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국회의원이 피감 기관 돈으로 간 해외 출장은 정치자금 수수에 해당할 수 있다' 김기식 전 금감원장의 국회의원 시절 출장과 관련한 질의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답변한 내용입니다. 그러면서 위법 여부는 출장 내용을 구체적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래서 SBS 탐사보도팀은 피감기관이 비용을 댄 국회의원의 외국 출장 내역을 정보 공개 청구를 통해 확보해서 자세히 분석했습니다.
그 첫 순서로, 오늘(2일)은 외국 출장비를 대라고 피감기관에 공문까지 보낸 실태를 한세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19대 국회 때인 2013년 3월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 4명이 피감기관인 한국전력 돈으로 아랍에미리트와 요르단을 다녀왔습니다.
출장 보고서를 보니 4박 6일 일정에 한전이 3천170만 원을 지원했는데 현지 일정 중 절반이 이른바 '문화 탐방'입니다.
[한국전력 관계자 :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선 최고층 빌딩 그쪽에 잠깐 들렀고, (요르단 암만에서는) 난민캠프 그쪽에 가본 거, 그 일정밖에 없네요.]
하루씩의 문화 탐방인데 방문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기록은 남아 있지 않습니다.
당시 국회 지식경제위원회는 여야 의원 4명이 중동의 원전 건설 작업을 시찰하려 하니 협조해 달라는 공문을 한전에 보냈습니다.
출장 출발 불과 1주일 전이었습니다. 이 출장이 공적 업무라면 왜 국회 돈으로 가지 않고 피감기관 예산으로 간 것인지 의원들에게 물었습니다.
[정우택/자유한국당 의원 : 국회에는 예산이 없어요, 그렇게 외국 나가는 돈이. 나한테 더 묻지 마시고, 다른 위원한테 물어보세요. 나만 간 게 아니니까요.]
[박완주/더불어민주당 의원 비서관 : (출장 다녀온) 그 내용은 제가 잘 모르겠습니다. (누구한테 여쭤봐야 할까요? 의원님은 계속 통화가 안 돼서요.) 전화 왔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권은희 전 의원/당시 새누리당 소속 : 갔다 온 건 맞는데요, 2013년이면 (국회에) 막 들어와서 가라면 가고 오라면 오던 때라…]
자유한국당 이현재 의원은 여러 차례 취재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국회의원들이 피감기관에 출장 비용을 요구한 사례는 또 있습니다.
19대 국회 보건 복지위 소속 최동익, 박윤옥 의원은 보좌관과 비서까지 동반한 4박 6일 미국 출장 비용 3천7백만 원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지원받았습니다.
2015년 가짜 백수오 사건 이후 '미국의 건강기능식품 관리 현황'을 살펴본다는 게 출장 목적이었지만, 일정은 대부분 미국의 관련 기관을 견학하는 수준이었습니다.
[박윤옥 전 의원/당시 새누리당 소속 : 현장을 보여주고 이런 건 아니고, (현지 기관) 담당자가 나와서 굉장히 제약을 많이 하고요. 옆에도 못 가게 하고… .]
방문 기관에서 뭘 했는지 물었는데, 출장 목적이 의심스러운 답이 돌아왔습니다.
[최동익 전 의원/당시 더불어민주당 소속 : 거기는 한국학연구소(USKI) 갔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한국학연구소에서 뭐 보셨나요?) '38노스' 관련이라든가, 북한 핵 실험 등등 이런 여러 가지 의논했던 걸 기억하는데요.]
미국 일정 닷새 중 건강기능식품과 관련된 건 고작 '5시간 30분'이었습니다.
이 출장이 어떻게 기획된 것이냐는 질문에 식약처 관계자는 "우리가 힘이 있냐. 복지위에서 가자고 해서 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영상취재 : 김태훈, 영상편집 : 김준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