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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코뿔소 밀렵에 부패한 정부관리 등 조직적 개입"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에서 매년 1천여 마리의 코뿔소가 사라지는 가운데 이 범죄에는 단속기관의 부패한 관리들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리처드 브랜슨 영국 버진그룹 회장과 환경보호론자인 제인 구달 등 국제적 명망이 있는 인사들이 남아공 정부에 코뿔소 밀렵을 막아달라는 내용의 공개서한을 보냈다고 BBC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한해 남아공에서는 1천 마리 이상의 코뿔소가 밀렵 된 것으로 집계된 가운데 국제밀렵감시단체 트래픽(Traffic)은 지난 5년간 남아공에서 5천 500여 마리의 코뿔소가 밀렵꾼에 희생됐다고 밝혔다.

트래픽은 또 현재 아프리카 대륙 전체에 2만 5천 마리의 코뿔소가 생존하고 있으며 그 대부분인 2만여 마리가 남아공에 서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지난해 남아공 동부 콰줄루-나탈주(州)에서 희생된 222마리의 코뿔소 중 대부분은 주 정부가 운영하는 흘루흘루웨-임폴로지 공원에서 사살된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보호단체 '세이빙 더 와일드'(Saving the Wild)는 또 밀렵을 정죄해야 할 사법 체계 내 '조직적인 부패 고리'가 주범이라며 이들 부패한 관리들 때문에 밀렵이 3분의 1이나 증가했다고 폭로했다.

이 단체는 "일선 관리들로 이루어진 이 지독한 부패 집단에 대한 단속"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이들이 경찰의 비호를 받는다"고 덧붙였다.

미국 싱어송라이터 데이브 매튜스와 헬렌 클라크 뉴질랜드 전(前) 총리 등도 서명에 동참한 이번 서신은 "밀렵꾼들은 체포되더라도 감옥에 가는 경우가 드물다. 관련 법률은 밀렵을 저지하기에 약하다"라고 적시했다.

남아공에서 가장 유서 깊은 동물 보호구역인 흘루흘루웨-임폴로지 공원은 과거 50~60년대 멸종위기에 놓인 흰코뿔소를 번성시킨 코뿔소 복원운동으로 이름이 알려졌으나 최근 다시 위기를 맞았다.

트래픽의 줄리언 라드마이어는 "아프리카에서는 지난 10년간 최소 8천 200마리의 코뿔소가 밀렵꾼에 희생됐다"라고 전했다.

라드마이어는 "부패와 코뿔소 밀렵은 불가분의 관계다. 대부분 밀렵에는 범죄조직으로부터 현금을 받고 뒤를 봐주는 공원 관리인, 경찰, 정부관리 심지어 법조계 인사까지 연결돼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남아공에서는 조직범죄를 단속해야 할 경찰이 일부 코뿔소 뿔 범죄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라고 덧붙였다.

세이빙 더 와일드 설립자인 제이미 조지프는 "밀렵 사건을 다루는 법관과 검사들까지 부패했다는 증거가 있으나 어떠한 조처도 취해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조지프는 "지난 2년간 조사를 통해 인권과 자연유산을 보호해야 할 일부 법조계 인사들이 오히려 큰 해를 끼치는 경우를 목격했다"라고 털어놨다.

남아공 줄루족 공주로 유니세프 친선대사이기도 한 팝스타 토야 델라지도 남아공 정부가 법관과 검사들로 이루어진 범죄조직에 대해 즉각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이번 서신에 서명하고서 "라이노(코뿔소)는 줄루족의 신성한 이름이기도 하다. 줄루어로 라이노는 왕에게 바쳐진 영광스런 이름"이라고 강조했다.

델라지는 이어 "코뿔소가 도륙당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너무 슬퍼 마치 인간성이 상실되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에드나 몰레와 남아공 환경장관은 올 초 코뿔소 밀렵 방지를 '국가 최우선 과제'로 정하고 크루거 국립공원에서 밀렵이 줄었으나 다른 지역에서는 증가했다며 정부가 부패 근절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몰레와 장관은 "유감스럽게도, 지난해 정부관리 21명이 밀렵 혐의로 체포됐다"라고 전하고서 "남아공 공원관리 당국은 일사불란한 밀렵방지 시스템 구성 작업에 들어갔다"라고 밝혔다.

이번 서명에 동참한 야생동물 사진작가 토머스 망겔센과 남아공 뮤지션인 부시 마흘라셀라는 "야생동물 사파리 관광에 남아공 지역사회 주민의 생계가 걸린 만큼 우리가 그들을 대신해 목소리를 높여야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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