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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 실패작 '7년의 밤'…무엇이 잘못됐나?

100억 실패작 '7년의 밤'…무엇이 잘못됐나?
영화 '7년의 밤'(감독 추창민)의 흥행에 빨간불이 켜졌다. 

9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7년의 밤'은 누적 관객 수 51만 3,282명을 기록해 박스오피스 9위까지 떨어졌다. 개봉 2주 차 주말, 이틀 동안 불러모은 관객 수는 고작 1만 4천여 명. 이번 주 신작이 쏟아진다면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순 제작비 85억, 마케팅비 포함 총 100억 원이 넘는 제작비를 쓴 '7년의 밤'의 손익분기점은 약 290만 명.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100만 명은 고사하고, 70만 돌파도 버겁다.

2016년 5월 촬영을 마친 영화는 1년 10개월 만에 늦깎이 개봉했지만, 창고 영화의 흑역사를 깨지 못한 채 쓸쓸하게 퇴장할 것으로 보인다.

'7년의 밤'은 한순간의 우발적 살인으로 모든 걸 잃게 된 남자 최현수(류승룡)와 그로 인해 딸을 잃고 복수를 계획한 남자 오영제(장동건)의 7년 전의 진실과 그 후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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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실패는 각색의 실패에서부터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정유정 작가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했지만 원작의 매력과 미덕이 휘발된 각색으로 관객의 공감을 얻는 데 실패했다.

원작은 전직 야구선수 현수와 싸이코패스 의사 영제, 현수의 아들 서원과 서원을 돌보는 승환까지 4인이 중심 인물이다. 여기에 현수의 아내인 은주와 영제의 아내 하영도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영화는 시간이라는 물리적 제약이 뚜렷하다. 그러다 보니 영화의 바탕이 되는 시나리오 단계에서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각색이 이뤄져야 한다. 활자를 축약해 영상으로 보여줄 주요 사건을 채택하고, 캐릭터는 배우의 연기에 의해 입체성을 획득하게끔 설계하고, 주요한 상징은 영화에서도 효과적으로 사용한다. 

시나리오를 직접 쓴 추창민 감독은 현수와 영제의 대결 구도를 짜고, 부성애를 강조한 심리 드라마라는 방향을 설정했다. 이 선택은 성공적이었을까.

소설에서 활자로만 묘사된 세령호의 이미지는 영화를 통해 성공적으로 시각화됐다. 탁월한 잠수 능력을 가진 승환(송새벽)이 호수로 들어가 침몰된 세령 마을을 훑는 오프닝 시퀀스도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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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사건의 발단이 되는 교통사고 묘사에 공을 들였다. 교통사고 전후로 영제(장동건)와 세령(이레)의 관계, 현수(류승룡)와 은주(문정희), 서원(고경표)의 가족 이야기 등을 제시하며 기본적인 정보 전달과 캐릭터 설명을 한다. 사실상 영화의 첫 장면이라 할 수 있는 이 시퀀스는 지나치게 무겁고 뚱뚱하게 여겨진다. 교통사고가 발생하는데 약 40여 분을 소요한 뒤 영화는 현수와 영제의 내면으로 침투해 그들의 변명을 늘어놓는다.  

소설 역시 인물의 내면 묘사에 많은 공을 들였지만 누구도 옹호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영화는 현수와 영제에게 집중한 묘사를 하면서 그들 각자의 사정을 부각한다. 이것이 매력적이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감독의 선택이 잘못됐다고 지적할 수는 없다. 

문제는 감독의 의도처럼 영화가 캐릭터를 설득시키거나 포용하지도 못한다. 영제가 현수에 대한 복수에 집착하는 것이 사랑하는 딸을 죽인 원수이기 때문인지 내 소유물을 뺏어간 것에 대한 분노인지도 불분명하다. 차라리 소설처럼 감정을 거세한 절대악처럼 표현했다면 관객이 영제의 캐릭터를 수용하기 쉬웠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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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의 불행은 우발적 사고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영화는 피의 대물림이라고 말하는 듯 하다. 현수의 아버지에 대한 서사는 몽환적 영상으로 끊임없이 반복 등장한다. 또 현수는 서원을 살리기 위해 수많은 사람을 희생시키는 선택을 하는데 '부성애'라는 명목아래 너무 간단하게 처리해버린다. 이러다 보니 관객은 영화에 나온 어떤 인물에게도 마음을 둘 수 없다.   

소설을 읽은 사람에겐 사건의 전개와 캐릭터의 묘사, 결말까지 불만족스럽고 소설을 읽지 않은 관객에겐 캐릭터와 행동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은 영화가 돼버리고 말았다. 

영화 '7년의 밤'은 재미를 떠나 공들인 태가 역력한 작품이다. 하지만 제작진의 노력이 완성도로 연결되진 못했다. 누구나 예상했던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적 구성을 포기한 영화는 느리고 어두운 심리 드라마로 호기롭게 나아갔다.

그러나 세령호의 이미지를 탁월하게 살려낸 것을 제외하고는 각색과 구성, 편집 등에서 취사선택에 실패한 영화가 됐다. 촬영 중 제작사가 바뀌고 후반 작업에서 두 번이나 편집기사가 교체되는 등 암초도 적잖았다. 

소설을 읽었던 대다수의 독자들은 '이 이야기는 영화로도 보고 싶다'라는 욕망을 느꼈다. 그러나 막상 영화로 탄생한 '7년의 밤'을 본 관객들은 '영화화는 무리였다'는 한숨을 쉬며 다시금 책의 첫 페이지를 펼칠지도 모르겠다. 
            

(SBS funE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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