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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사면과 평창 로비…합법 후원 포장된 로비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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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 회장의 특별 사면과 그 조건으로 이명박 정부가 내걸었던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특명. 그 과정에서 삼성의 불법 로비 의혹에 대해 어제(9일) 저희가 자세히 전해드렸습니다. 

저희 보도를 보시고 시청자 여러분께서도 많은 의견을 주셨습니다. 불법행위를 했더라도 그게 다 나라의 이익을 위한 것 아니었느냐는 말씀도 있었고, 또, 결과만을 위해서 과정의 불법을 감수하는 시대는 이제 끝내야 한다는 데도 많은 분들이 공감을 나타내주셨습니다.

진실은 불편하더라도 감춰서는 안 된다는 언론의 기본 사명을 되새기면서 어제에 이어 오늘도 저희가 취재한 내용 전해드리겠습니다.

어제 이 시간에 올림픽 유치 활동이 한창이던 지난 2010년 삼성과 국제육상연맹회장의 아들 파파디악이 주고받았던 이메일을 바탕으로 IOC 위원의 로비 대가로 삼성이 거액의 후원금을 건넸다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저희가 전해 드렸습니다.

특히 파파디악은 삼성 측에 정치자금과 로비자금뿐 아니라 성공보수까지 요구했었는데 그거 말고도 수상한 또 다른 계약이 있었습니다.

먼저, 이세영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2010년 7월 22일, 파파디악이 황성수 당시 삼성전자 상무에게 보낸 이메일입니다. 무슨 계약인지 파파디악은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며 한 회사를 거쳐 계약하자고 합니다.

또, 그 회사를 만드는 것에 대해 변호사의 피드백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로부터 두 달 뒤 파파디악은 아프리카 육상연맹 AAC와 총 250만 달러, 우리 돈 28억 원의 후원 계약을 희망한다고 밝힙니다.

아프리카 육상연맹과 마케팅 대행사 스포팅 에이지 그리고 삼성 또는 삼성 총괄법인 사이에 계약을 맺을 것이라고 전합니다.

황 전 상무가 윗선에 보고한 이메일에서 이 계약의 목적을 알 수 있었습니다.

명목상 아프리카 육상연맹 후원으로 진행, 비용 지급은 로비 활동 내역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전제로 이뤄진다고 보고했습니다.

삼성과 파파디악은 12월 말 아프리카 육상연맹과 삼성전자 아프리카 총괄 법인이 직계약을 하자는 합의안을 만듭니다.

3년 계약금 250만 달러 이후 2년 연장 시 150만 달러를 지급하는 안입니다. 눈에 띄는 건 연장 시 계약금 집행 시기입니다.

2011년 7월 6일 이후 2주 이내 집행한다고 돼 있는데 동계 올림픽 유치도시 선정 투표일이 7월 6일이었습니다.

[이승형/변호사 : 성공보수로 볼 여지가 충분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성공 못 했으면 이 돈은 지급이 안 되는 거니까 상대방 입장에선 이 돈을 받기 위해선 성공을 시켜야 되겠고, 성공을 시키기 위해선 뭘 해야 되겠습니까. 자기들이 하겠다고 하는 로비활동을 열심히 해야 되겠죠.]

금액도 눈여겨볼 부분입니다. 2년 연장이 성사되면 삼성이 지급하는 돈은 총 400만 달러입니다.

정치자금과 캠페인비용 3백만 달러, 여기에 별도의 성공보수를 달라고 했던 파파디악의 처음 요구금액과 비슷한 규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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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심쩍은 부분이 많습니다. 그러면 방금 보신 명목상의 계약, 아프리카육상연맹과 삼성 아프리카법인의 후원금 계약이 실제 어떻게 진행됐는지도 확인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희 취재팀이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아프리카 세네갈에 다녀왔습니다.

강청완 기자입니다.

<기자>

세네갈 다카르에 있는 아프리카 육상연맹 본부, '메종 라민 디악' 즉 라민 디악의 집이라는 문패를 달고 있었습니다.

[('라민 디악의 집'이라고 쓰여있네요?) 이 건물이 2007년에 지어졌는데 라민 디악이 회장이라서 그의 이름을 땄어요.]

라민 파티 아프리카육상연맹 사무총장을 만나 삼성과 후원 계약을 맺은 사실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라민 파티/아프리카육상연맹 사무총장 : 7년 전에 삼성과 공식 파트너로 계약을 맺었는데 매우 성공적이었고 대단히 만족하고 있습니다.]

파티 총장은 그러나 후원금 액수와 사용처는 국제육상연맹이 주관한 거라 모른다고 답했습니다.

[라민 파티/아프리카육상연맹 사무총장 : 우린 (계약) 금액은 잘 모릅니다. 계약 프로그램은 모두 국제육상연맹이 관리한 겁니다.]

또 아프리카육상연맹에 대한 삼성의 후원은 2010년과 2011년 아프리카 주니어챔피언십이라고 밝혔습니다.

파파디악이 9월 황성수 당시 삼성전자 상무에게 제안한 후원 항목 가운데 하나와 일치합니다.

세네갈 현지의 삼성 법인을 찾았습니다. 여기서도 아는 바가 없다고 답했습니다.

[삼성 세네갈 법인 관계자 : 한 번도 저한테 연락이 오거나, 아니면 본사나 어디에서도 저한테 연락을 취하라고 한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삼성 본사 측은 아프리카 육상연맹과 2011년 후원계약에 관한 질문에 미주, 중남미, 아프리카, 유럽 등 여러 국가의 체육단체와 후원 계약을 맺었다는 포괄적 대답을 내놨습니다.

아프리카 육상연맹에 대한 삼성전자의 후원은 취재로 확인된 계약 시기와 후원기간 등에 비쳐 볼 때 파파디악이 요구한 로비자금과 밀접한 연관이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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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아프리카 대륙의 서쪽 끝, 세네갈의 수도 다카르입니다.

삼성에 IOC 위원 로비 명단, 즉 '디악리스트'를 넘기고 각종 후원금 계약을 요구한 파파디악의 회사와 집이 이 도시에 있습니다.

먼저 파파디악이 운영했다는 스포츠 마케팅 회사, 파모찌를 찾아 나섰습니다. 인터넷에 나오는 사업 제안서의 주소지에는 회사 건물 자체가 없었습니다.

저희가 입수한 정보대로 파파디악의 스포츠 마케팅 회사를 찾아왔습니다. 분명히 주소대로 찾아왔는데 공사 중인 건물이나 민가 외에는 아무것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주소와 함께 적혀 있던 전화번호로 통화를 시도했지만,

[잘못되거나, 없는 번호입니다.]

없는 번호였습니다.

취재진은 이어 현지인 가이드의 도움을 받아 파파디악의 소재를 탐문했습니다.

수소문 끝에 파파디악의 집을 안다는 한 현지인을 어렵게 만났습니다.

[파파디악… 이곳은 아닌데, 저쪽으로 가서 물어보면 정확한 집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현지인이 안내한 파파디악이 산다는 집, 하지만 집주인은 바뀌었고 현재 사람이 살지 않는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파파디악의 집 아닌가?) 예전에 살았는데 지금은 아닙니다. 이사갔어요.]

파파디악이 삼성 측에 보낸 이메일에 나와 있던 주소지 역시 지금은 간판조차 남아 있지 않은 빈 건물.

취재진이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파파디악이 자주 찾는다는 다카르의 고급 호텔입니다. 온종일 기다렸지만 파파디악은 이곳에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호텔 직원 : (파파디악이 자주 온다고 들었는데.) 그랬죠. 하지만 요즘은 잘 안 옵니다. 그를 본 지 오래 됐습니다.]

로비 의혹에 대한 파파디악의 답은 끝내 듣지 못한 채, 아쉬운 엿새간의 현지 취재를 마무리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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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신대로 저희가 세네갈 현지까지 가서 취재했지만 파파디악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희 취재팀은 파파 디악이 삼성이 보냈다는 IOC 위원들의 명단, 이른바 올림픽 유치를 위한 로비 대상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보기로 했습니다. 그 명단에 있던 사람 가운데 26명에게 연락했고 그 가운데 두 명과 정식 인터뷰를 했습니다.

이 내용은 전병남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기자>

지난 1994년부터 2011까지 IOC 위원을 지낸 아르네 융퀴스트. 스웨덴 국적의 융퀴스트 전 위원은 1999년부터 2007년까지 국제육상경기연맹 수석부회장도 맡았습니다.

이 때문에 당시 IOC 위원이자 국제육상경기연맹 회장이던 라민 디악과 오랜 기간 함께 활동했습니다.

[아르네 융퀴스트/당시 IOC 위원 : IOC 위원들은 서로 다 압니다. 위원이 115명밖에 안 됩니다. (아들 파파디악도 알고 있습니까?) 그럼요. 지금 세네갈에 있잖아요.]

하지만 디악 리스트와의 연관성은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아르네 융퀴스트/당시 IOC 위원 : 저는 라민 디악과 연관이 없습니다. 매년 1년에 한 번 만났던 정도예요. 공식적인 자리에서 인사하는 정도….]

라민 디악으로부터 평창을 지지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적도 없다면서 평창은 그 자체로 자격이 충분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아르네 융퀴스트/당시 IOC 위원 : 라민 디악이 평창에 투표하라고 얘기한 적 없습니다. 평창은 IOC 위원들에게 매우 잘 알려진 후보지였습니다. 평창이 확정됐을 때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2010년 10월 국가올림픽연합회 총회가 열렸던 멕시코 아카풀코에서 이건희 회장과 만난 적이 있지만, 자신이 참석한 자리는 다른 IOC 위원들과 함께한 합법적인 오찬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디악 리스트에 오른 또 다른 IOC 위원, 나이지리아의 하부 구멜과도 만났습니다.

파파 디악이 삼성에 보낸 IOC 위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이 들어 있다는 사실에 놀라워합니다.

[하부 구멜/IOC 위원 : (파파 디악이 2010년 삼성에 리스트를 하나 건넸는데, 당신의 이름이 있다고 하는데요?) 제 이름이요? 저는 2009년 말에 IOC 위원이 됐기 때문에 잘 모릅니다.]

라민 디악을 제외한 리스트 속 26명 가운데 인터뷰에 응한 2명과 이미 사망한 3명을 제외한 21명의 위원은 취재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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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9일) 저희 취재 내용이 나간 뒤에 삼성은 오늘 자사 홍보사이트를 통해 SBS 보도에 대해 반박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평창 올림픽 유치를 위해서 불법 로비를 한 적이 결코 없다는 내용입니다.

삼성 쪽의 반박 내용은 이현영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삼성은 자체 홍보 홈페이지 '뉴스룸'에 SBS 보도에 대한 해명 글을 올렸습니다.

SBS의 보도는 특별사면과 억지로 연계시키기 위한 무리한 주장이라면서 근거로 이건희 회장은 2007년과 2003년에도 IOC 위원으로서 올림픽 유치를 위해 활동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대해 SBS는 먼저 이건희 회장이 IOC 위원으로서 한 유치 활동을 문제 삼은 게 아니라 삼성이 조직과 자금을 동원해 로비에 나섰다는 의혹을 제기했다는 점을 밝혀둡니다.

해명 글에서 삼성은 또 모든 것을 검토한 후 다른 일반적 후원계약과 같이 연맹을 통한 합법적인 후원을 했다면서 탈법·불법 로비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2010년 당시 삼성 관계자와 파파디악이 거듭 논의했던 대로 후원 계약의 형식 자체는 문제가 없도록 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입니다.

취재진은 로비 관련 취재 내용에 대한 답변을 듣기 위해 오늘 다시 공식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삼성 측은 보도 이전과 마찬가지로 문서로만 답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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