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2차 방북을 계기로 북한과 미국은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둘러싼 의제 조율에서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룬 것으로 보여 주목됩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북핵 폐기(CVID)'와 북한의 체제안전 보장을 맞바꾸는, 회담의 '밑그림'이 완성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옵니다.
외교가에선 북미정상회담의 장소와 시간을 결정했다는 폼페이오 장관의 어제(9일) 귀국길 언급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가 미국 외교의 실무 총 책임자라는 점에 비춰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한 의제 조율에서 상당한 성과가 있었기에 '회담 장소·시간 결정'을 거론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됩니다.
통상 정상회담을 앞두고 외교장관이 상대국을 방문해 의제와 의전 등을 사전에 조율하는 관례가 북미정상회담에도 적용되는 모양새입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다가온 조미 수뇌 상봉과 회담이 조선반도(한반도)의 긍정적인 정세 발전을 추동하고 훌륭한 미래를 건설하기 위한 훌륭한 첫걸음을 떼는 역사적인 만남으로 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오늘 북한 매체들이 일제히 보도한 점도 '밑그림 완성'의 기대를 모으게 합니다.
이전까지 북한 매체들은 북미대화에 대해서만 언급하고 북미정상회담으로 특정해 밝히지 않아 왔습니다.
결국, 김 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의 회동을 계기로 북미 정상회담에서 주고받을 것들에 대해 어느 정도 확신이 섰기에 공식화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옵니다.
특히 김 위원장이 폼페이오 장관과 토의한 정상회담의 실무적 문제들에 대해 '만족한 합의'를 봤다고 북한 매체들이 전한 것도 낙관론에 힘을 싣습니다.
정부 안팎에서도 북미 양측이 비핵화와 북한 체제 안보 관련 로드맵에 상당한 의견 접근을 이룬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남북정상회담 메시지와 폼페이오 장관의 메시지를 종합해볼 때 북미회담 핵심 의제 조율을 마치고 모종의 합의를 한 것이라는 관측도 있습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미 간에 시한을 명시한 비핵화에 대해 모종의 잠정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우선 미국이 요구하는 비핵화 수준과 그 달성시한에 대해 북한이 동의한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특히 존 볼턴 미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8일 북한에 1992년 남북한 비핵화 공동선언으로 돌아가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힌 것도 이 대목에서 재조명받고 있습니다.
공동선언의 3항에는 '핵무기를 시험, 제조, 생산, 접수, 보유, 저장, 배비, 사용하지 아니한다'는 문구와 '핵에너지를 오직 평화적 목적에만 사용하고, 핵재처리시설과 우라늄 농축시설을 보유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담고 있습니다.
결국, 비핵화 공동선언을 어겨가며 보유한 핵무기와 핵물질 생산의 양대 루트(재처리시설과 우라늄 농축시설)를 일정 시한 안에 모두 폐기하고, 그것을 강도 높은 수준으로 검증하는데 북한이 동의했다면 최선의 시나리오일 것이라고 외교가는 보고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 북한은 북미 수교, 불가침 약속 확인, 적대시 정책 폐기 등과 관련한 미국의 분명한 입장을 받았을 개연성이 거론됩니다.
경제 측면에서는 미국이 비핵화 전에 제재 해제는 없다고 누차 강조하는 상황에서 당장 제재 해제가 합의됐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이지만 북한이 비핵화 진전 정도에 맞춰 국제기구로부터 지원이나 융자를 받을 길을 열어주는 정도는 합의했을 가능성이 없지 않아 보입니다.
이런 가운데, 양측이 비핵화와 체제 안보의 내용에 잠정 합의를 했더라도 그 이행 방식을 둘러싼 이견은 아직 남아 있을 수 있다고 외교가는 보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이 요구하는 '단계적·동시적' 조치에 대해 미국 측은 "잘게 쪼개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북미정상회담 개최일까지의 물밑 조율 결과에 관심이 쏠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