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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전쟁 키워드 '메주콩'…미·중 "네가 더 아프다" 동상이몽

무역전쟁 키워드 '메주콩'…미·중 "네가 더 아프다" 동상이몽
"무역전쟁이 아니라 대두(大豆·메주콩) 전쟁이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대두가 향후 판세를 좌우할 핵심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천문학적 규모의 양국 대두 무역을 둘러싸고 정치·거시 경제 등 여러 사안이 고차 방정식처럼 복잡하게 얽히고 있습니다.

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픈 부분을 노리며 수입산 대두에 25%의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지만, 정작 이 카드가 현실화될 경우 중국 측 피해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양측은 "상대가 더 아플 것"이라고 자신하면서 각자 계산기를 두드리며 분주히 손익을 따지는 모양새입니다.

영국 경제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7일(현지시간) '대두전쟁: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가 아파할 곳을 치려 한다'는 제목으로 대두가 향후 양국 무역전쟁에 미칠 영향 등을 분석했습니다.

대두는 우리나라에서는 간장, 된장 등의 원료로 쓰입니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주로 가축 사료에 쓰입니다.

대두는 고단백인 데다 지방까지 풍부해 축산업자들이 돼지 사육에 애용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연간 도축되는 돼지 수는 1980년대 4억 마리에서 최근 7억 마리로 껑충 뛰었습니다.

문제는 중국에서 육류 소비가 늘어나면서 대두 생산이 소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 중국 내 대두 생산량으로는 수요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중국 대두 생산량은 세계 전체의 4%나 될 정도로 많지만 중국 내에서는 불과 6주면 모두 소비됩니다.

중국으로서는 대두 대부분을 수입할 수밖에 없는 처지입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중국은 연간 수출되는 미국산 대두 220억 달러(23조5천억원)어치의 56%를 쓸어가고 있습니다.

미국산 대두 수입량은 20년 전 연간 50만t에서 지난해 9천600만t으로 급증했습니다.

또 대두는 중국으로 수출되는 미국산 농산품 가운데 3분의 2의 가량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대두 생산 벨트는 중부인 일리노이주, 아이오와주, 미네소타주, 네브래스카주부터 남쪽 아칸소주에 걸쳐 있습니다.

대부분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텃밭'입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이 대두를 앞세워 트럼프 대통령과 농촌 지지자의 사이를 틀어놓으려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중간 선거를 앞두고 있어 유권자 동향에 어느 때보다 민감한 상황입니다.

대개 중간 선거는 현역 대통령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을 갖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에반 메데이로스 전 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중국은 무역 분쟁으로 인한 고통을 미국보다 더 잘 견딜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중국이 최근 발표한 관세 부과 명단은 트럼프 지지층을 정밀 겨냥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공화당 소속인 벤 새스 네브래스카주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농업을 태워버리려고 위협한다"며 "중국의 잘못된 행동과 싸워야 하지만 여기에는 우리 말고 중국을 벌 줄 수 있는 책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 4일 중국이 대두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자 실제로 시장은 크게 흔들렸습니다.

곧바로 부셸(곡물량을 세는 단위)당 40센트 하락했습니다.

일리노이주에서 대두 농사를 짓는 빌 와이크스는 "이는 500에이커(약 2㎢)를 가진 농부가 수십 분 만에 1만2천달러(약 1천300만원)을 손해 본 것을 뜻한다"며 "엄청난 손실"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중국의 대두 수입 수요에 맞춰 지난 수년간 경작 규모를 두 배로 늘린 상태라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설명했습니다.

다만 아직 '대두 벨트'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에 등을 돌리는 움직임은 크게 감지되지 않고 있습니다.

와이크스는 "관세 폭탄 위협은 단지 술책일 뿐"이라며 "트럼프는 이를 협상 도구로 사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일리노이주의 다른 농부 밥 스튜어트도 "앞으로도 대두를 경작할 생각"이라며 "아직 대두 대신 옥수수를 심겠다는 사람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번 관세 폭탄이 트럼프의 향후 선거에 영향을 주리라는 점에 대해서도 회의적이었습니다.

스튜어트는 "투표 영향력이라는 면에서 우리는 그다지 강력하지 않다"며 "이곳에서 일하는 농부 자체가 이제 별로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미국 애크런대의 미국 중서부 정치 전문가인 존 그린은 "이 지역 유권자들은 설령 자신들에게 경제적 해가 생길지라도 '더 공정한 무역을 위해 외국을 때린다'는 트럼프 정부의 상징적 목표를 지지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대두를 둘러싼 무역전쟁이 일어나면 이를 칼로 휘두른 중국도 심각한 정치적 압박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중국은 무엇보다 대두 공급선 때문에 곤란을 겪을 전망입니다.

현재 전 세계 대두 생산의 90%는 미국, 브라질, 아르헨티나가 책임지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아르헨티나의 품종은 중국 축산업자들이 선호하지 않기 때문에 결국 미국산의 대안은 브라질산만 남게 됩니다.

문제는 중국이 브라질산 대두에만 기댈 경우 인플레이션이 생길 수 있다는 점입니다.

브라질산 대두가 미국산의 유일한 대안이 되면 결국 브라질 농부들이 가격을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입니다.

이는 결국 중국 정부에 잠재적인 정치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분석했습니다.

궈타이쥔안(國泰君安) 증권은 "대두 가격 상승은 고깃값과 석유 가격 인상 등으로 전가될 수 있다"며 "결국 중국 내 인플레이션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블룸버그 통신도 돼지고깃값 상승이 13억 중국 국민의 체감물가를 움직여 정치적 불똥을 튀길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중국 공산당은 경제계획 실패로 물가를 크게 상승시키는 사태를 1949년 집권 이후 줄곧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으로 여겨왔습니다.

블룸버그 통신은 "돼지고기부터 전자제품까지 1980년대 후반에 치솟은 물가가 톈안먼(天安門) 사태로 가는 길에 대중불만을 부추겼다"고 주장했습니다.

상하이 JC 인텔리전스 컴퍼니의 수석 애널리스트인 리창은 "중국밥상에는 돼지고기가 매일 오른다"며 "최악의 보복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이와 달리 리서치업체 TS롬바드처럼 대두 가격이 10% 올라도 인플레이션은 0.2% 증가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분석하는 기관도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중국이 장기적으로 다른 대두 공급원을 육성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흑해 연안 우크라이나 등이 후보가 될 수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설명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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