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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해양 컨베이어 벨트가 느려지고 있다…해류 흐름이 멈춰 서면?

[취재파일] 해양 컨베이어 벨트가 느려지고 있다…해류 흐름이 멈춰 서면?
급격한 지구온난화로 극지방의 빙하가 녹아내리고 대서양의 해류 흐름이 바뀌면서 지구촌 곳곳에 기상 이변이 몰아친다. 뉴욕도 순식간에 빙하로 뒤덮인다. 지난 2004년 개봉한 재난영화 <투모로우, The Day After Tomorrow>에 나오는 내용이다.

대서양에서 태평양, 인도양에 이르는 전 세계 해양은 거대한 해류의 흐름인 이른바 '해양 컨베이어 벨트(The Global Ocean Conveyor Belt; 아래 그림 참조)'로 연결되어 있다. 이 해양 컨베이어 벨트는 전 세계 해양 곳곳으로 열과 염분을 수송하고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역할도 한다. 열을 수송하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만큼 당연히 지구촌 기후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해양 컨베이어 벨트
영화에서처럼 거대한 해류의 흐름이 멈춰 서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실제로 영화 같은 일이 벌어질까?

영국과 미국, 캐나다 공동연구팀이 캐나다 북동쪽 북태평양 해역(Labrador Sea)의 퇴적층에 쌓인 알갱이를 조사한 결과 북대서양 해류의 흐름이 소빙기가 끝나고 산업화가 시작되는 시점인 1850년대 이후부터 현재까지 약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Thornalley et al., 2018). 해류 흐름이 빠르면 빠를수록 해저 퇴적층에는 상대적으로 굵은 입자가 쌓이는데 1850년대 이후 바닥에 쌓이는 입자의 크기가 급격하게 작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해저 퇴적층의 입자 크기와 그 입자가 쌓인 시기 등을 추적해 시기별로 해류 흐름의 속도를 재구성한 결과 소빙기가 끝난 뒤 지난 150년 동안 북대서양 해류의 흐름이 15~20% 정도 느려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의 이 같은 북대서양 해류의 흐름은 지난 400년 이후 1,600년 만에 가장 약한 수준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소빙기 끝난 이후 지속적으로 북대서양 해류 흐름이 느려진 것은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상승하면서 극지방과 그린란드의 빙하가 녹아내린 엄청난 양의 민물이 바다로 흘러 들어갔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빙하가 녹은 물은 염분이 들어 있지 않아 바닷물보다 상대적으로 가벼운데 이 물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면 해양의 표층수가 가벼워져 북대서양 북부에서 바다 깊은 곳으로 가라앉는 해류의 흐름을 막아 해류의 속도를 느리게 한다는 것이다. 결국 지구온난화로 극지방에서 빙하가 녹아내리면 녹아내릴수록 민물이 바다로 흘러들어 해류 흐름은 느려지는 것이다. 지구온난화가 해류의 흐름을 바꿔놓고 있는 것이다.

독일과 스페인, 그리스, 미국 공동연구팀도 기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북대서양 해류(AMOC, Atlantic meridional overturning circulation) 흐름이 20세기 중반 이후 15%정도나 약해진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Caesar et al.,2018). 특히 겨울철과 봄철에 해류의 속도가 더욱 느려진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해양 컨베이어 벨트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북대서양 해류는 적도 부근 멕시코 만에서 따뜻한 바닷물을 서유럽 부근의 북대서양으로 밀어 올리고 대서양 북쪽 해역에서 차갑게 식어 바다 깊은 곳으로 들어간 뒤 대서양 남쪽으로 흘러 내려오는 해류다. 서유럽 지역이 겨울철에도 상대적으로 날씨가 온화한 것은 바로 이 해류 때문이다.

하지만 북대서양 해류의 속도가 느려지면 적도 부근의 뜨거운 열기가 북쪽으로 올라가지 못해 적도 부근 멕시코 만과 걸프 해류가 흐르는 지역[Gulf Stream region]은 예년보다 더 뜨거워지고 대신 북극 아래 북대서양 지역[subpolar region]은 따뜻한 바닷물이 올라오지 않는 만큼 예년보다 더 차가워지게 된다. 연구팀은 이 두 해역의 해수면 온도 관측 자료와 기후모델을 이용해 걸프 해류 해역은 수온이 올라가고 대서양 북부 해역은 수온이 떨어지는 것을 찾아냈다. 북대서양 해류 흐름이 약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북대서양 해류 흐름이 약해지면서 유럽에서는 이미 겨울철 한파가 더 강력해지고 여름철에는 폭염이 더욱 강해지는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 또 상대적으로 수온이 높아지는 미 동부 해역에서는 해수면이 보다 빠르게 상승하고 사하라 사막에서는 가뭄이 더욱 심해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점점 약해지고 있는 해류가 아예 멈춰 선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니 해양 컨베이어 벨트가 거꾸로 돌게 되면 어떤 현상이 나타날까? 지구온난화가 지속될수록 빙하는 녹아내리고 북대서양 해류는 더 약해질 것이다. 어느 순간 해류 흐름 자체가 붕괴되는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에 도달할지도 모른다. 지구온난화를 막지 못하면 영화 '투모로우'가 아니라 지금까지 전혀 생각하지 못한 기상이변 그 이상이 현실로 다가올지도 모를 일이다.

<참고문헌>

* David J. R. Thornalley, Delia W. Oppo, Pablo Ortega, Jon I. Robson, Chris M. Brierley, Renee Davis, Ian R. Hall, Paola Moffa-Sanchez, Neil L. Rose, Peter T. Spooner, Igor Yashayaev, Lloyd D. Keigwin. Anomalously weak Labrador Sea convection and Atlantic overturning during the past 150 years. Nature, 2018; 556 (7700): 227 DOI:10.1038/s41586-018-0007-4

* L. Caesar, S. Rahmstorf, A. Robinson, G. Feulner,  V. Saba, Observed fingerprint of a weakening Atlantic Ocean overturning circulation, Nature , 2018; 556, 191-196, DOI:10.1038/s41586-018-0006-5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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