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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갑질 릴레이' 한진家 이명희의 갑질은 법의 심판받을 수 있을까

[취재파일] '갑질 릴레이' 한진家 이명희의 갑질은 법의 심판받을 수 있을까

원종진 기자 bell@sbs.co.kr

작성 2018.05.02 12:09 수정 2018.05.03 16:26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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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갑질 릴레이 한진家 이명희의 갑질은 법의 심판받을 수 있을까
처음엔 예상치 못했습니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 폭로가 나오면서 ‘땅콩 회항’ 이후 3년 반 만에 한진 일가 자녀들의 갑질 파문이 다시 터져 나왔을 때, 이들의 어머니까지 ‘갑질 릴레이’에 이름을 올리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하지만 자택 리모델링 공사에서 작업자들을 향해 “세트로 다 잘라버려야 해!” ,“아우 저 거지같은 놈” 등 욕설을 쏟아내는 이명희 이사장의 녹취가 SBS 8뉴스를 통해 보도된 이후, 이명희 이사장의 갑질 폭로는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습니다.

호텔 공사장에서 작업자들을 폭행하는 동영상과, 운전기사를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모욕했다는 증언까지. 조현민 전 전무로 다시 촉발된 한진 일가 ‘갑질’ 파문의 중심엔 어느덧 이명희 이사장이 서게 됐습니다.

(관련 8뉴스 보도 = 이명희 이사장 리모델링 현장 폭언 녹취)
▶ [단독] '조현민 母' 이명희도 갑질 논란…"나가, 이 XX야!"

(관련 8뉴스 보도 = 이명희 이사장 하얏트 호텔 공사장 폭행 동영상)
▶ 퇴사한 피해 직원 "동영상 인물 이명희…화풀이 대상이었다"

세간에서는 ‘이렇게 심한 갑질을 셀 수 없이 많이 한 사람을 왜 빨리 경찰에 부르지 않느냐’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하지만 수많은 갑질 폭로에도 불구하고 이명희 이사장을 법의 심판대에 세우는 데에는 넘어야 할 어려움이 많습니다.

● ‘폭행’, '모욕‘이 주된 혐의 될 수 있지만…대부분 지나버린 공소시효
한진그룹 회장 조양호 부인 이명희 갑질 동영상 논란잇따라 불거진 이명희 이사장의 갑질 폭로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대략 4가지 정도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폭행과 모욕, 강압, 그리고 업무방해 등입니다.

이들 혐의 중 이 이사장의 갑질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이 ‘폭행’과 ‘모욕’입니다. 하얏트호텔 건설현장 폭행 동영상에서, 리모델링 공사장 욕설 녹취에서, 전직 운전기사의 증언에서 모두 이명희 이사장의 ‘폭행’과 ‘모욕’ 혐의가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하지만 ‘폭행’과 ‘모욕’죄 모두 공소시효가 5년입니다. 게다가 친고죄인 모욕죄는 모욕을 인지한 시점으로부터 6개월 이내에 문제를 제기해야 합니다. 이를 고려할 때 경찰이 들여다보고 있는 10건 정도의 갑질 사례 대부분은 이미 처벌할 수 있는 시효가 지난 상태입니다.

언론에서 이명희 이사장의 다양한 욕설 녹취와 증언이 쏟아지고 있지만, 6개월 이내 문제를 제기해야 하는 모욕죄의 시효가 지난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이명희 이사장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는 증언들 또한 대부분 폭행 공소시효인 5년보다 더 오래된 일들입니다. 쏟아지는 폭로에 비해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사안들은 현실적으로 많지 않은 상황입니다.

며칠 동안 사람들의 공분을 자아냈던 인천 하얏트 호텔 공사현장 폭행 동영상의 경우 발생 일시가 2014년 5월이라 폭행 공소시효가 아직 남아 있습니다. 때문에 사건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도 인천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와 협조해 이 사건 피해자들을 접촉해 진술을 받아내는 데 많은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재벌 일가의 구성원을 상대로 피해자들이 선뜻 나서기는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 불거지는 피해자 회유 정황…수사 방해되지만 ‘증거 인멸’ 적용도 쉽지 않아
이명희 측, 입막음하려 거액 회유지난 주말 보도해 드렸듯, 연일 갑질 폭로가 터져 나오면서 이명희 이사장 측이 피해자 회유를 시도하고 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SBS에 폭행 피해를 제보한 운전기사는 이명희 이사장 측이 거액의 합의금을 제시하며 회유를 시도했다고 증언했습니다. 또 이사장 측이 중요 증거물인 휴대전화를 가져갔으며, 이런 식의 회유 시도가 예전에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또 한진 일가의 갑질을 폭로하는 SNS 단체 대화방을 대한항공 측에서 감시하려 한다는 증언들도 언론 보도를 통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관련 8뉴스 보도=이명희 측, 폭행 피해자 회유 정황 드러나)
▶ 피해 운전기사 "이명희 측, 증거 담긴 휴대전화 가져가"

이처럼 속속 불거지는 회유 정황은 경찰 수사에 결정적인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명희 이사장에게 적용할 수 있는 폭행과 모욕 혐의 모두 반의사불벌죄 혹은 친고죄로서, 피해자의 문제제기가 있어야만 형사적으로 처벌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언론을 통해 수많은 갑질이 폭로됐지만 피해자들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경찰로서는 이명희 이사장을 법적으로 처벌하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회유 시도를 ‘증거 인멸’로 처벌하기도 그리 간단치 않다는 겁니다. 폭행죄의 경우 합의금을 주고받은 뒤 당사자 간 합의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명희 이사장 측이 ‘돈’을 앞세운 회유를 ‘합의’라고 이야기 할 여지가 법률적으로는 꽤 충분하다는 것이 법조인들의 의견입니다.

● 반복되는 ‘갑질’ 법의 심판대에 세울 수 있을까…관건은 ‘용기’·‘연대’·'감시'

이명희 이사장의 상습적 갑질이 현행법의 심판을 받을 수 있을지 여부는 결국 피해자들의 용기에 달려 있습니다. 경찰이 2014년 5월 하얏트 호텔 폭행 동영상 피해자들 접촉에 공을 들이고 있는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폭행 공소시효인 5년이 지났지만 정도가 심한 폭행이 있었을 경우엔 경찰이 의료기록 등을 확보해 상해 혐의를 적용할 수도 있습니다. 피해자들의 진술이 충분하다면, 공소시효가 지났다 하더라도 이명희 이사장의 다른 ‘갑질’ 혐의에 대한 정황 증거로 활용할 여지도 생깁니다.

‘돈’과 ‘지위’에 눌려 갑질 피해를 당했지만, 가해자를 법의 심판대에 세우려면 피해자가 다시 한 번 두려움을 무릅써야 하는 것이 안타깝지만 씁쓸한 현실입니다. 그럴수록 이명희 이사장의 갑질에 일회성으로 분노하기보다는 피해자들에게 지지와 연대를 보내고, 또 그 용기를 꺾으려는 시도가 있다면 끊임없이 감시하고 고발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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