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최근의 '고유가'를 지적하며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비판하고 나서면서 유가가 한때 출렁이며 시장이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미국과 돈독한 관계를 맺어오던 OPEC의 주요 회원국 가운데 하나인 사우디아라비아는 트럼프 대통령의 비판을 즉각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7시께 트위터를 통해 "OPEC이 또 그 짓을 하는 것 같다"며 "바다에 있는 (원유로) 가득한 선박들을 포함해서 모든 곳의 원유량이 기록적으로 많은데도 유가는 인위적으로 너무 높다. (고유가는) 좋지 않다.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OPEC과 러시아를 비롯한 일부 비회원 산유국의 유가를 떠받치기 위한 원유 감산정책을 겨냥한 것이라는 풀이가 나왔다.
OPEC과 러시아 등은 2016년 11월 6개월 동안 하루 총 180만 배럴(OPEC 120만 배럴, 비OPEC 60만 배럴)을 감산하기로 하고 지난해 1월부터 시행했으며 같은 해 5월 감산시한을 올해 3월까지 연장하기로 한 바 있다.
또 지난해 11월 정기총회에서 감산 기간을 올해 말까지로 다시 연장했다.
이 같은 감산 등에 힘입어 국제유가의 기준인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최근 2014년 말 이후 거의 3년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오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전해지면서 브렌트유와 WTI는 각각 0.7%의 하락세를 보이며 민감하게 반응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OPEC과 러시아 등이 이 같은 감산 합의 이행을 점검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회동하는 가운데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제다 회동에서 사우디와 러시아는 그동안의 감산에 만족을 표시하면서도 감산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을 시사했다.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 석유장관은 "임무가 끝나지 않았다"고 밝혔고,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에너지부 장관도 "감산 합의에 동참하고 있는 산유국들은 내년에도 파트너십을 연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박 장관은 올해 말부터 감산 합의에서 벗어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할 계획이라고 지난달 밝힌 바 있지만 이날 발언은 감산을 내년까지 연장할 수도 있다는 취지로도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세에 알팔리 사우디 석유장관은 기자들에게 "그런 인위적인 가격 같은 것은 없다"면서 반발했다.
원유 감산으로 미국도 수혜를 보고 있다는 반박도 나왔다.
모하메드 바르킨도 OPEC 사무총장은 "미국의 원유산업 역시 감산으로 수혜를 보고 있다"면서 "우리는 모두 같은 배를 타고 있다"고 말했다.
유가가 오르면서 미국 셰일산업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는 점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WSJ은 고유가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세에도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사우디 같은 경우는 원유생산을 주로 국가가 통제할 수 있는 반면에 미국의 경우 대부분 개별 업체들이 셰일 원유를 생산하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가를 낮추기 위해 전략 비축유를 풀거나 사우디에 압력을 행사할 수도 있지만, 이 역시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고 WSJ은 평가했다.
또 최근 국제유가 상승은 OPEC과 러시아의 감산뿐 아니라 미국, 영국, 프랑스의 시리아 공습과 이란 핵협정을 둘러싼 중동 불안 요인도 적지 않게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