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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총선 2개월 지나도록 정부 구성 '감감'…재투표로 가나

상원과 하원 의원을 선출한 총선이 실시된 지 2개월이 지나도록 각 정당 간 연정 구성 협상이 교착에 빠지며 이탈리아의 무정부 사태가 길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은 일말의 기대를 걸었던 오성운동과 민주당의 연대 가능성까지 사라지자 오는 7일 각 정당 대표들을 대통령궁으로 다시 불러모아 정부 구성에 대한 각 정당의 의견을 다시 한번 청취할 예정이라고 3일 발표했습니다.

대통령궁은 이날 성명에서 "정당들의 기본 입장이 바뀌지 않고 있다. 정부 구성에 필요한 과반 의석이 확보될 가망이 아직 없다"며 이 같은 결정의 배경을 밝혔습니다.

대통령의 이날 발표는 오성운동과 연정 구성을 위한 정식 협상을 개시할 것인지를 결정할 민주당의 지도부 회의가 열리기 수 시간 전에 나온 것입니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민주당과 오성운동의 연정은 사실상 물 건너 갔다는 판단에 따라 일찌감치 7일 면담 계획을 밝힌 것으로 풀이됩니다.

마우리치오 마르티나 민주당 대표 대행은 당초 지난 달 26일 "(연정을 둘러싼 오성운동과의)견해 차를 줄어는 데 중요한 진전이 있었다"며 오성운동과의 연대 가능성을 열어놨으나, 두 정당의 연대 전망은 "오성운동과 만날 수는 있지만, 오성운동이 이끄는 정부에 대한 신임투표에 표를 줄 수 없다"는 마테오 렌치 전 총리의 일축으로 며칠 못 가고 물거품이 됐습니다.

렌치 전 총리는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이 역대 최악의 참패를 당한 책임을 지고 당 대표에서 물러나 일개 상원의원 직위만 유지하고 있으나, 여전히 민주당 과반 이상을 자신의 영향력 아래 둔 채 당의 방향을 좌지우지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약진한 두 세력인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과 극우정당 동맹이 연대해 정부를 구성하는 게 합당하다며, 민주당은 야당으로 남을 것임을 일찌감치 천명했습니다.

민주당은 지난 3월 4일 실시된 총선에서 19%에 못미치는 득표율에 그쳐, 우파 정당 4개가 손을 잡은 우파연합(득표율 37%),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32%)에 크게 뒤졌습니다.

이번 총선에서는 이처럼 어느 정당도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함에 따라 정부 출범을 위해서는 서로 다른 정당들끼리 손을 잡고 연정을 구성해야 하지만, 각 정당들이 각각의 입장을 고수하는 통에 협상에 돌파구가 열리지 않고 있습니다.

당초 오성운동과 우파연합의 연대가 유력하게 점쳐졌으나, 두 세력의 결합은 중도우파 정당인 전진이탈리아(FI)를 이끌고 있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에 대한 오성운동의 거부로 현실화되지 못했습니다.

루이지 디 마이오 오성운동 대표는 "'부패의 대명사'인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연정에 참여할 경우 이탈리아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없다"며 마테오 살비니 동맹 대표에게 베를루스코니와의 결별을 요구했으나, 실비니 대표가 이를 거부해 양측의 연대는 불발됐습니다.

한편, 정당 간 합종연횡 가능성이 점점 희박해지자 재투표 가능성이 급격히 부상하고 있습니다.

오성운동의 루이지 디 마이오 대표는 민주당과의 연정 협상 논의가 렌치 전 총리의 반대로 좌초되자 지난 달 30일 "6월 재총선을 치르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말하며 재투표를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점증하는 시리아 위기, 격화하는 글로벌 무역 분쟁 등 시급한 현안에 대처하기 위해 조속한 정부 구성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마타렐라 대통령은 재투표만은 피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알려져 오는 7일 각 정당 대표들과의 면담이 끝난 뒤 그가 어떤 제안을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정계는 마타렐라 대통령이 모든 정파들이 참여하는 거국중립내각을 구성, 정치색이 엷은 명망 있는 인사에게 총리를 맡기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으나, 정부 구성의 주도권을 주장하고 있는 오성운동과 우파연합이 이를 수용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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