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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전문가들 "남북 화해 중요한 행보…구체적 합의에는 성공 못 해"

러시아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27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 결과를 남북 화해를 위한 중요한 행보라고 평가하면서도 가장 핵심 의제인 한반도 비핵화 문제 등과 관련 구체적 합의가 없었으며 앞으로 해결해야 할 많은 문제가 남아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산하 경제연구소의 아시아전략센터 소장 게오르기 톨로라야는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정상회담은 한민족이 평화와 화합, 공존 속에서 살고 싶다는 열망을 보여준 훌륭한 프레젠테이션이었다"고 평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양측이 구체적으로 어떤 합의를 하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다"면서 "왜냐하면 모든 것이 제재 문제와 걸려 있고 제재 문제는 남북 관계가 아니라 북미 관계에 달려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공동선언문인 '판문점 선언'에 들어간 비핵화 관련 내용은 아주 우회적이고 불명료하게 표현돼 있다"면서 "지금까지도 남북한 모두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한다고 해 왔지만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어떤 경우든 북한은 일정한 핵전력을 자신들 통제하에 남겨두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한반도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 가능성과 관련해선 "평화협정은 일차적으로 북미 간의 협정이며 그다음에 중국이나 러시아, 일본 등이 이를 보증해야 한다"면서 "러시아와 일본을 제외한 남·북·미 3자 혹은 남·북·미·중 4자 합의로 견고한 평화협정이 체결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톨로라야는 이어 "이제 가장 중요한 과제는 문 대통령에게 지워졌다"며 "그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이 대화할 만한 사람이고 그와 만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는가에 모든 게 달렸다"고 분석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면 어떤 긍정적 결과를 기대해 볼 수도 있을 것이지만 그렇지 못하면 예전에 여러 번 그랬던 것처럼 남북 정상회담의 모든 합의는 문서로만 남아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북미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에 대해선 "문 대통령이 트럼프를 어떻게 설득하느냐에 달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릴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면서 "남북한 국민의 열망을 트럼프도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글렙 이바셴초프 전(前) 주한 러시아 대사도 "이번 회담에서 남북 화해를 위한 기초가 놓였기 때문에 이를 환영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하지만 "공동선언문에 포함된 합의들을 이행하고 달성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선 남북한뿐 아니라 다른 국제사회 국가들의 노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비핵화 문제를 예로 들면서 "북한은 핵·미사일 프로그램 포기를 위해 적대 행위 중단을 요구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겠다고 약속할 때만 북한과 대화하겠다고 맞서고 있다"면서 문제의 복잡함을 언급했다.

또 "평화협정 체결도 다른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가능한 것"이라면서 "평양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이 평화협정을 체결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바셴초프는 그러면서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핵포기 의사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만큼 최악의 경우 북미 회담이 무산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 국민대에서 강의하는 러시아 출신 한반도 전문가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도 타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정상회담 자체는 그렇게 파격적인 것이 아니었다"면서 "회담에서 어떤 심각한 결정도 채택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핵 문제 논의는 한국의 재량권에 포함되지 않으며 한국 정부가 아무리 원하더라도 이 문제와 관련한 결정을 내릴 수 없다"면서 "현재로썬 경제 협력에 대해서도 합의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그러한 협력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 위반이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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