인 '울트라초미세먼지(UFPM, Ultra-fine particulate matter)'로 나눠 실험했다. 물론 초미세먼지에는 울트라초미세먼지가 포함돼 있다.

연구팀은 실험동물을 굵은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울트라초미세먼지, 그리고 미세먼지를 걸러낸 공기에 노출시키는 방법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미세먼지를 포함한 공기는 모두 미국 캘리포니아 리버사이드 지역의 공기다. 특히 각각의 미세먼지에 카드뮴이나 코발트, 납, 니켈, 바나듐, 아연 등 각종 금속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도 분석했다. 니켈과 아연, 코발트, 납은 미세먼지 크기와 관계없이 3종류 미세먼지 모두에서 검출됐고 카드뮴과 바나듐은 굵은 초미세먼지에는 들어 있지 않고 초미세먼지와 울트라초미세먼지에서만 검출됐다.

연구팀은 실험동물을 세 종류의 미세먼지에 2주, 1~3개월, 길게는 12개월 동안 노출시킨 뒤 뇌에 어떤 금속이 얼마나 쌓이는지, 또 각각의 미세먼지에 노출될 경우 각종 질병을 일으키는데 관여하는 특정 단백질(유전자)의 양이 어떻게 변하는지 조사했다.

실험결과 2주 정도 미세먼지에 노출시킬 때까지는 미세먼지 크기에 관계없이 뇌에 금속이 의미 있을 정도로 쌓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1~3개월 노출시킨 뒤에는 미세먼지 크기에 관계없이 뇌에 각종 금속이 과학적으로 의미가 있을 정도로 쌓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니켈과 코발트, 아연 모두 울트라초미세먼지에 노출될 때 가장 많이 쌓였고 초미세먼지보다는 굵은 초미세먼지에 노출될 때 상대적으로 더 많은 양이 뇌에 쌓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것은 세 종류의 미세먼지에 1년 정도 길게 노출시킬 경우 뇌에 쌓이는 금속의 양은 미세먼지 크기와 관계없이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1~3개월 사이 뇌에 쌓이는 금속의 양이 늘어나는 것이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일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문제는 미세먼지에 노출될 경우 뇌에서 염증을 일으키는 유전자(EGR2, IL13Rα1, IL16)와 종양을 일으키는데 관여하는 유전자(RAC1)가 증가했다는 사실이다. 특히 초미세먼지나 울트라초미세먼지에 노출될 때보다 ‘굵은 미세먼지(PM2.5~10)’에 노출될 때 염증과 종양을 일으키는 유전자가 더욱 크게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뇌에서 염증이나 종양을 일으킬 가능성이 큰 미세먼지는 초미세먼지나 울트라초미세먼지보다 오히려 상대적으로 굵은 미세먼지라는 뜻이다. 특히 금속 가운데 니켈이 뇌에 많이 쌓일 때 염증이나 종양 관련 유전자가 더욱 의미 있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굵은 미세먼지(PM2.5~10)와 그 속에 들어있는 니켈이 뇌염이나 뇌종양을 일으킬 수 있는 유전자를 발현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연구팀은 추정했다.
뇌, 머리, 통증, 두통, 뇌종양 (사진=픽사베이)
연구팀은 미세먼지와 니켈 같은 금속이 뇌까지 침투하는 길은 두 가지로 보고 있다. 우선 호흡을 통해 침투할 수 있는데 숨을 쉴 때 폐로 들어간 미세먼지와 금속이 혈액 속으로 녹아 들어가고 이것이 혈관을 따라 뇌로 들어가는 길이다. 또 한 가지는 코를 통해 침투하는 방법으로 코에 들어온 미세먼지와 금속이 후각신경을 통해 뇌로 직접 들어가는 방법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리버사이드 지역의 미세먼지와 우리가 매일 매일 마시는 미세먼지가 100% 같을 수는 없다. 산업 환경이나 배출원이 다를 수 있어 성분이나 각 성분이 차지하는 비율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 뇌에 염증이나 종양을 일으킬 수 있는 유전자를 증가시키는데 관여하는 것으로 나타난 굵은 미세먼지(PM2.5~10)는 우리나라가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에 비해 결코 적지 않다. 선박이나 산업체 등에서 중유가 연소할 때 발생하는 니켈 또한 국내 미세먼지에도 많이 들어 있다. 실제로 지난 3월 23~26일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시 서울의 초미세먼지(PM2.5) 중금속 분석결과 니켈 농도가 예년 3월 평균보다 5배(7.3ng/㎥)까지 치솟기도 했다.

<참고문헌>

* Julia Y. Ljubimova, Oliver Braubach, Rameshwar Patil, Antonella Chiechi, Jie Tang, Anna Galstyan, Ekaterina S. Shatalova, Michael T. Kleinman, Keith L. Black, Eggehard Holler. Coarse particulate matter (PM2.510) in Los Angeles Basin air induces expression of inflammation and cancer biomarkers in rat brains. Scientific Reports, 2018; 8 (1) DOI: 10.1038/s41598-018-238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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