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딸 납치됐다" 신고한 여성…범인으로 지목된 택시기사는 '혐의 없음'
SBS 취재진은 제주지방경찰청을 통해 이 사건의 전말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지난 2월 11일, "24개월 된 딸이 납치됐다"는 한 여성의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자신이 아이의 어머니라고 밝힌 A 씨는 60대 택시기사 B 씨를 납치범으로 지목했습니다. A 씨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은 한 해안에서 아이를 재우고 있는 B 씨를 발견했습니다.
택시기사 B 씨는 "납치가 아니라 A씨로부터 아이를 잠시 돌봐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며 A 씨와 지난해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B 씨는 A 씨에게 언제 오는지 묻기 위해 전화를 건 기록을 경찰에게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아이는 A 씨에게 돌려 보내졌고 사건은 일단락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지난 5일, A 씨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제주도에서 24개월 안 된 아기가 강제 추행당했어요'라는 제목으로 "경찰이 불기소 증거 불충분이라는데 말이 되냐"며 글을 올렸습니다. A 씨는 해당 게시물에 '글을 널리 퍼트려주세요'라는 댓글도 남겼습니다. 그리고 이 글은 삽시간에 인터넷 카페와 SNS 등에 퍼졌고 청와대 청원까지 올라왔습니다.
이에 제주지방경찰청이 공식 SNS 계정에 수사 결과를 알리는 게시물을 올렸지만, A 씨의 글만 접한 일부 누리꾼들의 비난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습니다. 혐의가 없다는 경찰의 수사 결과가 나왔는데도 누리꾼들에 의해 '성범죄자'로 몰린 택시기사 B 씨는 A 씨를 무고죄로 고소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처럼 정확하지 않은 온라인 게시물 등에 의해 피해자가 생기는 일은 종종 발생했습니다. 지난해 9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한 아이가 버스에서 먼저 하차했는데 함께 탑승한 엄마는 내리지 못해 해당 버스기사에게 세워달라고 요청했지만, 기사가 이를 무시하고 오히려 욕을 했다"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당시 해당 버스기사는 인신공격 등의 악성 댓글에 시달려야 했는데요. 조사 결과, 해당 글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자 일각에서는 죄 없는 사람을 마녀사냥 해 범죄자로 몰아가는 무고죄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대검찰청 자료에 따르면, 2010년 3천여 건에 그쳤던 무고죄는 5년 만에 2천 건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승재현 팀장은 SBS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사실을 기반으로 한 고소는 인정하는 게 당연하지만, 사실 관계가 성립하지 않은 상태에서 고소인이 피고소인을 형사 처벌할 목적으로만 고소했다면 무고죄를 적용해 엄격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승 팀장은 "무고로 인한 피해자들은 사건에 휘말리는 것만으로 생계에 영향을 받거나, 사회적 단절을 겪어야 하는 경우도 많다"며 "수사기관 역시 이 같은 무고의 심각성을 고려해 무고죄 형량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기획·구성: 송욱, 장아람 / 디자인: 안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