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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비 온 뒤 갑자기 급증한 미세먼지(PM10), 송홧가루가 주범

[취재파일] 비 온 뒤 갑자기 급증한 미세먼지(PM10), 송홧가루가 주범
오늘(3일) 미세먼지 관련 사이트나 애플리케이션을 보고 눈을 의심한 사람들이 많다. 어제(2일) 전국에 걸쳐 비가 내린 뒤 찬바람까지 강하게 불었는데 충청과 남부지방의 미세먼지 농도는 낮 한때 최고 200~300㎍/㎥ 이상까지 치솟았다.

환경부가 관측한 미세먼지(PM10) 최고 농도를 보면 경북은 314㎍/㎥까지 올라갔고 울산 276, 경남 256, 충북 245, 대전 241, 부산도 236㎍/㎥를 기록했다. 미세먼지 ‘매우 나쁨' 기준이 151㎍/㎥ 이상인 점을 고려하면 곳곳에서 미세먼지 ’매우 나쁨‘ 수준이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급증했던 미세먼지(PM10)와는 달리 입자 크기가 작은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하루 종일 ‘좋음’~‘보통’상태를 유지했다. 어떻게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났을까?

공기 중 먼지 가운데 입자가 큰 미세먼지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입자가 작은 초미세먼지가 적게 나타나는 경우는 주로 강한 황사가 통과할 때 나타난다. 황사는 주로 흙이나 모레 먼지로 배기가스나 공장 굴뚝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에 비해서는 입자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 황사가 발생해 한반도를 통과했다는 그 어떤 증거도 없다. 특히 오늘 고농도 미세먼지는 오전 11시를 전후해 나타나기 시작해 짧게는 한 두 시간, 길게는 대여섯 시간 이어졌다. 황사가 지나 간 것도 아니고 중국발 미세먼지가 들어온 것도 아닌데 어떻게 주로 낮 시간에 그것도 짧은 시간 동안 미세먼지 농도가 급격하게 높아졌을까?

오늘 낮 동안 미세먼지 농도가 급격하게 높아진 것은 송홧가루 같은 꽃가루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충북 청주에 있는 고려대기환경연구소에서 관측한 대기 중 총먼지(TSP) 농도 자료를 보면 어제(2일) 낮과 오늘(3일) 낮에 농도가 급격하게 높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초미세먼지는 이틀 내내 농도가 아주 낮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아래 그림 참조).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 (자료:고려대기환경연구소)
정용승 고려대기환경연구소장은 대기 중 먼지 농도 변화와 황사와 같은 국외에서 들어오는 먼지가 없었던 것으로 봤을 때 송홧가루 같은 꽃가루가 강한 바람에 널리 퍼지면서 미세먼지 농도가 급격하게 높아졌다는 분석을 내놨다. 환경부와 기상청도 오늘 미세먼지 농도가 급격하게 올라간 것은 꽃가루의 영향이 크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4월 30일과 5월 1일 총먼지 농도가 일시 높아지고 초미세먼지 농도까지 높아진 것은 황사가 일부 들어온 데다 중국발 미세먼지에 국내에서 발생한 먼지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라고 연구소 측은 주장했다.

꽃가루의 계절이 찾아왔다. 봄철에 날리는 꽃가루는 송홧가루처럼 주로 수목에서 나오는 꽃가루다. 꽃가루는 상대적으로 입자가 크게 때문에 초미세먼지와 달리 폐나 혈관 깊숙이 침투하지 못하고 코나 목, 기관지 등에서 대부분 걸러지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자동차 배기가스나 공장 굴뚝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인 초미세먼지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건강에 덜 해로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에게는 여간 고통스러운 시간이 아닐 수 없다.

기상청은 내일(4일)과 모레(5일) 전국 대부분지방의 소나무 꽃가루농도위험지수가 높음까지 올라가겠고 일부 지역은 매우 높음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외출 시에는 선글라스나 마스크를 착용하고 외출 후에는 손과 얼굴을 씻고, 자기 전에 샤워를 해서 침구류에 꽃가루가 묻지 않게 할 것을 권하고 있다. 미세먼지와 황사, 오존에 이어 꽃가루가 제4의 대기 오염물질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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