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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일 주워야 6천 원" 폐지값 반토막 수거 노인들 생계 막막

"종일 주워야 6천 원" 폐지값 반토막 수거 노인들 생계 막막
폐지를 모아 생계를 잇는 박숙자(78·여)씨는 지난달부터 평소 가는 곳보다 2㎞나 더 먼 고물상을 찾는다.

폐지를 실으면 무게가 100㎏에 달하는 손수레를 끌고 40여분을 꼬박 걸어야 한다.

10원이라도 더 비싼 값에 폐지를 매입해 주는 고물상에 가기 위해서다.

최근 폐지 값이 급락하면서 박씨의 하루 시작 시간도 평소보다 1시간가량 빨라졌다.

지난 6일 오전 6시께 박씨는 청주시 흥덕구 비하동 집을 나섰다.

폐지 90∼100㎏을 실을 수 있는 손수레를 끈 박씨는 비하동·복대동 일대 주택가를 돌며 폐지를 모았다.

박씨는 6시간 만에 손수레의 90%가량을 채웠다.

그가 모은 폐지는 대부분 쓰다 버린 종이 박스였다.

박씨는 폐지를 실은 손수레를 끌고 이날 오후 1시께 복대동에 있는 한 재활용품 수집 업체에 도착했다.

선선한 날씨였음에도 수레를 밀고 경사로를 몇 번 오르자 분홍색 모자 밑 박씨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혔다.

저울에 찍힌 숫자는 90㎏.

박씨가 손에 쥔 돈은 6천300원이었다.

6일 기준 이 업체는 폐지(폐골판지)를 ㎏당 70원에 사들이고 있다.

청주 고물상들이 60원대에 매입하는 것과 비교하면 15%가량 비싼 가격이다.

박씨는 "폐지로 먹고사는데 온종일 6천원 벌었다"면서 "가격을 너무 안쳐주니까 줍고 싶은 생각조차 사라진다"고 울상을 지었다.

그는 어두운 표정으로 텅 빈 수레를 끌고 다시 집으로 향했다.

고물상 업주는 "폐지 값이 내려가서 힘들어하는 할머니들이 많다"면서 "종이 가공 업체에 가져다 파는 가격이 ㎏에 80원이라 값을 더 쳐주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비하동의 한 재활용품 수집 업체는 지난달 초까지 폐골판지는 ㎏당 140원, 신문지는 150원에 각각 매입했다.

15년간 재활용품 수집 업체를 운영한 김모(55)씨는 "이달 들어 폐지 시세가 반토막이 나면서 할머니들 수고비도 안 나오는 실정"이라면서 "자주 오는 노인들도 돈이 안 되니까 아예 폐지 모으는 일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재활용 업계 11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인터넷 커뮤니티 '고물 연대'에 따르면 지난 6일 전국 평균 폐지 시세는 ㎏당 신문지 80원, 폐골판지 70원이다.

지난 1월 18일 시세(1㎏당 신문지 150원, 폐골판지 140원)와 비교하면 약 50% 폭락한 셈이다.

경기 수원에서 고물상을 운영하는 장모(54)씨는 "올해 재활용 쓰레기 대란으로 고물 가격이 안 나와서 운임도 안 나온다"면서 "팔리지 않으니 재고는 쌓이는 데 이마저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환경공단 자원순환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폐지(폐골판지) 중간 가공업체 매입 가격은 1㎏에 89.25원(전국 8개 권역 평균)으로 3달 전(144.37원)보다 40% 가까이 하락했다.

환경공단 자원정책통계팀 관계자는 "재활용 쓰레기의 중국 수출길이 막혀 공급 과잉으로 시세가 떨어지는 추세"라면서 "재고가 많이 쌓인 상태라 당분간 낮은 가격이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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