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베트남이 남중국해에서 벌이는 영유권 분쟁의 불똥이 베트남 내 한국국제학교로 튀었다.
호찌민 한국국제학교는 베트남 정부가 지난 3월 초 학생들이 쓰는 세계지리 교과서 270권을 모두 걷어갔다가 2개월 만인 지난 4일 돌려줬다고 8일 밝혔다.
반환된 책에서 남중국해 지도가 포함된 1쪽이 모두 오려진 상태였다.
중국과 베트남이 영유권 분쟁 중인 남중국해의 파라셀 군도(중국명 시사군도, 베트남명 호앙사 군도)와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군도, 베트남명 쯔엉사 군도)를 중국지명인 시사군도, 난사군도로 표기했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호찌민 한국국제학교는 그동안 지리 교사가 관련 자료로 간이 단행본을 만들어 수업을 진행해야 했다.
이 학교는 지난해까지 학기 초 세계지리 책을 학생들에게 나눠줄 때부터 시사군도 등을 표기한 페이지를 오려냈는데 올해는 반입과정에 베트남 당국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문제가 더 커졌다.
현지 교민 등에 따르면 베트남 정부는 2014년부터 우리나라 세계지리 교과서와 사회과부도 반입에 본격적으로 제동을 걸었다.
하노이 한국국제학교는 이때부터 2015년까지 해마다 100권에 가까운 사회과부도에서 '시사군도'와 '난사군도'라는 지명을 일일이 지우고 베트남 당국의 검열을 받은 뒤 학생들에게 나눠줬다.
하노이 한국국제학교는 또 이 책 때문에 다른 교과서의 통관이 지연될 수 있다고 우려해 2016년부터 아예 사회과부도를 반입하지 않았다.
대신 2015년 이전에 들여온 책을 대물림하고 부족하면 기존 책을 복사해 학생들에게 나눠주는 실정이다.
호찌민 한국국제학교도 2016년께부터 사회과부도 반입을 중단했다.
호찌민 한국국제학교는 내년부터 세계지리 교과서도 반입을 중단할지 고민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학부모는 "베트남 정부가 한국의 교육권을 너무 침해하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독도를 일본이 억지 주장하는 대로 다케시마라고 표기한 책이 있다면 우리 정부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느냐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한국학교 관계자는 "사회과부도는 참고서여서 활용도가 그렇게 높지 않고, 인터넷으로도 필요한 자료를 볼 수 있어 수업에 차질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베트남 교육부가 한국국제학교 운영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지만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남중국해 주변을 따라 U자 형태로 9개 선(구단선)을 그어 전체의 90%가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며 인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면서 이곳에 있는 암초 등을 인공섬으로 조성, 군사기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