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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30년 돌 조각 외길…'힐링' 주는 '행복한 호랑이'

<앵커>

수도권 소식입니다. 행복한 호랑이 조각으로 유명한 돌 조각가 오채현씨가 암석에 혼을 불어넣는 작품활동 과정을 취재했습니다.

의정부 지국 서쌍교 기자입니다.

<기자>

미세먼지 속에서도 조각가 오채현 씨의 작업장은 망치 소리로 요란합니다. 오 작가의 행복한 호랑이가 다듬어지고 있습니다.

익살스러우면서도 좀 모자라는 듯 한, 그래서 더 친근한 호랑이입니다.

[오채현(56세)/돌 조각가 : 까치 호랑이처럼 굉장히 순하고 부드럽고,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존재로 바뀌는 거죠.]

3.5m나 되는 돌 호랑이는 앞으로 2~3년 더 망치질해야 완성됩니다.

오 작가의 불상 조각에도 특유의 해학과 여유가 넘칩니다. 정형화된 기존의 불상과는 달리 스트레스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토닥이고 보듬는 따뜻한 불상입니다.

고향 경주의 환경이 그를 자연스레 불상 조각의 길로 이끌었습니다.

[오채현(56세)/돌 조각가 : 어릴 적에 소풍 가면 경주 남산에 늘 가고, 숨어도 부처님 뒤에 숨곤 했어요.]

그런 정서가 스며든 작품은 평창올림픽 기간에 진행된 월정사 전시회에서 관람객들의 큰 호응을 받았습니다.

요즘은 대형 암석 4면에 불상을 새기는 4방불 작품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작품 재료는 주변의 야산, 계곡에서 비바람을 맞고 뒹구는 화강석입니다.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의 정서와 닮아 있기 때문입니다.

웃음을 주는 그의 작품 활동은 보기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오채현(56세)/돌 조각가 : 단단한 돌을 힘으로 하니까 반동을 해서 제가 다치게 되더라고요.]

게다가 돌가루와 먼지 속에서 함께 작업할 장인을 구하기가 갈수록 어렵습니다. 30년이나 해 온 일이지만 돌 조각 마지막 세대일 거라는 위기감이 항상 따라다닙니다.

[오채현(56세)/돌 조각가 : 제 힘이 언제까지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죽을 때까지 이 일을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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