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인니, KF-X 재검토…KF-X, 고비 넘어 또 고비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oneway@sbs.co.kr

작성 2018.04.20 09:31 수정 2018.04.20 14:49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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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전투기 KF-X 사업에 20% 지분 투자를 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KF-X 사업을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3년 전 핵심기술 이전 무산 사태로 홍역을 앓았던 KF-X 사업이 또 고비를 만났습니다.

방사청과 한국항공우주산업 KAI는 재검토에도 긍정적 재검토가 있고 부정적 재검토가 있는데 전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입니다. 그런데 해외 방산업체 쪽에서는 "한국 정부가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세계적인 군사 전문지 IHS 제인스는 며칠 전 한발 더 나아가 "인도네시아가 KF-X 사업 포기를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작년 인도네시아 정부가 약속된 투자금을 제대로 내지 않아 잡음이 일었는데 인도네시아 내부에서 KF-X를 보는 시각이 곱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재검토는 이런 과정에서 사업을 다시 한번 점검하고 향후 진로를 재정리하는 차원에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라고 방사청은 설명합니다.

곧 조코 위도도 대통령 업무보고가 있을 것이라고 하는데 관건은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결심입니다. "인도네시아가 지금까지 투자한 돈과 설비가 있는데 설마 사업을 포기하겠느냐"는 낙관적 전망과 "인도네시아가 초도양산시기, 미국 전투기 기술의 인도네시아 유출 문제로 인해 사업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비관적 시각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KF-X가 넘어야 고비입니다.

● '불안불안' 인도네시아 

인도네시아 정부는 작년부터 좀 불안했습니다. 작년 투자분 1천 389억 원을 한국 정부로 보내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한 방사청과 한국항공우주산업 KAI의 설명이 걸작입니다. "인도네시아 재무부가 인도네시아 국방부로 사업비를 보냈는데 돈이 엉뚱한 데로 흘러가 버렸다!"

인도네시아가 선진국은 아니지만 허술한 나라도 절대 아닙니다. 인구 2억 6천만 명, 세계 16위 규모의 GDP를 기록하고 있고 정치체제도 안정된 동남아의 대국입니다. 투자금 1천389억 원이 원래 용도와 다른 곳에 쓰이는, 희대의 사건이 벌어질 나라가 아닙니다.

1천389억 원 미지급은 인도네시아 정부 내에서 KF-X 사업에 반대하는 세력이 있어서 생긴 일일 가능성이 큽니다. 방사청 관계자도 "KF-X 사업에 참여하지 말고 유럽에서 전투기를 구매하자는 의견이 인도네시아에 분명히 있다"고 말했습니다.

인도네시아는 또 KAI에 파견한 인도네시아 기술진 40여 명을 작년에 모두 송환했습니다. KAI 측은 인도네시아 기술진이 돌아간 데 대해 "인도네시아가 돈을 줘야 인도네시아 기술진에게 월급을 주는데 돈이 안 왔으니 월급을 줄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일견 납득이 되는 설명이지만 "인도네시아가 40명 월급이 없어 기술 습득의 단절을 감수했을까"라는 의문이 생깁니다. 인도네시아 기술진 일부는 지난달 다시 한국으로 들어왔습니다. 인도네시아로부터 돈이 안 들어와 기술진 월급 못 준다던 KAI가 지금은 무슨 돈으로 월급을 주고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한국형 전투기 KF-X● 인니 대통령, 재검토 지시

이렇게 잡음이 생기자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지난 1월 KF-X 사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인도네시아 국방부에 업무보고를 지시했습니다. 방사청은 이를 두고 재검토로 보고 있고 KAI는 사업 점검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온도차가 좀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지시가 있은 지 석 달이 됐지만 현재까지 보고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인도네시아 국방부 장관의 건강 문제 때문에 보고가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결국 대통령 보고는 인도네시아의 정치법률안보 조정 장관이 하는 것으로 정리가 됐습니다. KF-X 사업에 대한 인도네시아 국방부의 보고 내용은 어떤 것인지,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의중은 무엇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기자는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관의 무관에게 관련 내용을 이메일로 문의했습니다. 인도네시아 대사관 측은 처음에는 "이메일을 주면 답신하겠다"더니 "답변할 수 없다"로 입장을 바꿨습니다. 이 과정에서 인도네시아 무관은 방사청과 답변 여부를 협의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IHS 제인스 "인니, KF-X 사업 철수 검토"

세계적인 군사 전문지 IHS 제인스는 지난 17일 "인도네시아가 KF-X 사업에서 철수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현재 말레이시아에서 열리고 있는 방산 전시회에서 인도네시아 인사들을 만나 인터뷰한 뒤 나온 기사입니다.
 
IHS 제인스의 KF-X 기사기사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측은 '지정학적 요인'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는 군사 분야에서는 러시아와 가깝기 때문에 20% 지분이 있다고 한들 KF-X에 잔뜩 들어갈 미국 기술을 고스란히 받을 수 있겠느냐는 우려입니다. 인도네시아가 이슬람 국가라는 점도 걸립니다. 최근 미군은 대 중국 견제를 위해 태국, 베트남, 필리핀과 협조 체제를 강화하면서도 인도네시아만 건너뛰고 있습니다.

방사청 관계자는 "IHS 제인스 측이 KF-X 사업에 반대하는 인도네시아 인사를 인터뷰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인도네시아에 KF-X 사업 참여에 반대하는, 제법 강력한 세력이 분명히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