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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 반체제-극우 연정 출범에 더 '바짝'…"협상에 큰 진전"

반체제-극우 정당이 손을 잡은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권의 출범이 점점 가시화되고 있다.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과 극우정당 동맹은 10일 공동 성명을 내고 "총리를 누가 맡을지와 각료를 어떻게 꾸릴지에 대한 협상에 큰 진전이 이뤄졌다"며 "이탈리아가 이른 시일 안에 정부를 꾸릴 수 있도록 모든 것을 신속히 결정하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밝혔다.

양당의 이 같은 성명은 이날 오전 루이지 디 마이오(31) 오성운동 대표와 마테오 살비니(45) 동맹 대표가 얼굴을 맞대고 공동 정부 구성 방안을 논의한 직후 나온 것이다.

디 마이오 대표는 살비니 대표와 만난 직후 페이스북에 올린 영상에서 "마침내 이탈리아의 문제들을 처리할 수 있게 된 것에 기쁨과 행복을 감출 수 없다"며 흡족한 심경을 내비쳤다.

두 정당의 대변인은 "디 마이오와 살비니의 만남은 새로 출범할 정부의 우선 순위와 국정 과제를 논의하기 위해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됐다"며 오는 13일까지 양측이 계속 접촉하며 연정 구성의 세부 사항을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디 마이오 대표와 살비니 대표는 이후 오는 14일 연정 협상 결과물을 들고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을 찾아갈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총선을 치른 지 9주가 지났으나 각 정당의 연정 협상에 교착에 빠지며 정부 출범이 지연, 오는 7월 재총선 실시에 무게가 실리던 이탈리아 정계의 기류가 오성운동과 동맹의 결합이 성사되는 쪽으로 급반전한 것은 디 마이오 대표와 살비니 대표가 이미 꺼진 것으로 간주됐던 양당 간 연정 협상의 불씨를 되살려 전날 직접 대면하면서다.

두 사람의 회동 직후엔 그동안 양측의 결합을 가로막는 장애물 역할을 해온 실비오 베를루스코니(81) 전 총리가 "동맹이 독자적으로 오성운동과 연정을 꾸리는 것을 막지 않겠다"며 사실상 뒤로 빠지겠다는 뜻을 전격 천명했고, 이로써 9주 동안 이어진 이탈리아 무정부 상태가 끝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깨끗한 정치를 최우선 가치로 내세우고 2009년 창당한 신생 정당 오성운동은 탈세와 미성년자 성매매 의혹 등으로 법정에 밥 먹듯이 선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를 '부패의 대명사'로 취급하며, 연정을 위해서는 베를루스코니와 결별하라고 동맹을 거듭 압박해왔다.

살비니 동맹 대표는 그러나 우파 정당 4곳이 공동으로 선거에 임해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은 우파연합을 깰 수 없다며 이를 거부해 양측의 연대 노력은 현재까지 결실을 맺지 못했다.

지난 3월 총선에서 기성 정치 체계에 대한 반감과 이탈리아 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진 반난민 정서를 등에 업고 약진한 오성운동과 동맹은 애초부터 서로 연대한다는 데 의견을 함께 했으나, 두 정당의 결합에는 그동안 동맹의 파트너 정당인 전진이탈리아(FI)를 이끌고 있는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오성운동은 3월 총선에서 32%를 득표, 단일 정당 가운데 최대 정당으로 발돋움했고, 우파연합은 약 18%의 표를 얻은 동맹을 필두로, FI가 14%를 득표하는 등 모두 합쳐 37%의 득표율로 최다 의석을 차지했다.

지난 5년 간 집권 정당이었던 중도좌파 민주당은 19%의 표를 얻어 역대 최악의 성적을 거둔 가운데, 어느 진영도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함에 따라 정부 구성을 위해서는 합종연횡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한편, 오성운동과 동맹은 이날 오후부터 실무진이 만나 국정 프로그램과 각료 인선 등을 포함한 연정의 세부 사항 논의에 본격 돌입한다.

두 당의 연대를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게 했던 베를루스코니라는 결정적인 장애물은 사라졌으나, 양측의 화학적 결합에는 작지 않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어 협상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두 당의 지지 기반이 극과 극일 뿐 아니라, 총선 과정에서 제시한 오성운동과 동맹의 공약에도 상당한 괴리가 존재한다는 점에서다.

오성운동은 빈곤이 만연한 남부에서 몰표를 얻어 32%의 지지율로 최대 정당으로 떠오른 반면, 동맹은 총선 직전에 바꾼 종전 당명 '북부 동맹'이 상징하듯이 부유한 북부를 지지 기반으로 삼고 있다.

두 당의 대표 공약도 상충된다.

오성운동은 빈민층에게 1인당 매월 780유로(약 100만 원)를 지급하는 기본소득 도입을 대표 공약으로 내세웠으나, 동맹은 기본소득이 개인의 자립 의지를 꺾고 국가에게 손을 벌리는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며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다.

동맹은 단일 세율 15%를 대표 공약을 제시했으나, 세율 삭감은 사실상 부유층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라 오성운동은 받아들이기 힘든 정책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양측이 전임 정권 당시인 2011년 도입된 연금개혁안 폐기, 경제 성장을 옥죄는 유럽연합(EU)의 예산 규제 철폐, 엄격한 이민 정책 도입, 러시아에 대한 유화적 외교 정책 수립 등 적지 않은 공통 분모를 지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 총선 직전에 입장을 바꾸긴 했으나, 창당 이후 줄곧 유로화 존폐를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공언한 오성운동과 '이탈리아 우선'을 내세우며 EU에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내 온 동맹이 손을 잡고 출범할 연정은 역대 이탈리아 정권 가운데 가장 EU에 적대적이라는 점에서 국내외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이런 점을 의식한 듯 이날 피렌체에 있는 유럽대학협회 연설에서 "이탈리아가 EU 없이 살아갈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순전한 망상을 퍼뜨리는 것이자, 의도적으로 여론을 호도하는 것"이라며 "테러리즘과 난민 같은 전 세계적 위기에 직면한 나라의 유일한 해결책은 'EU'"라고 강조했다.

재정 지출을 무분별하게 늘릴 가능성이 높은 포퓰리즘 정권 탄생이 임박했다는 우려에 금융 시장도 움츠러드는 모습을 보였다.

밀라노 증시는 이날 1% 이상 빠졌고, 이탈리아와 독일 국채 10년물 스프레드(금리차)도 전날에 이어 다소 올랐다.

현행 연금개혁안을 폐기할 경우 이탈리아는 연간 200억 유로(약 25조 6천억 원), 오성운동의 공약인 기본 소득 도입 시 약 300억 유로(약 38조 3천억 원)의 재원이 더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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