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불의 신호등을 확인하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서른 살 청년을 차로 쳐 숨지게 하고 달아난 40대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음주 운전 처벌 전력이 있는데도 또다시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아 돌이킬 수 없는 사고를 낸 이 남성은 오랜 기간 교도소에서 죗값을 치르게 됐다.
회사원 A(40)씨는 지난해 12월 8일 오후 11시 39분께 혈중 알코올농도 0.081% 상태로 자신의 SUV 차량을 몰고 청주시 흥덕구의 한 도로를 지났다.
그러던 중 앞선 횡단보도 보행자 신호등에 파란불이 들어왔다.
하지만 A씨는 정지 신호를 무시한 채 그대로 운전해 길을 건너던 B(30)씨를 들이받았다.
A씨는 차에 치여 크게 다친 B씨를 뒤로 한 채 그대로 달아났다.
이 모습을 목격한 견인차 기사가 뒤쫓아 차를 막아선 뒤에야 그는 멈춰섰다.
보행자 신호에 따라 횡단보도를 건너다 영문도 모른 채 끔찍한 사고를 당한 B씨는 뒤늦게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과다출혈로 숨지고 말았다.
A씨는 경찰 조사와 법정에 이르기까지 사람을 친지 몰랐다고 주장했다.
견인차 기사가 사람을 쳤다고 말해줘 비로소 알게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A씨 차량 블랙박스에는 사고를 낸 후 "사람 친 것 같은데", "사람 쳤어"라는 그의 혼잣말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또 견인차 기사는 A씨가 차량을 막아서자 후진하려고 해 운전석 문을 열어 차 열쇠를 빼앗은 뒤 경찰에 신고했다고 증언했다.
청주지법 형사5단독 빈태욱 판사는 15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 치사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A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빈 판사는 판결문에서 "술을 마신 상태에서 신호를 위반해 피해자를 충격하고도 도주해 사망에 이르게 한 죄질이 극히 나쁘다"며 "법정 진술을 보면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는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식과 오빠를 잃은 피해자 가족에게 가늠하기 어려운 고통과 슬픔을 줬고, 이들이 피고인의 엄벌을 원하고 있다"며 "음주운전으로 2회 처벌 전력이 있는 점을 고려하면 엄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씨는 이전의 음주운전죄로는 모두 벌금형을 받는 데 그쳤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이 판결에 불복, 항소했다.
(연합뉴스/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