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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유아인에 버닝할까…미리보는 제71회 칸영화제

칸, 유아인에 버닝할까…미리보는 제71회 칸영화제
매년 5월만 되면 바다 건너에서 들려오는 영화제 소식이 충무로 안팎에서 화제를 모은다.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칸국제영화제 소식이다. 영화 관계자들에게는 관심사지만, 관객들에겐 다소 멀게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황금종려나무(영화제를 상징하는 마크, 그랑프리는 '황금종려상'이라 불린다)가 가지는 의미가 작진 않다. 칸은 세계 3대 영화제(칸, 베를린, 베니스) 중 여전히 가장 높은 집중도와 화제성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전세계 수많은 영화 거장들은 칸영화제에서 자신의 영화가 처음으로 소개되는 것을 영광으로 여긴다. 

올해는 이창동 감독의 신작 '버닝'이 경쟁 부문에, 윤종빈 감독의 '공작'이 비경쟁 부문인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돼 전세계 최초로 선을 보이게 됐다.
  
제 71회 칸국제영화제에서는 어떤 풍경들이 펼쳐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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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폐막작, 공개전부터 '뜨거운 감자'

올해 영화제의 개, 폐막작은 발표와 동시에 큰 화제를 모았다. 개막작은 이란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의 '에브리바디 노우즈'(Everybody Knows)다. 2011년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로 베를린 국제영화제 그랑프리인 황금곰상을 수상한데 이어 2012년 미국 아카데미시상식 외국어영화상을 받으며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거장이다. 파라디 감독은 지난해 '세일즈맨'으로 칸국제영화제 각본상과 남우주연상 2관왕에 올랐다.

신작 '에브리바디 노우즈'는 결혼 후 오랜만에 고향을 찾은 여자가 과거의 비밀에 부딪히며 위협을 겪는 이야기를 다룬 스릴러. 스페인 출신의 할리우드 스타 페넬로페 크루즈와 하비에르 바르뎀이 주연을 맡았다. 보통 칸영화제 개막작은 비경쟁 부문으로 분류되지만 이 작품은 경쟁 부문에도 이름을 올렸다.

폐막작으로 선정된 테리 길리엄 감독의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THE MAN WHO KILLED DON QUIXOTE)는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영화 제작자 파올로 프랑코가 감독 테리 길리엄과 사이가 틀어지면서 법원에 상영금지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영화제 측은 "영화제 개막 전날인 오는 5월 7일 법적 판단이 나올 것"이라며 "영화제는 법원의 판단을 존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로서는 기각이 예상되지만, 상영금지 요청이 받아들여진다면 영화제 측은 사상 초유로 개막 전야에 폐막작을 새롭게 찾아야 하는 분주한 시간을 보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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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 잔치?…신예의 반란 '기대'

영화제 메인 섹션인 경쟁 부문에서 아시아 영화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전체 21편의 경쟁작 중 8편이 아시아 영화다. 한국 이창동 감독의 '버닝'과 중국 지아장커 감독의 '애시 이즈 퓨어스트 화이트',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만비키 가족', 하마구치 류스케의 '아사코I&II'까지 한중일 영화가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서남아시아 영화의 약진도 눈에 띤다. 이란 아스가르 파르하디 감독의 '에브리바디 노우즈'와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쓰리 페이시즈', 레바논 나딘 라바키 감독의 ‘카페르나움’과 터키 누리 빌게 제일란 감독의 '더 와일드 피어 트리'가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이 영화들은 프랑스 누벨바그 거장 장 뤽 고다르 감독의 ‘르 리브르 디마주’, 스티븐 브리제 감독의 '앳 워', 미국 사회파 감독 스파이크 리의 ‘블랙 클랜스맨’, 데이빗 로버트 미첼 감독의 '언더 더 실버 레이크', 이탈리아의 젊은 거장 마테오 가로네 감독의 ‘도그맨’ 등과 황금종려상을 두고 각축을 벌인다.

올해 영화제 경쟁 리스트는 예년에 비해 다소 심심하다는 인상을 준다. 매년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전력이 있는 감독의 신작 3,4편 이상 포진되는 것과 달리 올해는 누리 빌게 제일란 감독('윈터 슬립'으로 2014년 황금종려상 수상)이 유일하다.

그만큼 올해는 신진의 도약이 기대된다. 칸영화제는 그간 쿠엔틴 타란티노, 라스 폰 트리에, 다르덴 형제, 니콜라스 윈딩 레픈, 요르고스 란티모스, 자비에 돌란 등 수많은 명감독을 발굴하고 지지해왔다. 올해 칸영화제의 신데렐라는 누가 될지도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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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닝'에 거는 기대…유아인이 일으킬 바람

뭐니뭐니해도 올해 영화제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모으는 것은 '버닝'의 수상 가능성이다. 충무로를 대표하는 거장 이창동 감독의 8년만의 신작인데다 유아인, 스티븐 연, 전종서 등 젊은 에너지로 가득한 청춘 영화라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버닝'은 유통회사 알바생 종수(유아인)가 어릴 적 동네 친구 해미(전종서)를 만나고, 그녀에게 정체불명의 남자 벤(스티븐 연)을 소개받으면서 벌어지는 비밀스럽고도 강렬한 이야기를 그린 영화. 일본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소설 '헛간을 태우다'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이창동의 연출력이 이미 정평이 나있는 바. 거장과 처음으로 작업한 유아인의 연기가 큰 관심을 모은다. 최근 공개된 1분 남짓의 예고편에서 유아인은 쓸쓸하고 처연한 종수의 얼굴로 나타나 보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특유의 화면 장악력은 물론 영화가 뿜어내는 기묘한 분위기와도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작품의 수상만큼이나 배우의 수상도 관심사다. '버닝'을 통해 해외 영화관계자들에게 처음으로 연기를 선보이게 된 유아인이 현지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해 남우주연상 수상자는 '유 워 네버 리얼리 히어'의 호아킨 피닉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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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칸영화제 효과'는 옛말?…"신작을 알리기 가장 좋은 무대"

칸영화제 효과가 옛날 같지 않다고 하지만 칸은 칸이다. 특히 한국의 경우 독립영화, 상업영화를 막론하고 칸마케팅에 공을 들인다. 올해도 영화제 초청을 받기 위해 무려 60여 편의 한국 영화가 출품했다.

오락성보다는 작품성이 부각된 영화의 경우, 칸영화제 만큼 진가를 알리기 좋은 무대가 없다. 세계 3대 영화제 중 가장 막강한 전통과 권위를 가지고 있는 영화제가 칸이다.

이창동 감독은 칸영화제 초청에 대해 "우리 영화를 알리고 평가받는 데 효과적인 자리다. 무엇보다 이 세 명의 배우들이 연기로 세계인들에게 알려지고 평가받는 가장 좋은 기회이고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초청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2000년 영화 '박하사탕'이 감독 주관에 초청돼 칸영화제를 찾은 이후 네 작품 연속 초청을 받았다. 2007년에는 '밀양'으로 경쟁부문에 진출해 여우주연상(전도연)을 받았으며, 2010년에는 영화 '시'로 칸에서 각본상을 수상했다. 게다가 2009년에는 심사위원 자격으로 칸영화제를 찾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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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의 경우 칸영화제 수상 효과에 힘입어 이창동 감독 영화 중 가장 많은 관객(전국 160만 명)을 모으기도 했다.

이창동 감독의 경우 제작비 20억 미만의 저예산 영화를 만들어왔다. 신작 '버닝'의 경우 연출 영화 중 가장 많은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기는 하지만, 상업영화 평균 제작비에는 못미치는 금액이다. 그런 만큼 영화를 알리는데 쓸 수 있는 마케팅 비용이 넉넉한 편은 아니다. 칸영화제 초청으로 인해 화제성과 주목도를 높인 것만으로도 무형의 '칸 효과'를 보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수상까지 이어진다면 금상첨화다.  

제71회 칸영화제는 오는 8일 개막해 19일 폐막한다.

(SBS funE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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