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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의 베트남전 학살을 아시나요?" 용기 낸 생존자들

<앵커>

15년이나 계속된 베트남 전쟁에서는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됐습니다. 30만 명의 군인을 파병한 우리나라도 이런 학살의 역사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데요, 당시 생존자들이 진실을 밝히기 위해 한국 땅을 밟았습니다.

안상우 기자가 만났습니다.

<기자>

이른 아침, 인천공항 입국장으로 두 여성이 걸어 나옵니다.

이들은 베트남 전쟁 당시 군대의 학살로 가족과 친구를 잃었습니다.

[응우옌티탄/퐁니·퐁넛 마을 생존자 : 진실을 말하기 위해 왔습니다. 우리 마을에서 있었던 사실을 증언하기 위해 왔습니다.]

1965년 10월 베트남 전쟁에 처음 파병된 '청룡부대'는 베트남 '깜라인' 상륙한 뒤 '다낭'까지 북진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군의 이동 경로에는 학살이 일어난 작은 마을들이 모여 있습니다.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희생자는 무려 9천 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응우옌티탄/퐁니·퐁넛 마을 생존자 : 1968년 그날, 저는 여덟 살이었습니다. 한국군의 학살로 어머니, 언니, 남동생, 이모, 사촌 동생까지 모두 다섯 명의 가족을 잃었습니다.]

피해자의 아픔을 털어놓기까지 쉽지 않은 여정이었습니다.

3년 전 처음 한국을 방문했을 때는 환영받지 못했습니다.

[응우옌티탄/퐁니·퐁넛 마을 생존자 : 첫 방문과 지금 방문은 많이 다릅니다. 첫 방문 때는 군복을 입고 다시 나타난 참전군인들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다시 용기를 냈습니다.

이번엔 자신과 같은 상처를 가진 다른 생존자와 동행했습니다.

둘은 오늘(21일) 대한민국 정부를 피고로 세운 시민평화 법정에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에 대해 증언했습니다.

[하민홍 교수/호치민시 인문사회과학대학 역사학과 : 많은 한국 사람들은 진실을 알고 싶어하고, 이미 많은 사람들은 진실을 알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일부의 사람들만 진실을 거부하고 있을 뿐입니다.]

이번 판결은 구속력이 없지만 우리의 책임을 인식하고 논의의 장을 여는 출발점으로 여겨집니다.

(영상취재 : 공진구·김남성·배문산, 영상편집 : 김준희, VJ : 김종갑, 화면제공 : 한베평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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