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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장갑' 호주 백인 육상선수에 50년 늦은 훈장

'검은 장갑' 호주 백인 육상선수에 50년 늦은 훈장
1968년 멕시코시티올림픽 육상 시상식에서 펼쳐졌던 흑인 선수들의 '검은 장갑' 퍼포먼스에 힘을 실었던 호주의 백인 육상선수 피터 노먼이 반세기 만에 자국에서 훈장을 받게 됐습니다.

호주올림픽위원회는 지난 2006년 세상을 뜬 노먼의 50년 전 용기 있는 행동을 기려 최고 영예인 공로훈장을 추서한다고 현지시간으로 28일 밝혔습니다.

존 코츠 호주올림픽위원장은 "너무 늦은 훈장"이라며 "그는 평생 인권에 대한 믿음을 지켰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비록 그는 세상을 떠났지만, 그날의 용기 있는 행동을 절대 잊어선 안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노먼이 은메달을 목에 건 멕시코시티올림픽 육상 200m 시상식은 올림픽 역사상 가장 유명한 시상식 중 하나입니다.

당시 금메달과 동메달을 딴 미국의 흑인 선수 토미 스미스와 존 카를로스는 맨발로 시상대에 올라선 채 미국 국가가 울려 퍼질 때 고개를 숙이고 검은 장갑을 낀 한 손을 번쩍 들어 올렸습니다.

미국에서 한창이던 흑인 저항운동인 '블랙파워'에 지지를 표시한 이른바 '블랙파워 설루트'(Black Power Salute)였습니다.

백인의 호주 선수였던 노먼은 두 흑인 선수와의 연대의 뜻으로 '인권을 위한 올림픽 프로젝트'라고 적힌 배지를 달고 나왔습니다.

당시 한 켤레밖에 없던 검은 장갑을 두 선수가 한 짝씩 나눠 끼라고 제안한 것도 노먼이었습니다.

스미스와 카를로스는 올림픽에서 추방됐고, 귀국해서도 살해 위협에 시달렸습니다.

노먼의 생애도 순탄치 않았는데, 당시 그의 기록 20초 06은 여전히 호주 신기록으로 남아 있지만, 그는 두 번 다시 호주 대표팀으로 선발되지 못했습니다.

지난 2006년 노먼이 쓸쓸히 세상을 떠났을 때 스미스와 카를로스가 호주로 건너와 그의 관을 들기도 했습니다.

호주올림픽위원회는 노먼에게 불이익을 줬다는 사실을 줄곧 부인해왔지만 지난 2012년 호주 정부는 1972 뮌헨올림픽 당시 노먼이 대표로 선발됐음에도 올림픽에 보내지 않았다고 공식적으로 사과한 바 있습니다.
  
(사진=AP/연합뉴스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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