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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 이듬해 태어난 쿠바 새 수반…록·청바지 애호 실용주의자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의 뒤를 이어 18일(현지시간) 새 의장으로 단독 추대된 미겔 디아스카넬 베르무데스(58)는 라울 의장의 충실한 '오른팔'이자 신세대 감각을 지닌 '실용주의자'로 평가됩니다.

디아스카넬의 국가평의회 의장직 승계는 쿠바에서 59년 만에 카스트로 성을 쓰지 않는 첫 국가수반이 탄생하고, 혁명 후 세대가 국가를 이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디아스카넬은 지난 30여 년간 공산당 위계 구조 아래 차근차근 정치적 계단을 오르면서도 지나친 야심을 드러내지 않은 채 조용하고 신중하게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혁명 이듬해인 1960년 중부 산타클라라 시의 공장 근로자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오는 20일 58번째 생일을 맞습니다.

디아스카넬은 1982년 대학에서 전자공학 학위를 받은 뒤 1985년까지 쿠바 혁명군으로 의무 복무했습니다.

1987년에는 쿠바 청년공산주의동맹 제1비서 자격으로 니카라과에 파견되기도 했습니다.

이후 1993년 공산당 입당을 거쳐 1994년 비야클라라 주 당 위원회 1서기에 임명됐습니다.

비야클라라 주 당 서기를 역임하면서 주민들이 다양한 문화적 삶을 즐길 수 있도록 허용했습니다.

2003년 올긴 주 당 위원회 1서기로 재직할 당시에는 체 게바라가 그려진 낡은 셔츠를 입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모습이 종종 목격되곤 했습니다.

지인과 주민들은 그가 편견이 적은 데다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하고 충실히 청취하는 태도를 지녔다고 전했습니다.

2003년 43세의 나이로 최연소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됐고, 2009년 고등교육부 장관에 이어 2013년 5명으로 이뤄진 국가평의회 부의장 겸 수석부의장으로 선출됐습니다.

온화하고 과묵한 성격으로 알려진 그가 라울의 차기 후계자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제2의 권력자인 국가평의회 수석부의장으로 임명되면서였습니다.

라울 전 의장은 그를 수석부의장으로 임명할 당시 "디아스카넬 동지는 신참이 아니며 계획되지 않은 인사도 아니다"고 언급, 자신이 낙점한 후계자이자 충실한 오른팔에 대한 두터운 신뢰를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디아스카넬은 혁명 후 세대인 만큼 2014년 말 미국과의 국교정상화 합의 후 쿠바에 일고 있는 개혁과 개방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로큰롤을 좋아하고 청바지를 즐겨 입는 비틀스 팬으로 알려진 그는 쿠바 인터넷 접속환경 개선을 추진한 데다 동성애자 권리 옹호 등 기존 지도부보다 개방적이고 실용주의적인 성향을 보여왔습니다.

2013년 국회에 해당하는 전국인민권력회의 의원들에게 "국민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라"고 조언한 일화는 그의 실용주의 성향을 잘 보여줍니다.

일각에선 라울 전 의장이 2021년까지 공산당 총서기직을 유지하면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다 디아스카넬이 사회주의 혁명의 연속성을 옹호해왔다는 점에서 급격한 개혁과 정책 변경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됩니다.

그가 쿠바 공산당원들에게 "미국, 노르웨이, 스페인, 독일, 영국 대사관이 사회전복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며 공산당 일당 체제와 중앙집권적 계획 경제의 연속성을 강조한 동영상이 지난해 여름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더 나아가 지난달 산타클라라에서 국회에 해당하는 전국인민권력회의 선거를 한 후 쿠바 국영 TV와 한 인터뷰에서 "미국이 냉전 시대 수사를 재개하면서 쿠바 혁명을 공격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날을 세웠습니다.

미 NBC는 "디아스카넬이 2015년 미·쿠바 국교정상화에 대해 '혁명을 무너뜨리려는 최종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다른 방식'이라고 비판하는 등 근래 들어 점차 강성 면모를 보여왔다"고 전했습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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