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가 이미 '땅콩 회항' 사건으로 고개 숙였던 한진그룹의 반성이 진정성이 없던 게 아니냐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늘 리포트+에서는 잊을만하면 돌아오는 재벌가의 갑질에 대해 짚어봤습니다.
■ "음료수병 던지고 물 뿌렸다"…익명게시판에 올라온 '물벼락 갑질' 논란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갑질 논란은 한 광고대행사의 익명 게시판에서 시작됐습니다. 광고대행사 팀장이 조 전무의 질문에 제대로 답변을 못 하자 조 전무가 화를 냈고, 음료수병을 던졌는데 안 깨지자 분이 안 풀려 물을 뿌렸다는 글이었습니다. 이 글이 일파만파 퍼지자, 대한항공 측은 영상 촬영장소가 어딘지 대답하지 못하는 대행사 팀장에게 조 전무가 언성을 높이는 과정에서 컵을 팔로 치면서 직원에게 물이 튄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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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늬만 대기발령 아니냐"…삼 남매 '갑질 논란', 여론 조용해지면 경영 복귀
국민적 공분이 커지자 대한항공 측은 어제 조현민 전무를 업무에서 배제하고 대기 발령 조치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누리꾼들은 "대한항공 갑질이 한 두 번이냐", "언니처럼 금방 복귀하겠지", "국적기 자격 없다, 태극마크 떼라"는 댓글을 남기는 등 여전히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대한항공이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앞서 조 회장의 둘째인 조원태 현 대한항공 사장은 2000년 단속 경찰관을 치고 도주하다 시민에게 붙잡히는가 하면, 2005년에는 난폭운전에 항의하는 70대 할머니를 폭행한 혐의로 입건됐습니다. 이런 가운데 셋째 조 전무의 '물벼락 갑질' 의혹까지 불거진 겁니다.
■ 처벌은 솜방망이…잊을만하면 돌아오는 재벌가의 갑질
재벌가의 갑질 논란은 잊을만하면 등장해 여론의 질타를 받았습니다. 지난해 1월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셋째 아들 김동선 씨가 한 술집에서 종업원들의 뺨과 머리 등을 때리고 순찰차에서 난동을 부려 기물을 파손한 혐의로 입건됐습니다. 김 씨는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받았는데요. 집행유예 기간인 지난해 9월에도 서울 종로구의 한 술집에서 변호사들에게 행패를 부려 다시 수사를 받기도 했습니다.
2016년에는 중견기업 두정물산 임병선 사장의 아들 임범준 씨가 만취 상태로 기내에서 난동을 부려 국내외적인 질타의 대상이 됐습니다. 임 씨는 2시간에 걸쳐 다른 승객과 승무원들에게 폭력을 휘둘렀고, 정비사에게는 욕설과 함께 침을 뱉기도 했습니다. 당시 같은 비행기에 탑승했던 세계적인 팝 가수 '리차드 막스'의 SNS를 통해 이 사건이 공개됐는데요. 임 씨는 "술에 취해 당시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진술하며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운전기사를 상대로 폭행 등 갑질을 일삼은 재벌들도 있었습니다. 지난 2016년 4월에는 3년 동안 운전기사 12명을 바꿨던 정일선 현대BNG스틸 사장의 '갑질 매뉴얼'이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정 사장은 A4용지 140여 장에 달하는 매뉴얼을 만드는 등 운전기사들에게 갑질을 해온 사실이 드러났는데요. 당시 매뉴얼에는 '과속 카메라를 무시해라', '불법 유턴을 해라'는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지만, 정 사장에게는 300만 원의 벌금형이 선고됐습니다.
같은 해 3월에는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이 운전기사들에게 갑질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당시 이 부회장의 전직 운전기사들은 이 부회장이 눈을 마주치는 것을 싫어해 룸미러를 돌려놓고, 양쪽 사이드미러를 접은 채 운전하도록 지시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부회장의 폭행은 사실로 드러났고 근로기준법 위반 등 혐의로 벌금 1500만 원을 선고받았지만, 재벌가에 벌금형은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잊을만하면 돌아오는 재벌가의 갑질, 언제쯤 완전히 잊을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