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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 연정 협상 일부 진전…오성운동-민주당 결합 여부 내주 결판

과반 정당을 배출하지 못한 지난 달 4일 총선 이후 각 정당의 연정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며, 이탈리아 정부 구성이 2개월 가까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과 지난 5년 간 집권 세력인 중도좌파 민주당의 연대 성사 여부가 내주 판가름 날 전망이다.

27일 코리에레 델라 세라 등 현지 언론은 민주당이 내달 3일 지도부 회의를 열어 오성운동과 손잡고 정부를 구성할지 여부를 논의한다고 보도했다.

앞서 마우리치오 마르티나 민주당 대표 대행은 26일 기자들에게 "(연정을 둘러싼 오성운동과의)견해 차를 줄어는 데 중요한 진전이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차이와 난관이 존재하기 때문에 오는 3일 회의를 소집해 당의 방향을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성운동 소속의 로베르토 피코 하원의장은 이와 관련, 이날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을 만나 "오성운동과 민주당 사이의 대화가 시작됐다"며 정부 구성 협상에 일부 진전이 있었다고 보고했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정부 구성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각 정당 대표들을 상대로 직접 주재한 2차례의 협의와 지난 주 우파 정당 전진이탈리아(FI) 소속의 마리아 엘리자베타 카셀라티 상원의원에게 맡긴 중도우파와 오성운동의 연정 협상 중재 시도가 모두 소득 없이 끝나자, 이주 초 피코 의장에게 오성운동과 민주당의 협상을 중재하라는 특명을 내렸다.

마테오 살비니 대표가 이끄는 극우정당 동맹을 주축으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대표를 맡고 있는 FI 등 우파 정당 4개가 뭉친 우파연합은 이번 총선에서 37%를 득표해 모든 정치 진영 가운데 가장 많은 표를 얻었고, 오성운동은 득표율 32.5%로 단일정당 가운데 최대 정당으로 발돋움했다.

총선에서 17.5%의 표를 얻어 14%에 그친 베를루스코니의 FI를 따돌리고 우파의 새로운 맹주로 약진한 동맹은 우파연합과 오성운동의 연정을 꾸리길 희망하는 반면, 오성운동은 살비니 동맹 대표가 부패 정치의 상징인 베를루스코니와 결별하지 않으면 손을 잡을 수 없다고 맞서며 양측의 연대는 불발됐다.

한편, 마타렐라 대통령은 민주당이 내주 3일 회의를 소집해 오성운동과의 연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이 때까지는 정부 구성을 위한 별도의 중재 노력을 하지 않고 기다려줄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오성운동과 민주당은 주요 정책 현안에 대한 차이가 적지 않은데다, 서로에 대한 불신과 감정적 앙금이 상당해 연대가 쉽게 성사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총선의 참패의 책임을 지고 선거 직후 당 대표 자리에서 물러난 마테오 렌치 전 총리를 중심으로 한 민주당 주류는 오성운동과의 연대가 민주당의 종말을 의미한다며 오성운동과의 연정 구성 움직임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렌치 전 총리를 비롯한 대다수 민주당원들은 자신들이 집권한 지난 5년 동안 정부를 비판하는 데에만 열을 올린 오성운동이나 동맹 등과 손을 잡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표출하며, 선거에서 나타난 민의대로 야당으로 남아 당을 재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이 중심이 된 중도좌파 연합은 이번 총선에서 약 23%를 득표했고, 민주당 단독으로는 득표율이 19%에 그쳐 역대 최악의 성적을 거뒀다.

오성운동 내부에서도 민주당보다는 동맹과 손을 잡아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아, 오성운동 역시 민주당과의 연정 협상에 혹여 성공하더라도 당원들의 신임 투표라는 또 하나의 관문을 거쳐야 한다.

만약, 오성운동과 민주당의 연정 협상이 끝내 불발되면, 오성운동과 동맹의 연대 움직임이 다시 가시화될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디 마이오 오성운동 대표가 "동맹을 향한 문은 이미 닫혔다"고 천명했으나, 살비니 동맹 대표는 27일에도 "우파연합과 오성운동이 연합 정부를 구성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여기에, 오는 29일 동맹 소속 후보의 주지사 당선이 유력한 북동부 프리울리-베네치아 줄리아 주의 지방선거가 종료되면 살비니 대표가 오성운동의 요구대로 베를루스코니를 버릴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유럽연합(EU)에 회의적인 반체제 정당과 극우 정당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EU와 시장이 가장 우려하는 조합인 오성운동과 동맹의 연립 정부 가능성마저 사라지면, 이탈리아는 재선거 수순으로 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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