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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 재판 후 사형선고…이라크 IS 부역혐의자는 '파리 목숨'

속전속결 재판에 인권침해 만연…"정의보다 보복 위한 사법절차"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에 부역한 혐의로 최근 이라크 법정에 선 터키 출신 주부 아미나 하산(42)은 가족과 이라크에 밀입국해 가족과 2년여가량 지냈지만 IS를 돕거나 지원을 받은 적은 없다고 항변했다.

심리가 진행되는 동안 하산에 이어 재판을 기다리는 다른 IS 부역 혐의 여성들은 이제 갓 걸음마를 시작한 하산의 아이를 어르고 달래며 숨죽여 지켜봤다.

2분여가량 하산의 해명을 들은 아흐메드 알-아메리 판사는 더 들어볼 것도 없다는 듯 이내 그에게 교수형을 선고했다.

법원 심리가 시작된 지 불과 10여분 만이었다.

연이어 법정에 선 다른 여성들의 운명도 이런 방식으로 순식간에 결정됐다.

그렇게 2시간 만에 누군가의 아내이자 아이들의 엄마인 여성 14명에게 IS에 부역한 혐의로 사형이 선고됐다.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3년여에 걸친 IS와의 전투 끝에 지난해 승리를 선언한 이라크 정부가 'IS 부역자'로 분류된 이들에 무차별적으로 대테러법을 적용해 사형선고를 남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이라크에서 IS가 패퇴하면서 뒤에 남은 IS 조직원이나 그 가족, 옛 점령지 거주자들이 이라크의 대테러법에 의해 IS 부역자들로 낙인 찍혀 대거 체포됐다.

이라크 사법당국은 IS에 대한 국민적 반감과 부역자들에 대한 신속한 처벌을 바라는 국민의 기대를 업고 정당한 법적 절차를 무시하면서 속전속결식으로 부역 혐의자들에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하고 있다.

이라크군 대변인 야히야 라술은 "(IS) 희생자들이 흘린 피와 이라크 국민에 충실하고자 그런 범죄자들은 사형 선고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NYT는 대테러 법원에서 진행되는 형식적인 재판은 죄 없는 주변인과 IS 조직원뿐 아니라 친인척 등을 쓸어모아 정의 구현보다는 보복이 목적인 사법절차에 의해 대다수가 처형되는 결과를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이라크 대테러법은 누구든 테러 행위에 관여하거나 이를 선동·계획하거나 재정적 지원을 하는 등의 경우 사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라크 법원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은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1만3천여명이 IS에 연루된 혐의로 구금됐다고 NYT에 전했고 휴먼라이츠워치도 작년 12월 당시 최소 2만여명이 구금된 것으로 집계했었다.

작년 여름부터 IS 연루자 관련 1만여건이 이라크 법원으로 넘어갔는데 현재까지 약 2천900여건의 판결이 완료됐고 이 중 98%는 유죄가 선고됐다.

이라크 법무부는 지난 16일 성명을 내고 IS에 연루된 혐의로 이날 하루에만 11명에 대한 사형이 집행됐다고 밝혔다.

국선 변호인조차 테러 혐의자들에 대한 수사 정보는 기밀로 분류돼 기소 근거가 되는 사건 기록을 열람할 수 없다.

변호인의 보수도 피의자의 형이 확정되거나 사형이 선고된 뒤에야 지급되고 승소 여부와 무관하게 25달러(약 2만7천원)만 지급돼 변론에 성실히 임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하산의 국선 변호인 알리 술탄은 사건 관련 기록을 확보할 수 없어 변론을 위해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았다고 NYT에 털어놨다.

이런 상황에 대해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OHCHR)은 재판 절차상의 하자는 되돌릴 수 없는 오심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도 이라크가 다수에 신속한 극형을 선고하고자 모호한 법에 의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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