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국회의원이 피감기관 돈으로 출장 가는 건 부정청탁금지법 위반이다" 김기식 전 금감원장의 '의원 시절 출장'이 논란이던 지난달 국민권익위 박은정 위원장이 법률가들의 압도적 다수 의견이라며 밝힌 입장입니다. 그런데 SBS 탐사보도팀이 확보한 국회의원 출장 기록을 보면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에도 직무 관련성 있는 피감기관 돈으로 의원들이 외국 가는 행태는 여전했습니다.
정성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올해 3월 자유한국당 원유철, 조훈현, 김순례, 문진국 의원은 쿠바로 4박 6일 일정의 이른바 '현지 시찰'을 갔습니다.
쿠바에 대한 개발 원조 사업 실태를 살펴본다는 명목의 이 출장에 든 비용은 5천3백만 원, 국회 감사를 받는 한국국제협력단 코이카에서 전부 댔습니다.
그런데 의원 4명 가운데 코이카의 국회 소관 상임위인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은 원유철 의원 한 명뿐이었고, 나머진 교육문화위와 보건복지위, 환경노동위 소속이었습니다.
소관 상임위도 아닌데 왜 쿠바에 갔는지 의원들에게 물었습니다.
[자유한국당 문진국 의원 보좌관 : 원유철 의원님이 주선해서 (쿠바에) 가신 걸로 저희도 알고 있기 때문에…. (다시 왔는데요, 의원님 오셨는지요?) 아직 (회의가) 안 끝났어요. (회신 부탁하겠습니다. 전화를 돌리셔서요.)]
출장 목적과 경위에 대해 어디서도 제대로 된 답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코이카에 출장 의원 명단을 전달한 국회 외통위 행정실은 원유철 의원의 요청을 받아 공문을 전달해줬을 뿐이라고 말합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행정실 : 원유철 의원이 있으니까 그냥 우리(외통위) 협조차원에서 해준 거 같네요.]
원유철 의원 주도로 동행할 의원들이 정해지고 그대로 출장이 시행된 것으로 보입니다.
재작년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뒤 코이카의 지원을 받아 국회의원들이 다녀온 외국 출장은 모두 7건. 출장마다 수천만 원씩 공적 예산이 들었지만, 사실과 다르게 해명하는 의원도 있습니다.
[심재권/더불어민주당 의원 (외통위원장) : 외교 통일 위원회 예산은 우리 자체 예산으로 하는 거지, 피감기관의 무슨 그 부탁을 받고 또는 의뢰해서 한 바가 없어요.]
청탁금지법이 시행됐지만 많은 의원들이 피감기관 지원 출장을 여전히 관행으로 여겼던 겁니다.
[설 훈/더불어민주당 의원 : 비용이 코이카 지출인지 국회 지출인지 그걸 정확히 모르겠는데, 우리가 가는 게 그렇게 갔죠. 잘 모르겠습니다.]
7번 출장 모두 여당이면 여당, 야당이면 야당 같은 당 의원끼리만 다녀왔습니다.
코이카는 국회의원 외국 출장 지원에 대해 국민권익위로부터 문제없다는 유권해석을 받아 시행했던 거라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권익위는 법 위반 소지가 있는 부분을 하나하나 종합적으로 따져 판단하라는 답변이었다며 무조건 다 된다는 백지수표를 준 건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영상취재 : 조창현·공진구, 영상편집 :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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