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계 보고 "가슴 아팠다"는 김정은 위원장…'시간 통일' 이루는 남과 북
이번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판문점 남측 지역 '평화의 집' 대기실에는 서울 시간과 평양 시간을 각각 가리키는 시계 2개가 걸려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를 본 김정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 내외와의 환담 자리에서 뜻밖의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위원장이 "평화의 집 대기실에 시계가 2개 걸려 있었는데 이를 보니 매우 가슴이 아팠다"고 언급하며 "시간부터 통일하자"는 말을 문 대통령에게 먼저 꺼낸 겁니다. 이는 '판문점 선언'에 명시되지 않은 두 정상 간의 구두 합의였습니다.
그렇다면 남과 북의 표준시는 언제부터 달랐을까요? 일제 강점기인 1912년부터 남북은 모두 동경 135도를 기준으로 하는 표준시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일본의 시간에 맞춘 것으로 한동안 남과 북은 같은 표준시를 사용해왔습니다. 이후 남측에서는 1954년 이승만 정부가 일제 잔재 청산을 위해 표준시 기준을 한반도 중앙부를 지나는 동경 127.5도로 변경했는데, 군사정권이 출범하면서 서울 표준시 기준은 다시 지금과 같은 동경 135도가 됐습니다.
남북 정상회담 사흘 만에 북한은 남북의 표준시 통일을 위한 절차를 이행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북한 최고인민회의상임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정령'을 통해 "현재의 표준시인 '평양시간'을 한국의 표준시와 맞출 것"이며 "5일부터 적용한다"고 공표했습니다.
남북 표준시 통일은 구두 합의임에도 소홀히 하지 않고 실천하겠다는 북한의 의지를 보여준 셈입니다. 특히 이 같은 조치를 북한 최고지도자의 일방적 지시가 아닌, 제도적 절차에 맞춰 진행하는 모습을 보여 국내외의 눈길을 끌었는데요. 이는 북한이 '정상국가'임을 대외적으로 강조하기 위한 처사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궁극적으로는 국제 사회와 관계 개선을 염두에 둔 조치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동국대 북한학과 김용현 교수는 SBS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표준시 통일 조치는 하나의 한반도를 지향하고 국제사회 관계를 풀어나가는 데 유연성을 발휘하는 차원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