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김모(49·구속기소)씨의 네이버 댓글 여론조작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이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의 휴대전화와 계좌추적 압수수색영장까지 신청하면서 김 의원 연루 여부를 규명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청구 요건 미비를 이유로 검찰에서 영장이 기각되기는 했지만, 영장을 통한 강제수사를 시도했다는 사실 자체는 경찰이 지금까지 수사한 내용을 토대로 김 의원의 연루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댓글 여론조작과 관련해 김 의원이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핵심 쟁점은 드루킹 일당이 매크로(동일작업 반복 프로그램)를 이용해 불법으로 댓글 여론을 조작한다는 사실을 김 의원이 알았느냐다.
드루킹 일당은 지난 1월 17일 매크로를 이용해 뉴스 기사에 달린 댓글 추천수를 조작한 혐의(업무방해)를 받는다.
김 의원이 매크로 사용 사실을 사전에 알았거나 사실상 지시하거나 보고를 받았다면 업무방해 공범이 될 수 있다.
김 의원은 자신의 이름이 처음 거론된 지난 14일 기자회견에서 "매크로는 이번 보도를 통해 처음 알았다"며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다른 하나는 매크로가 쓰이지 않은 조직적 댓글 활동에 김 의원이 관여한 경우다.
경찰은 드루킹 일당이 매크로 없이 인터넷 기사 주소(URL)를 공유하며 조직적으로 댓글 활동을 한 행위도 업무방해 혐의 적용 대상이 되는지 검토 중이다.
김 의원이 19대 대선 전인 2016년 11월부터 대선 후인 지난해 10월까지 드루킹에게 메신저로 기사 URL 10건을 보낸 사실은 이미 확인됐다.
"홍보해주세요"라는 김 의원 요청, "처리하겠습니다"라는 드루킹의 답변 메시지도 발견됐다.
이는 드루킹 일당의 댓글 활동 역량을 김 의원이 일정 부분 인지했다는 방증으로 보인다.
따라서 경찰이 '매크로 없는 조직적 댓글 활동'에 대한 처벌 가능성을 어떻게 판단하는지에 따라 김 의원 수사 방향도 정해질 전망이다.
김 의원이 대선 후 드루킹으로부터 인사 추천을 받고서 청와대에 의견을 전달하고, 추천이 무산된 뒤 드루킹이 불만을 품자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추천 대상자를 직접 만난 정황 등도 김 의원과 드루킹 관계를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경찰은 여러 사정을 종합할 때 영장을 통한 강제수사가 필요할 만큼 두 사람 관계에 미심쩍은 구석이 많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김 의원 휴대전화나 사무실,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는 영장을 신청할 만큼 구체적인 혐의를 확인하지는 못한 단계로 보인다.
경찰도 김 의원이 26일 현재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 신분이며, 직접적인 조사 절차는 시작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의원에 대해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다고 판단한 만큼 보강수사를 거쳐 영장을 재신청할 가능성이 있다.
형사소송규칙상 물건이나 주거 기타 장소 등에 대한 압수수색은 피의자인 경우 혐의가 인정되는 자료와 압수수색 필요성, 해당 사건과의 관련성이 있어야 허용된다.
참고인 등 피의자가 아닌 경우 압수해야 할 물건이 있다고 인정될 만한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앞서 경찰이 김 의원과 관련해 신청한 통신사실확인용 및 계좌추적용 압수수색영장을 검찰이 기각한 것은 이런 필요성, 관련성 등의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휴대전화, 사무실 등 물건과 장소에 대한 압수수색도 마찬가지로 이런 기준에 따라 판단이 이뤄질 전망이다.
향후 경찰 수사는 드루킹 일당의 불법적 댓글 여론조작 행위가 더 있었는지와 김 의원 관여 여부를 확인하는 작업이 한 덩어리로 이뤄질 전망이다.
아울러 김 의원 보좌관 한모씨가 드루킹 측으로부터 500만원을 받은 사실을 김 의원이 정확히 언제 알았는지, 대선 후 드루킹이 김 의원에게 한 인사청탁과 한씨의 금품수수 사이에 연결고리가 있는지 등도 경찰이 수사에서 밝혀야 할 대상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