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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애? 아버지? 그보다 '배우' 이이경

열애? 아버지? 그보다 '배우' 이이경
‘코미디’란 옷을 입은 배우 이이경은 물 만난 고기였다. KBS ‘고백부부’에 이어 JTBC ‘으라차차 와이키키’까지, 두 작품 연속으로 그가 보여준 코믹연기는 감히 ‘역대급’이란 표현을 써도 무방할 정도로 시청자를 배꼽 잡게 만들었다. 그동안 많은 작품 속에서 이이경이란 배우가 연기하는 걸 봐왔지만, 이제야 제 옷을 입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이경은 코미디를 만나 제대로 연기꽃을 피웠다.

사실 배우가 소화하기에 코믹연기는 쉽지 않은 분야다. 대본에 글로만 쓰여진 상황을 맛깔나게 연기로 표현해야하고, 설령 그렇게 임무를 완수해도 지켜보는 시청자가 재미없게 느낄 수도 있는 노릇이다. 하지만 이이경은 코믹연기의 진수를 보여줬다. 그가 연기한 ‘으라차차 와이키키’의 이준기는 쉴 새 없이 선사하는 웃음폭탄에, 아무런 대사 없이 그냥 서있기만 해도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나오는 캐릭터였다. 그 자체만으로 웃음을 자아내는 존재. 이이경은 청춘들의 유쾌함을 담은 ‘으라차차 와이키키’의 진짜 ‘하드캐리’였다.

그래서 시청자는 이이경의 망가짐을 불사한 코믹연기에 칭찬을 쏟아냈다. “이이경만 나오면 웃기다”, “싫었던 월요일이, 이이경의 코믹연기 때문에 기다려진다”, “월요병을 날려주는 드라마. 특히 이이경 하드캐리” 등의 반응을 보이며 그의 연기에 박수를 보냈다.

‘으라차차 와이키키’ 마지막 방영일에 함께 극에 출연 중인 배우 정인선과 그가 실제 연인사이라는 열애기사가 터졌다. 상대적으로 대중의 관심이 뜨거울 수 밖에 없는 열애소식에, 이이경이 그동안 드라마에서 보여준 혼신의 연기에 대한 관심이 반대로 사그라지는 분위기가 안타까웠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말하고 싶다. 이이경의 코믹연기는 정말 완벽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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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호평 속에서 ‘으라차차 와이키키’를 끝낸 소감부터 듣고 싶다.
이이경: 내가 연기한 이준기를 ‘인생캐릭터’라고 말씀들 해주셔서 뿌듯하다. ‘제대로 뛰어놀아보자’ 라며 재밌게 하려 했는데, 다행히 좋은 반응이 나왔다. 댓글을 보니 “준기 진짜 열심히 하네”, “이경이 열일했다”, “하드캐리 한다”라는 반응이 많더라. 열심히 했는데, 그걸 다 알아주시는 것 같아 감사하다.

Q. 이렇게 코미디를 잘할 줄 몰랐다.
이이경: 처음 코미디 연기에 대한 생각을 갖게 된 건, 영화 ‘이웃사람’의 김휘 감독님 덕분이다. 김감독님이 내게 “이경아, 넌 코미디를 해야 한다. 넌 그 호흡을 갖고 태어났다”라며 “20~30대 배우중에 그 호흡을 갖고 있는 친구가 없다”라고 조언해주셨다. 그게 무슨 말인지 들었을 땐 잘 몰랐는데, 타이밍 좋게 ‘고백부부’에서 웃긴 캐릭터를 하고 반응이 좋았다. 이어 ‘으라차차 와이키키’에선 좀 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연기를 했는데, 다들 개성있게 봐주시더라. 그러면서 자신감이 붙어 연기를 좀 더 자신있게 했다.

Q. ‘으라차차 와이키키’는 이이경이 이런 배우란 걸 확실히 보여준 작품인 것 같다.
이이경: 이 작품으로 나란 배우가 코미디도 할 수 있다는 걸 확인시켜 준 것 같다. 도전으로 시작해 확실한 마침표가 된 작품이다. 대사가 이렇게까지 많은 캐릭터가 처음이었다. 준기가 모든 사건의 시발점이라 대사가 많을 땐 혼자 두페이지 반을 했다. 단순히 대사를 외우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맛있게 쳐야했다. 긴 대사를 듣는 사람이 지루해버리면 안되기에, 말 자체에 포인트도 주고 톤도 변화를 줬다. 전반적으로 하나하나 다 잡아간 작품이다. 전체적인 그림을 감독님이 잡아주셨고, 배우들끼리 호흡이 좋아 어떤 애드리브든 잘 받아줬다. 그렇게 서로간의 좋은 케미 속에서 모두가 극에 잘 녹아들었다. 끝나고 나서 ‘아, 잘 놀았다’라고 말할 수 있는 작품이다.

Q. 이준기는 단역 배우를 전전하며 조금씩 배우로서 입지를 다져가는 캐릭터였다. 실제 자신과 비슷한 점이 많았을 것 같은데?
이이경: 그래서 준기에게 애정이 컸고, 몰입하는데 따로 어려움이 없었다. 특히 준기가 드라마에서 비중있는 역할을 처음 맡아 대본을 품에 안고 우는 장면에선 크게 공감했다. 그 장면을 촬영하기 몇 주 전, 감독님이 해당 신에 대해 설명하며 “이건 진짜 너의 이야기라 생각하고 연기해주면 좋겠다”라고 말씀하셨다. 실제 촬영이 새벽 4시쯤에 이뤄졌는데, 한 테이크만에 끝냈다. 모니터해보니 내가 이마에 핏대를 세우며 울고 있더라. 그만큼 이입이 잘 된거다. 준기라는 역할은, 배우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가 해도 몰입이 잘 될 캐릭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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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젊은 배우들의 연기호흡이 좋았다. 마냥 웃기기만 한 게 아니라, 그 속에 청춘들의 애환이 담겨있어 짠하기도 했다.
이이경: 초반 4부까지 대본이 나왔을 때, 감독 작가님이 저희를 불러 대본리딩을 30번 넘게 시키셨다. 배우가 대사를 어색하게 말한다 싶으면 즉석에서 배우가 편하게끔 대사도 바꿔주셨다. 그렇게 모두가 역할에 몰입하기에 충분한 시간을 주셨다. 극이 연장되며 탄력이 떨어졌다 싶을 때, 또 다시 모여 대본리딩을 하며 디테일을 잡아갔다. 이 작품이 좋았던 건, 캐릭터들이 그냥 웃기기만 한 게 아니란 것이다. 캐릭터 하나하나의 밝고 웃긴 모습이, 진지한 장면에선 대비되어 충분한 감정으로 나왔다. 원래 웃긴 캐릭터라 슬플 때 더 슬픈 느낌을 줬다고 생각한다.

Q. 이준기 못지않게, 상대역이었던 고원희가 연기한 강서진 캐릭터도 강렬했다. 특히 ‘수염나는 여자’란 설정이 파격적이었다.
이이경: 원희가 수염이 잘 어울리긴 한다.(웃음) 원희는 내가 본 여배우 중에 가장 몸을 안 사리는 열정있는 배우다. 저희들끼리 ‘리허설의 여왕’이라 불렀다. 그 이유가 원희는 리허설 때 100%를 보여준다. 강서진이 액션이 많은 여자캐릭터인데, 원희는 그걸 리허설 때 실제처럼 다 보여준다. 한 번은 빵을 먹으면서 대사를 하는 장면의 리허설을 하는데, 원희가 진짜 빵을 다 먹어버린 적이 있다. 그래서 현장이 빵 터졌는데, 오히려 실제 촬영에서 원희가 리허설인 줄 착각해 빵을 먹는 시늉을 하며 연기를 했다. 우리가 뭐하는 거냐며 또 놀렸다. 그 정도로 원희는 순수하고 열정이 대단한 친구다.

Q. 극 중에서는 고원희와 커플이었는데, 실제로는 강동구(김정현 분)와 연인이 되는 한윤아 역 정인선과 교제 중이다. 정인선과 어떻게 같은 작품에 출연했고, 각자의 러브라인 연기에 질투는 없었나?
이이경: 우리가 ‘고백부부’ 때부터 만남을 이어왔는데, ‘으라차차 와이키키’에는 정인선이 먼저 캐스팅 됐다. 그 사실을 알았지만, 수많은 오디션 중 하나로 나도 이 작품의 오디션에 응했다. 근데 감독님이 좋게 봐주셔서 캐스팅이 된 거다. 그 친구와, 우리 개인의 감정으로 작품에 피해를 끼치면 안 되니, 각자의 연기를 하며 서운해하지 말고 작품을 먼저 생각하자고 이야기했다. 촬영기간 동안 아무도 우리가 연인사이인 걸 몰랐다.

Q. 여자친구 정인선의 매력은 뭔가.
이이경: 말을 정말 잘 들어준다. 대화에 모든 매력이 있다. 내가 누군가를 만나면서 이렇게 대화를 많이 한 적이 없다. 대화의 중요성을 알게해 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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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열애사실이 공개된 후, 본의 아니게 정인선이 먼저 드라마 종영 언론인터뷰를 진행하고, 종방연에도 혼자 가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이경: 새로 들어가는 드라마 ‘검법남녀’ 촬영때문에 ‘으라차차 와이키키’ 종방연에 못 갔다. 언론인터뷰도 그 친구가 하루 먼저 시작했다. 홀로 사람들을 상대했을 텐데, 어쩌다보니 내가 다 떠맡긴 거 같아 미안하다. 근데 그런 것들에 대해 전혀 내색하지 않더라. 그 친구에게 미안하고, 고맙다.

Q. ‘으라차차 와이키키’가 끝나자마자 바로 ‘검법남녀’에 투입된다. 또 코믹연기인가?
이이경: 코믹의 환기를 줄 수는 있지만 웃긴 캐릭터는 아니다. 정재영 선배가 법의관, 정유미 선배가 검사, 내 역할은 형사다. 그 셋이 같이 공조수사를 하는 수사물이다. ‘으라차차 와이키키’를 봤던 분들은 ‘검법남녀’에서 내 분량이 적어졌다고 하실 수도 있다. 그런 말에는 신경 안 쓴다. 내가 해야할 포지션이 있다면, 그 포지션을 충족시키면 된다.

Q 비중과 상관없이 작품을 정한다는 말인데, 작품 선택의 기준이 뭔가?
이이경: 딱히 기준은 없다. 기준이 있었다면 이렇게 많은 작품은 못했다. 감독님들이 날 필요로 하는 게 느껴진다면, 그것에 감동해 출연한 적이 많다. ‘고백부부’도 웃기고 망가져야하는 캐릭터라 원래 소속사에서 거절했던 작품이다. 근데 감독님의 “이경이가 해주면 좋겠다”는 말에 끌려 내가 하겠다고 나선 경우다. 그런 식으로 끌리면 한다. 배역의 비중은 상관없다. 배역이 아무리 작아도, 배우가 작다는 생각은 안 한다.

Q. 연기 데뷔가 좀 늦은 편이다. 체육을 전공하다가 연기로 전향한 이유가 있다면?
이이경: 원래 가라데 선수를 했고, 체육대학을 다녔다. 21살이 되자마자 도피 아닌 도피처로서 군대에 빨리 갔다. 전역할 때쯤 내 인생을 두고 선택을 해야하는데, 운동은 하기 싫었다. 당시 군대에서 드라마 ‘아이리스’의 인기가 어마어마했다. ‘아이리스’를 보는 것만으로 행복함을 느꼈다. 그 때 든 생각이 ‘보는 것만으로 이렇게 재미있는데, 직접 해보면 어떤 기분일까’ 였다. 그게 시작이었다. 제대 후 집 앞 연기학원에 찾아갔고, 거기 원장님이 학교에 가서 제대로 연기를 배워보라며 서울예대를 추천해주셨다. 그렇게 서울예대에 진학해 본격적으로 연기를 배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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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아들이 갑자기 연기하겠다고 하는데, 부모님이 반대는 없었나?
이이경: 물론 싫어하셨다. 대신 아버지께 그런 말은 했다. “아버지가 정해놓은 대로 내가 살 수는 있지만, 나중에 아버지를 원망하고 싶지 않다. 내 인생 내가 살고, 후회하더라도 날 원망하겠다”라고. 그 후 알바로 돈을 벌어가며 내 힘으로 연기학원을 다녔다.

Q. 대기업 CEO 출신의 아버지가 계속 회자된다. 최근에도 ‘이이경 아버지’가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그런 것에 대해 부모님과 따로 이야기한 게 있나?
이이경: 아버지가 LG에 입사해 30년 일하셨다. LG상사로 들어가셔서 전자에 오래 계셨고, 이노텍을 거쳐 화학을 끝으로 퇴임하셨다. 지금은 진주 연암공과대학교에 계신다. 아버지가 나와 같이 계속 화제가 되는 것에 어머니와 얘기한 적은 있다. 어머니가 “아버지가 너 피해 안 가게 열심히 하고 계시니, 너도 아버지 피해 안 가게 열심히 해라”고 말씀해 주셨다.

Q. 드라마 속 이미지 때문이지 가벼운 느낌이 있었는데, 대화를 나눠보니 실제로 이이경은 긍정적이면서도 진중한 사람인 것 같다. 자신이 생각하는 나, 어떤 사람인가?
이이경: 내가 잘 놀고 술도 잘 마시고 클럽도 잘 갈 거 같은 이미지인가 보다. 실제로는 안 그렇다. 클럽은 태어나서 총 5번도 안 가봤고, 술자리는 1차만 하고 집에 간다. 흡연도 군대에서도 안 피우던 걸, 영화 ‘백야’ 를 촬영하며 연기 때문에 배웠다. 소속사에 7년간 몸 담았는데, 대표님이 날 ‘잡초’라고 부른다. 어딜 갖다놔도 잡초처럼 일어날 애라고 하더라.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살려 한다.

Q. 비교적 늦게 시작한 연기. 하면서 보람을 느낄 때가 언제인가.
이이경: 이번 작품을 하며 “덕분에 행복했다”, “월요일이 기다려진다”, “준기만 나오면 웃기고 행복하다”라는 반응에 보람을 느꼈다. 영화 ‘아기와 나’ 때는 어느 분이 회사로 편지를 보냈다. 영화에서 홀로 아기를 돌보는 남자를 연기했는데, 편지를 보낸 분이 실제 비슷한 사연을 갖고 있었나보다. 영화를 보며 자신도 책임감 있게 살아야겠다 다짐했다고, 그런 내용을 편지에 썼는데 그걸 보고 큰 감동을 느꼈다. 내가 좋아서 시작한 연기지만,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으면 좋겠다. 쉽게 연기할 생각은 절대 없다. 연기자로서 잘 자리잡아 갈테니, 좋게 봐주시면 좋겠다. 믿고 보는 배우가 되고 싶다.

[사진제공=HB엔터테인먼트]

(SBS funE 강선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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