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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 전해준 세월호 추모 메시지 109만 건

하늘로 전해준 세월호 추모 메시지 109만 건
"어디서 새순으로, 꽃으로 피었니… 봄꽃에 눈물이 난다. 잊지 않을게."

지난 12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 내 합동분향소.

제단 옆에 놓인 LED 전광판에는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문자메시지 내용이 실시간으로 나오고 있었다.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나마 희생자를 추모하려는 시민들이 '#1111' 번호로 보낸 메시지다.

이렇게 전송된 메시지는 이미 100만 건을 훌쩍 넘어 109만8천건에 달했다.

사고 초기엔 하루 2만건 넘게 몰리기도 했다.

요즘엔 그 숫자가 줄긴 했지만 하루 100건 안팎으로 꾸준하다.

"미안해요. 하루하루를 정신없이 살다 보니 너무 오랜만에 문자 보냅니다. 모두 그곳에서 안녕하시기를 바라며 잊지 않겠습니다."(8138 드림) "○○아 생일 축하해! 날씨가 많이 추워졌는데 건강 조심하고 친구들과 선생님들과 좋은 시간 보내라 잊지 않을게. 사랑해"(3722 드림) 바쁜 일상에도 문득 희생자들이 떠오를 때면, 미안한 생각에 하늘에 있는 희생자들에게 보낸 마음의 속삭임이다.

합동분향소 한 귀퉁이에서 무려 4년 동안, 현장을 방문하지 못하는 추모객들의 울림을 대신 전해 온 메시지 전송 시스템은 이번 달 분향소와 함께 철거될 예정이다.

애초 메시지 전송 시스템은 한 문자메시지 대행업체의 기부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세월호 참사가 있고 일주일가량 지난 2014년 4월 23일.

당시 안산시 올림픽기념관에 임시 설치된 세월호 사고 피해자 합동분향소에는 전국 곳곳에서 방문한 추모객들의 발길이 밤새 끊이지 않았다.

분향소를 방문하고 싶은 바람은 한결같았으나, 해외에 있는 교민이나 지방에 거주하는 시민은 여건상 분향소를 찾을 수 없었다.

이에 정부 합동대책본부는 장례 대행업체와 상의, 업체 직원의 개인 휴대전화를 연결해 오전부터 추모 문자메시지를 상황판에 띄웠다.

하지만 단 몇 시간 만에 수만 건의 추모 문자메시지가 몰렸고, 결국 같은 날 오후 10시 단말기 과부하로 고장 나면서 추모 메시지 송출이 8시간 동안 마비됐다.

결국 이 때 수신된 7천여건의 메시지는 상황판에 띄워지지 못했다.

이 상황을 현장에서 접한 한 언론사는 대책본부의 주먹구구식 분향소 운영에 대해 비판 기사를 내면서, 추모 문자메시지를 무료로 할 방법은 없는지 한 이동통신사에 문의했다.

이 과정에서 해당 이동통신사 홍보팀은 협력업체인 문자메시지 대행업체에 제안해 무료 추모 메시지 전송 시스템을 분향소에 설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제안받은 업체 측은 온 국민이 애도하는 상황을 고려, 흔쾌히 무료로 시스템을 설치했고, '#1111'이란 번호로 메시지를 보내면 서버에 저장하는 것과 동시에 LED 전광판에도 뜨도록 했다.

이 시스템은 2014년 4월 25일 정오 가동해 같은달 29일 합동분향소가 화랑유원지로 옮겨질 때 함께 이전 설치된 후 4년 동안 합동분향소를 지켰다.

엄세욱 인포뱅크 과장은 "국가 재난상황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게 있을까 고민하던 중, 이동통신사 측으로부터 제안을 받아 시스템을 설치한 게 벌써 4년이 흘렀다"라며 "아직도 추모 메시지를 정리하다 보면 울컥할 때가 많아 잠시 쉬었다가 다시 하곤 한다"라고 전했다.

이어 시스템 철거에 대해 "그동안 추모 문자메시지로 조금이나마 위안을 받으신 분이 있다면 그걸로 만족한다"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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