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스브수다]김선아가 제일 슬펐던 인사…“굿모닝”

[스브수다]김선아가 제일 슬펐던 인사…“굿모닝”
‘키스 먼저 할까요?’는 막을 내렸지만 안순진은 완벽히 지우지 못한 듯했다. 말 한마디 한마디,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서 안순진이 언뜻언뜻 보였다. “안 그러려고 했는데…”라며 고개를 숙이고 장난스럽게 웃으며 대꾸하는 모습까지도 아직은 안순진이었다.

김선아는 24일 종영한 드라마 ‘키스 먼저 할까요?’(극본 배유미, 연출 손정현)의 안순진으로 시청자들과 만났다. ‘품위 있는 그녀’ 이후 6개월 만에 박복자에서 안순진으로 옷을 갈아입고 나타나 안방극장을 웃겼다가 울렸다가 들썩이게 했다.   

극 중 안순진은 극빈 돌싱녀. 딸을 먼저 보내고 전 남편의 빚까지 떠안고 살다가 손무한(감우성 분)을 만났다. 그런데 이 남자 시한부 인생이란다. 우여곡절 삶을 살고 있지만 누구나 돌아볼 만큼 매력적이고 거침없다. 툭툭 튀어나는 혼잣말까지 계속 듣고픈 여자, 유쾌함과 풍성한 감정선을 오가야 하는 캐릭터다.

그런 안순진을 김선아가 연기했다. 극 초반에는 과감하고 발칙한 모습을 사랑스러운 매력으로 채웠고, 후반에는 자신이 짊어져야 하는 아픔을 고스란히 전하며 아릿한 감성을 자극했다. 코믹과 감정 연기를 오가며 완급 조절을 하는 동시에 다채롭게 변주해 극과 극을 오가는 감정을 세밀하게 조율해 연기 내공을 증명했다.
이미지

Q. ‘품위 있는 그녀’ 종영 이후 박복자에 빠져나오기 어려웠다고 했었는데 안순진은 어떨 것 같은지 궁금하다. 잘 보낼 수 있을 것 같냐?
A. 이번은 일찍부터 털려고 노력을 하고는 있는데 그래도 주변 배우들이 같이 서로서로 돕자고 해서 그래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서로서로 돕자고 상부상조하자고 하고 있다. 예지원은 나한테 힐링해야 하지 않냐고 하더라. 감우성 선배는 지금까지 신나게 놀라고 걱정해 주고 있다. 서로서로 그게 빨리 털자고 이야기했다. 감독님도 배우들한테 그런 말 많이 했다. 괜찮을 것 같기도 한데 놀아봐야 알 것 같다. 한잔하면서 놀아봐야 한다.

Q. 초반에 바나나, 비아그라 등 과감한 연기를 해야 했는데 에피소드가 많을 것 같다.
A. 바나나 같은 경우 대본 리딩하는데 모두가 웃느라 대본을 못 읽었다. 이거 어떻게 하냐고 했었다. 작가님이 수상하다 했었다. 이런 걸 어떻게 생각했냐 했다. 목줄 신 경우도 상상 초월 신이 나와서 감독님에게 방송 가능하겠냐 묻고 또 물었다. 무인텔 지하철 객실에서 엉덩이 끼고 하는 거는 원래 어깨가 끼는 거였나 했는데 엉덩이 끼는 걸로 가자고 해서 엉덩이로 바꾸고 했다. 그런 와중에도 순간순간 슬픈 대사가 많고 해서 울컥했던 경우도 있다.

Q. 안순진이 소개팅 자리에서 손무한을 보고 부른 유리상자의 ‘사랑해요 될까요’는 정말 웃겼던 신 중 하나였다.
A. 촬영할 때는 웃기다 생각 못했는데 그렇게 웃기다는 반응이 나올 것이라 상상을 못 했다. 다들 왜 웃기다 생각하지 했다. 촬영하다 노래를 불러야 한다는데 노래가 어렵다더라. 읽으면 안 되겠냐 해서 ‘문이 열리네요’ 했는데 밖에서 웃더라. 왜 웃는지 모르겠더라. 심각하게 읽었는데 그게 재미있다 하더라. 유치한 거 아닐까. 그 신이 정말 길어서 고민을 많이 했다. 1부 스타트이기도 하지 않냐.. 비둘기 아빠, 비아그라 처음 해보는 것들이 많이 나와서 너무 당황을 많이 했다. 이걸 어떻게 재미있게 해야 하지 이게 아니고 어떻게 해야 하지 고민이 많이 됐던 신이었다. 손무한 자체가 이상하게 등장하지 않았냐. 감우성 선배와 촬영 초반이어서 서먹서먹한데 거기다 대고 비아그라 이야기를 해야 해서 죄송합니다 촬영하고 그랬다.(웃음)

Q. 안순진은 사랑에 솔직한 편이었다. 물론 처음에는 의도적 접근은 있었지만. 실제로 김선아의 연애스타일은 어떤가.
A. 상대에 따라 다르다. 깊은 사랑은 나는… 그쪽(손무한 안순진) 사랑은 잘 모르겠다. 이든이랑 하민 사랑이 좋다. 아직은 한강 가서 라면 먹고 하는 게 좋다. 답답해 죽겠다. 집에서 밥 먹고 지내는 것은… 바다 가서 돌아다니고 그런 데이트를 하는 것이 좋다.
이미지

Q. 초반에는 코믹적인 부분이 많았지만 사실 안순진은 연기하기 굉장히 까다로운 캐릭터였다. 삶 자체가 괴로웠고 그로 인해 감정 소모가 많았을 것 같다.
A. 워낙 처음부터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처음에는 웃기다가 나중엔 슬플 거야 했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은 불쌍하다기 보다 삶이 이렇게까지 몰아칠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도 미라(예지원 분)라는 친구가 있고, 전남편(오지호 분)이 생각해주고 현실에서 이보다 못한 사람이 있을 텐데 라는 생각을 했다. 인간 자체가 불쌍하다는 생각은 덜 했다. 안순진 삶은 막 풀어져 있고, 손무한은 조여 있고 섞였으면 좋겠다 했다. 감정 소모 안 하려고 노력은 했는데 소모 안 됐다면 거짓말이고 감우성 선배랑 ‘우리는 많이 울지 말자. 눈물은 흘리지 말고 웃을 수 있으면 마지막까지 웃자’ 해서 온 것 같다. 덤덤하게 갔으면 좋겠다, 웃으면서 못해도 울지는 말자 했다. 매회 울어야 할 일이 많아서 눈물을 아끼는 것이 좋지 않을까 했다. 하지만 참는 게 어렵긴 하다. 감정을 참는 게 어려운 것 같다. 이야기하고 싶은 것을 참는 게 어른들 몫인 것 같은 데 답답하기도 했다. 감정 표현하면 시원한데 화도 안내고 울지도 웃지도 않으니 사람이 가슴에 맺혀있는 것이 있다. 답답하기도 하면서도 어른들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Q. “굿모닝” 인사가 정말 인상 깊었다. 의미가 있었던 인사인 만큼 보면서 여러 가지 버전을 해봤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A. 첫 번째 굿모닝, 두 번째 세 번째 굿모닝이 달랐던 것 같다. 첫 번째는 일상적인, 눈 떠서 하는 그냥 인사였다. 하지만 이후 굿모닝은 좀 달랐다. 인사를 했는데 대답이 없으면 죽음을 앞두고 있으니 너무 힘들었다. 세상에서 제일 슬픈 부분 같다. 세 번째 굿모닝은 머리가 지진 나려고 한다. 가슴 아프게 찍은 신이었다. 찍기는 한 번에 다 찍었는데… 이 신 오래갈 것 같다.(김선아는 대답을 하면서 그때 감정이 올라왔는지 여러 차례 울컥해 하는 모습을 보였다)

Q. 손무한이 시한부라는 사실을 알고 드라마를 시작한 건가?
A. 우린 알고 시작했는데 언제 밝혀지는지는 몰랐다. 언제 어떻게 뭐가 된다는 것은 몰랐다. 감독님이 알려주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손무한이 시한부라는 사실이 밝혀졌을 때 나도 충격을 받았다. 나도 충격을 받고 비슷하게 시청자도 충격받았을 것이다. 감독님 어떻게 되냐 물었다. 결말을 모르고 시작했다. 모르는 상태로 가니까 답답하더라. 생각보다 빨리 알려져서 세게 왔다. 작가님이 잘 노린 것 같다.

Q. 감우성 씨가 오랜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한 작품이었다. 그 전에 두 분이 호흡을 맞춘 적도 없었는데 ‘키스 먼저 할까요?’ 촬영 호흡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A. 잘 맞았다는 것 같다. 상상이 잘 안 돼서 나와의 매칭을 생각 못 했다. 손무한 역할엔 정말 잘 어울린다 생각 들었다. 1부 욕탕 갇힌 신을 보고 깜짝 놀랐다. 현장에서 못 봤는데 빵빵 터져서. 사실 그 신을 촬영하며 감우성 선배와 김성수 씨가 갈비뼈에 금 갔다고 했었다. 왜 둘 다 금 갔는지 이해 못 했는데…. 나중에 현장에서 갈비뼈 잡고 다녔는데 웃으면 안 되는데 웃겨서…  초반 촬영에 그랬던 기억이 있다.
이미지

Q. ‘키스 먼저 할까요?’는 삶, 죽음, 사랑을 깊이 있게 이야기했다. 그런 것들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는 기회가 됐을 것 같다.
A. 제가 했던 것 작품 중에 어려웠던 것 같다. 앞으로 어려운 것들이 많은 것 같은데 그냥 너무나 어려웠던 작품이었다. 어려운 캐릭터였다. 살아가는 게 쉬운 것이 아니다. 아무도 쉽다 생각 안하지만 하루 더 하루 더 어렵다는 것을 제대로 또 한 번 느꼈다. 작품을 해갈수록 어렵다는 것을 느끼는데 이번에는 정말 느낀 것 같다. 앞으로도 이런 작품을 많이 하고 싶다. 깊어지면 깊어졌지 가벼워질 것 같지 않다. 삶에 깊이들이 생기다 보니 그래서 어려워지는 것 같다. 나도 이해를 해야 하고 이해 폭도 넓어져야 하고 깊어져야 한다고 생각드는데 경험이 부족한 것 같기도 하고 이번에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되더라. 그런 의미에서 좋은 작품을 하게 돼 좋았다. 

Q. 이번 드라마 하면서 멜로퀸, 로코퀸 임을 다시 한번 입증한 것 같다. 시청자들의 호평도 이끌어내지 않았나.
A. (손사래 치며)아니다. 반성을 많이 했다. 드라마 자체가 깊이가 있지 않았나. 철이 들고 안 들고 문제가 아니라 안순진이라는 사람을 연기하면서 중간에 잠시 ‘안순진은 왜?’라는 생각이 들게 되더라. 중간 시점 정도에 삶의 깊이를 이해하기 위해 감독님, 감우성 선배의 설명을 들어야 했다. 삶이 그럴 수 있구나 했다. 시한부라 설정이 좀 앞에 와서 너무 놀랐던 것도 있다. 이건 어떻게 하지 잠깐 혼란을 겪으면서 예측하지 못한 일들이 벌어졌다. 잠시 반성을 했다. 옆에서 잘 잡아주고 해서 이어 가게 됐다. 이 작품이 내게 독특하고 특별한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무슨 일은 갑자기 오는데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는 거다. 굿모닝도 내일도 해야 하는데 불안한 내일을 맞아야 하는데 안순진 손무한은 똑같이 불안한 내일을 맞을 걸 알면서도 산다. 속으로는 불안해도 겉으로는 아무 일도 없듯이 살지 않냐. 인생이 쉽지 않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보듬어주고 할 수 있는 게 쉬운 게 아니구나 생각 들었다. 누군가에게 아침 인사 할 수 있는 그런 것이 별거 일 수 있다는 게 나한테도 크게 다가왔다. 크게 한 번 배웠다. 감사한 작품이다.

Q. 96년 데뷔를 해서 20년 넘게 연기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그간 슬럼프도 있었을 것이고 이겨낸 방법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지치지 않는 원동력이 궁금하다.
A. 슬럼프는 없었던 것 같다. 지친다, 재미없다는 있었는데 현장이 재미있으면 웃으면서 하게 되더라. 심장이 계속 뛰는 것은 좋은 것 같다. 설렘이 있는 그런 게 좋은 것 같다. 동떨어진 이야기 같은데 즐거운 것이 좋은 것 같다.
이미지

Q. 이미 배우 김선아는 정점에 올라와 있지 않은가. 김선아의 넥스트 스텝이 궁금하다.
A. 처음부터 뭘 해야지, 이게 없다. 그냥 스스로한테 안 부끄럽고 싶다. 안 열심히 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재미있는 게 좋다. 안 재미있으면 별로다. 엄청 단순하다. 시청률 관객 수 신경 안 쓰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에 매달리지 않는다. 예를 들면 내가 피아노를 쳤으니까 한 곡을 연주하고 나면 나중에 평가를 받지 않냐. 그 평가가 중요하긴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내가 피아노를 치며 느끼고, 음률이 어떻고, 소리가 맑게 들리고 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과는 어떤 사람과 경쟁을 하든, 그 평가는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생각이 든다. 항상 즐겁게 연주 하고 싶고, 앙상블도 하고 싶고, 노래도 하고 싶고, 반주도 넣고 싶고 그게 좋아서 즐겁고 싶다. 이 연주가 부끄럽고 싶지 않다. 그렇게 온 것 같다. 앞으로도 그러고 싶다. 녹슬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꾸준히 연습해야 하고… 난 1등 해야지, 그런 건 스트레스 받아서 못 살 것 같다.

사진=굳피플

(SBS funE 손재은 기자)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