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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수다] 단번에 개그우먼이 된 지 9년…신보라, 그 다음은 뭘까요?

[스브수다] 단번에 개그우먼이 된 지 9년…신보라, 그 다음은 뭘까요?
돌이켜보면, 신보라(31)의 변신은 늘 의외였다. KBS ‘개그콘서트’에 첫 등장했던 신보라는 여느 개그우먼들과 달리 긴 생머리를 한 평범한 여대생의 모습이었다. 그런 이미지와는 달리 그는 남다른 끼로 곧 두각을 드러냈다. 가수 못지않은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큰 인기를 누렸다. 그는 이후 앨범을 발매해 가수로서 데뷔했다. 신보라는 뮤지컬 ‘젊음의 행진’ 여주인공 영심 역으로 낙점된 뒤 세 번째 무대에 올랐다.

뮤지컬 ‘젊음의 행진’ 공연이 한창인 서울 충무아트센터에서 만난 신보라는 개그맨 데뷔 때와 그다지 달라진 것 같지 않았다. 사려 깊고 조심성 있는 말투로 세 번째 영심 역을 맡아서 무대에 오르는 소감을 밝혔다. 처음 뮤지컬에 캐스팅 돼 세 번째로 ‘젊음의 행진’을 만나기까지 감사한 게 많다고 신보라는 말했다.

“‘젊음의 행진’에서 세 번째로 함께 하자고 했을 때 정말 감사했다. 사실은 고민도 있었다. ‘세 번째를 내가 해도 되는 걸까.’와 ‘나는 이 역할을 가슴 설레면서 할 수 있을까.’라는 두 질문을 떠올렸다. 결과적으로 안했으면 큰 일 날 뻔 했다.(웃음) 이 작품을 하면서 우선 내가 가장 행복하다. 그리고 행복해 하는 관객들을 보는 게 행복하다. 배우들과도 호흡이 좋다. 한 마디로 우리 관계는 서로 좋아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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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의 행진’은 인기 만화 ‘영심이’를 원작으로 하는 작품. 어느덧 서른다섯 살이 된 주인공 영심이가 ‘젊음의 행진’ 콘서트를 준비하던 중 학창시절 친구 왕경태를 만나 그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다. 신보라는 첫 번째, 두 번째 공연 때는 느끼지 못했던 ‘어떤 것’을 세 번째에 공연에서 느낀다고 털어놨다.

“이번 공연을 하면서 새삼 와 닿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영심이와 경태가 소중한 인연을 되돌리는 부분이다. 영심이는 수능이라는 인생의 시험대에서 경태를 놓쳤고, 이후 16년이 지난 뒤 경태와 재회한다. 대학 입시에 실패해 낮아졌던 영심이가 결국은 자신의 실수를 되돌릴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점이 유난히 부럽고, 또 공연을 할 때마다 울컥하기도 하다. 지난 9년 정도 활동하면서 나 역시 왜 아쉬운 부분이 없었겠나. ‘부모님께 좀 더 표현할걸’, ‘매니저에게 조금 더 잘해줄 걸’ 하는 부분들이 이번 공연에서는 유난히 더 몰입이 된다.”

신보라는 첫 번째, 두 번째 공연에서는 실수 없이 영심이라는 캐릭터를 잘 표현하는 게 목표였다. 세 번째 공연에 이르면서 신보라는 영심 그 자체에 몰입할 정도로 그 연기가 무르익은 듯 보였다. ‘젊음의 행진’을 보고 난 관객들이 “영심이가 신보라로, 신보라가 영심이로 보이는 착각이 든다.”고 한 반응은 우연은 아닌듯 했다.

“실제 성격도 영심이와 비슷한 부분이 있다. 조심성도 있고 두려움도 많다. 대학에서 원하는 점수를 얻지 못한 영심이가 낮은 자존감 때문에 고민하는 부분이 있지 않나. 나에게도 그런 면이 있다. 겉으로 보면 실패가 없어 보이지만 사실 두려움도 많고 자신감도 많진 않다. 조금 다른 부분이 있다면 나는 조금 일찍 철이 든 편이었다. 서른이 넘어서 생각을 해보니 조금 늦게 철이 들었어도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든다. 그 아쉬움을 영심이를 통해서 푸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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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라에게서 “겁이 많고 자신감이 없다.”는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경희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재학 중에, 모든 개그맨 지망생들의 꿈의 무대인 KBS 공채개그맨을 단번에 합격한 신보라. 그리고 그는 신인상도 없이 2011년 KBS 연말대상에서 우수상을, 2012년에는 최우수상을 타내며 그 활약을 인정받았다.

“겁이 정말 많았던 내가 꿈과 비전을 고민했던 시기는 대학교 4학년 때였다. 공부를 하다 보면 길이 생길 줄 알았는데 이 쪽 길은 원하던 길이 아니었다. 휴학을 하고 진로를 고민하며 ‘내가 뭘 하면 행복할까’란 질문을 가지고 개그우먼 시험에 응시했다. 내가 스스로 한 건 딱 거기까지였다. 가능성을 봐주신 덕에 합격을 했다. 그 뒤부터는 주어진 현실에 그저 열심히만 했다. 기회가 오면, 감사해서 또 열심히 하고.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다른 개그우먼들과는 조금 남다를지도 모르겠다.”

남들 앞에서 끼와 웃음을 아낌없이 드러내는 배우들이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선입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신보라의 말을 듣고 들었다. 신보라는 지금도 공연 전에는 걱정과 두려움이 든다고 솔직히 고백했다.

“공연이 8시 정각에 시작되면, 7시 45분부터는 두려움이 밀려온다. 괜히 별의 별 생각이 다 든다. ‘반응이 안 좋으면 어떡하지?’, ‘음이탈이 되면 어떡하지?’란 고민들이 잔가지를 치면서 계속 커진다.(웃음) 그럴 땐 기도하면서 중요한 것에 집중하려고 한다. ‘집중하고 행복해야 관객들의 반응도 좋아질 거다’라고 생각하고 냉정해지려고 한다. 겁이 나지만 무대에 올라가면 정말 행복하니까, 두려움에 속지 않으려고 한다.”

신보라가 보람과 자신감을 얻을 때는 ‘젊음의 행진’을 보는 관객들의 눈빛을 바라볼 때다. 관객들이 환희에 차서 함께 음악을 즐길 때, ‘언젠가는’을 부르는 영심이를 보면서 함께 울컥해 줄 때 그 감동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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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방송활동 때문에 개그우먼으로서 이미지가 셀 수도 있을 텐데 관객분들이 ‘신보라가 생각보다 잘한다’고 얘기해줄 때는 참 감사하다. 특히 스트레스가 많았는데 공연을 보고 풀렸다거나, 부모님을 모시고 왔는데 부모님이 굉장히 좋아하셨다는 얘기를 들으면 더 없는 보람을 느낀다.”

올해로 신보라가 연예인으로 데뷔한 지 9년이 됐다. 진로를 고민하던 대학생은 이제 연예인으로서 10년 가까운 시간을 보냈다. ‘젊음의 행진’은 그가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알린 계기가 됐고, 스스로에게는 그가 ‘좋은 사람’이 되고자 했던 성장 과정 중에 마주한 작품이기도 하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가지고 과분한 사랑을 받으면서 스스로 약한 점을 발견할 때도 있었다. 연예인이 꼭 아니더라도 사회생활을 하면서 누구나 그런 성장통을 가진다. 아이러니 하게도 그런 과정을 통해 진짜 나를 알게 했다. 내가 몰랐던 나의 모습을 보면서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게 됐다. 두달 동안 한 작품을 위해 배우들 뿐 아니라, 무대 스태프들, 분장, 소품 스태프 등 소중한 인연들을 만났다. 무대 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좋지만, 좋은 추억과 에너지를 주고받으면서 같이 또 작품하고 싶은 배우, 그런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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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젊음의 행진  

(SBS funE 강경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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